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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등 신흥국 증시, 올해 손실 만회...상승 탄력 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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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등 신흥국 증시, 올해 손실 만회...상승 탄력 키울까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트레이드 확산...미국 시장과 엇박자 흐름 지속될 듯
7일 인도 뭄바이의 봄베이증권거래소(BSE)의 스크린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7일 인도 뭄바이의 봄베이증권거래소(BSE)의 스크린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촉발로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가 이달 들어 급락한 데 반해 한국 등 주요 신흥국 증시가 최근 반등하며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주식 시장의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 행보로 큰 타격을 입으며 연초 고점 대비 10% 넘게 하락했다.

반면, 이달 초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이후 급락했던 한국의 코스피 등 주요 신흥국 주가지수는 월 중반을 기점으로 완연한 회복세다.

23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가 1.7% 상승한 가운데 한국의 코스피 지수도 1.57% 오르는 등 신흥국 증시가 대부분 힘을 냈다.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지난 9일 저점 대비로는 10% 가까이 반등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증시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서 신흥시장이 혜택을 볼 것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함에 따라, 신흥국 증시가 올해 손실을 만회했다"면서 "이는 이른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트레이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신흥국 증시 반등의 선두 주자는 인도 시장이다. 인도 증시의 니프티50 지수와 선섹스30 지수 등 양대 벤치마크 지수는 이미 지난주에 관세 충격 이후의 낙폭을 모두 만회했다.

연초 이후 인도 증시가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밸류에이션이 적정 가치를 찾았다는 평가와 함께 중국을 대체할 제조업 허브로서 인도 시장의 잠재력에 투자자들이 집중하는 모습이다. 거대한 내수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인도가 상대적으로 잘 버틸 것이란 관측도 인도 시장이 회복 탄력성을 보이는 이유다.

신흥국 주식 시장의 반등과 동시에 이 지역 통화도 최근 달러화의 전방위적인 약세에 힘입어 동반 상승했다. 채권 시장에서도 신흥국 현지 통화 채권이 금리 인하와 인플레이션 하락 기대감 속에 달러 표시 채권에 비해 2022년 이후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낮추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시 달랬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시장을 이탈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지난 20주 중 15주 동안 미국 S&P500 지수보다 나은 성과를 보였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제니 젱 채권 담당 부책임자는 블룸버그 TV에 "미국 정치 지형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로 인해 투자자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의 위험 프리미엄을 재평가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제 미국의 위상을 재평가하면서 투자자산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흥국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점도 긍적적인 대목이다.

슈아 캐피털의 아르티 찬드라세카란 자산운용 책임자는 "신흥국 주식의 성과는 대부분 신흥국 시장의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혼잡한 미국 시장에서 이탈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거시 지표의 약세에 반해 신흥국 경제, 특히 중국의 펀더멘털 회복 징후가 나타나고 달러와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점도 신흥 시장의 상승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