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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에너지 저장 산업 '휘청'…가격 경쟁·관세 인상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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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에너지 저장 산업 '휘청'…가격 경쟁·관세 인상 '이중고'

미·중 무역 갈등 심화, 정부 지원 축소에 자본 지출 감소 전망
가격 경쟁 속 美 관세 폭탄…유럽·동남아 등 대체 시장 '돌파구' 될까?
중국의 에너지 저장 산업이 미·중 무역 전쟁의 격화와 정부 지원 축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에너지 저장 산업이 미·중 무역 전쟁의 격화와 정부 지원 축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에너지 저장 산업이 미·중 무역 전쟁의 격화와 정부 지원 축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올해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고율 관세로 막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 내 가격 경쟁 심화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컨설팅 회사 WaterRock Energy Economics에 따르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으로 인해 중국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제조업체들은 올해 자본 지출을 10~20% 감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BESS의 연간 확장 규모는 2024년 42기가와트(GW)에서 올해 30GW로 축소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WaterRock Energy Economics의 장류퉁 이사는 "올해 중국 현지 시장에서 BESS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 중심의 BESS 제조업체들은 미국 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ESS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방출하는 장치로,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Infolink Consulting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은 2024년 전 세계 설치 용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BESS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에너지 저장 부문은 수년간 지속된 과잉 생산으로 인해 끊임없는 가격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ational Energy Administration)에 따르면, 신형 에너지 저장 부문의 전체 용량은 2020년부터 2023년 사이에 약 10배나 증가했다. 과잉 공급은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중국 해관 데이터 기준 2020년부터 2024년 사이에 BESS 평균 수출 가격이 39%나 하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태양광산업협회(China Photovoltaic Industry Association)는 지난주 선그로우파워서플라이(Sungrow Power Supply), 화웨이 테크놀로지스(Huawei Technologies),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등 20개 이상의 주요 에너지 저장 제조업체 및 통합업체와 비공개 회의를 갖고 건전한 산업 발전을 보장하고 '악순환 경쟁'을 피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회의 후 선그로우파워서플라이의 연간 이익 전망치를 15% 하향 조정하며, 연간 이익의 거의 절반을 미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가 에너지 저장 시스템과 태양광 인버터의 마진과 선적량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대부분의 무역 상대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90일간 유예했지만, 중국산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기본 부과금 10%에 최대 245%의 추가 "상호 관세"를 적용하며 무역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중국 내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 성장세 역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부문이 오는 6월 1일부터 시장 기반 가격 책정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신규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필수 에너지 저장 장치 설치 요건 폐지 또한 BESS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Rystad Energy의 첸샨 선임 분석가는 BESS 산업이 올해 하반기에 수요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통합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했다. 선두 기업들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경쟁력이 약한 기업들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고 그녀는 분석했다.

다만, 첸샨 분석가는 유럽, 중동, 호주 등 다른 해외 시장이 이 지역의 안정적인 에너지 저장 시스템 수요를 감안할 때 중국 BESS 업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aterRock의 장류퉁 이사 역시 동남아시아에서 BESS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하이브리드 솔루션을 위해 태양광 발전과 BESS를 결합하거나 전력 부문의 보조 서비스 지원 필요성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시장 규모는 작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질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중국 에너지 저장 산업은 미국의 관세 압박과 국내 시장의 과잉 경쟁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유럽, 동남아시아, 호주 등 신흥 시장 개척과 기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중국 BESS 업계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