왕이 외교부장, 英·오스트리아 외무장관과 통화… 미국의 '관세 무기화' 비판
미·중 무역 갈등 격화 속 유럽 지지 확보 총력… "일방주의·보호주의 맞서 공동 대응"
미·중 무역 갈등 격화 속 유럽 지지 확보 총력… "일방주의·보호주의 맞서 공동 대응"

왕이 부장은 22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관세를 "여러 나라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시작하는 무기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명백히 위반하고 다른 경제 주체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러한 미국의 관행이 "국가 간 관계를 정글의 법칙으로 되돌리는 퇴행적인 조치이며, 시대착오적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책임 있는 국가로서 자국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국제 규칙을 수호하고 다자간 무역 체제를 지키기 위해 이러한 부당한 행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나섰다"고 강조하며, "중국은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개방을 견지하고 모든 국가와 상호 호혜적이고 상생적인 협력을 추진하며, 세계와 발전의 기회를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동남아시아 순방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에 맞서 보호무역주의에 공동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한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한다.
각국 정부가 급변하는 무역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중국은 자국산 제품 대부분에 대해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최고 245%까지 책정되어 있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부과되었던 7.5%에서 100% 사이의 관세를 포함한 수치다. 이에 대해 중국 역시 미국산 상품에 대해 기존 관세에 더해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강력하게 보복하고 있다.
한편, 영국은 10%의 관세율과 함께 철강 및 자동차 산업을 겨냥한 25%의 관세에 직면해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지난 4월 9일 도입된 대부분의 관세와 함께 현재 90일간 유예된 20%의 관세를 부과받은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유럽연합(EU) 역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하며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EU가 "협상에 기회를 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역시 22일 베아테 마인-라이징거 오스트리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왕이 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부과한 관세가 국제 무역 규칙과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는 명백한 일방주의, 보호주의, 경제적 강압 행위"라고 규정하며, "중국은 앞으로도 국제 체제를 확고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유럽은 세계 경제의 두 기둥이자 두 주요 시장으로서 국제적인 책임을 공유하며, 다자간 무역 시스템을 공동으로 수호하고 개방된 세계 경제를 함께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 측 보도에 따르면, 마인-라이징거 장관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주목하며 오스트리아는 중국과의 양자 및 다자간 협력 관계를 심화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그녀는 브뤼셀 역시 중국과의 경제 및 무역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동 과제에 함께 대응할 것이며, 올해는 중국과 EU의 외교 관계 수립 50주년이 되는 해임을 강조했다.
왕이 외교부장의 이번 유럽 국가들에 대한 공동 대응 촉구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에 대한 중국의 심각한 우려를 반영하는 동시에, 유럽과의 연대를 통해 다자간 무역 체제를 수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공동 전선을 형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