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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中 무역 협상, 성사돼도 불안정하고 취약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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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中 무역 협상, 성사돼도 불안정하고 취약할 가능성

지난 8일(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의 한 미국 기업 건물 앞에 중국과 미국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8일(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의 한 미국 기업 건물 앞에 중국과 미국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이 서로 부과한 고율의 관세가 지속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자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으려 하고 있지만 양국 간 깊은 불신과 기술 패권 경쟁으로 인해 실질적인 합의가 어렵고 지속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이하 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에 최대 125%의 보복 관세를 매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를 "상당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낙관했으나 로이터는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은 관세 인하 조치가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도 최근 새로운 무역 협상 대표를 임명하면서 양국의 긴장 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지난 2020년 1월에 체결됐던 이른바 '1단계 무역 합의'가 실패한 전례가 있어 회의론이 높다.
당시 합의는 91쪽에 달하는 문서로 타결까지 1년 반이 걸렸고, 추가 관세 인상을 중단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미 부과된 관세를 철폐하는 방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중국은 연간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 구매를 최소 2000억 달러(약 268조원) 늘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번 협상에서 걸림돌로 지적되는 두 번째 문제는 미·중 무역 적자의 규모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직접 수입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이전인 2018년보다 20% 가까이 줄었으나 제3국을 거쳐 들어오는 간접 무역을 포함하면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4년 사이 중국이 미국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에서 13%로 줄었으나 같은 기간 아시아 전체로부터의 미국 수입은 20% 이상 늘어난 1조3000억 달러(약 1742조원)에 달했다. 이는 많은 기업이 베트남 등 다른 국가를 통해 중국산 제품을 우회 수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술 분야에서 경쟁과 갈등도 협상의 주요 장애물이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주요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중단한 직후 해당 제품들의 공급망과 반도체 산업에 대해 국가 안보 조사를 지시했다. 2024년 기준 미국의 중국 최대 수입 품목은 스마트폰이었고, 노트북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미국 내 중국에 대한 견제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 초당적 이슈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중국 화웨이를 미국 디지털 무선망에서 퇴출시키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바이든 행정부도 2022년 반도체 수출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과 중국산 전기차 판매 금지 조치를 내렸다.

로이터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이 협상에 임하더라도 깊은 불신과 긴장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관세 등 무역 제재의 위협은 글로벌 경제에 계속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