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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산 수입품 '관세 폭탄' 일부 해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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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산 수입품 '관세 폭탄' 일부 해제 검토

끝이 안 보이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경제적 부담' 시사
美 수입품 대상 면세 움직임 포착… 벼랑 끝 中 경제 '숨통' 트나
기업에 '대체 불가' 품목 리스트 제출 지시…"장기전 한계 봉착" 분석 지배적
중국 홍콩의 IFC 2를 포함한 홍콩금융센터를 배경으로 터미널에 있는 컨테이너선의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홍콩의 IFC 2를 포함한 홍콩금융센터를 배경으로 터미널에 있는 컨테이너선의 전경. 사진=로이터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125%의 관세 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 상무부 태스크포스가 현재 관세 면제 대상 품목 목록을 수집 중이며, 기업들에 자체적으로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고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는 베이징이 워싱턴과의 무역 갈등으로 인해 누적된 경제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가장 뚜렷한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관세 압박에 강경하게 맞서왔으나, 자국 경제의 어려움이 심화되자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 금융 전문 매체 차이신(財新)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메모리 칩을 제외한 반도체 관련 품목 8개를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의 마이클 하트 회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우리 기업들에 중국으로 수입하는 품목 중 다른 곳에서는 대체하기 어렵고, 공급망 차질을 야기할 수 있는 품목이 무엇인지 문의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일부 상공회의소 회원사들이 지난주 새로운 관세 부과 없이 미국산 상품을 수입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소셜미디어와 기업·무역단체를 중심으로 백신, 화학물질, 제트엔진 등 다양한 품목을 포함한 131개 품목의 관세 면제 대상 목록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기도 했다.

베이징의 최종 결정 방향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화타이증권(華泰證券)은 무역 그룹 내에서 공유되고 있는 목록을 분석한 결과, 해당 품목들의 작년 수입액이 총 450억 달러(약 62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현재의 무역 관계가 경제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미 일부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제안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먼저 관세를 철폐하지 않는 한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해 왔다.

하지만 강경한 발언과 달리, 중국 경제는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로 디플레이션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소비 지출과 경제 심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관세 영향을 받는 수출 기업들에 국내 시장으로의 전환을 장려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수익 감소, 수요 약화, 고객 신뢰도 하락 등 복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번 관세 면제 검토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나마 미국 경제의 고통을 줄이고 백악관에 대한 압박을 다소 완화하는 동시에 자국 경제의 숨통을 틔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석유화학 제품인 에탄부터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상당수의 미국산 수입품은 단기간 내에 대체 공급처를 찾기 어렵고,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 정부의 고민을 깊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AZN.L)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L) 등 주요 제약 회사들은 중국 내 판매 의약품 생산을 위해 미국에 최소 한 곳 이상의 제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에탄 가공업체들은 이미 중국 정부에 관세 면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사실상 유일한 에탄 공급처이기 때문이다.

이번 중국의 관세 면제 검토가 실제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는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 경제가 더는 관세 압박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접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되며, 향후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