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中 희토류 수출 제한 효과, 제한적일 수도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中 희토류 수출 제한 효과, 제한적일 수도 있다”

중국 국기가 갈륨과 저마늄 원소 옆에 놓여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국기가 갈륨과 저마늄 원소 옆에 놓여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가 제한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최근 지배적인 관측과 상반된 것이어서 이목을 끌고 있다.

26일(현지시각) IT 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달 초 사마륨, 가돌리늄, 터븀(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7종의 희토류 원소에 대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 수출 허가제를 시행했다.

이는 지난 2023년 7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제한 조치 이후 강화된 조치로 중국은 이후 안티몬, 흑연 등으로 통제 품목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아스테크니카는 “중국은 오랫동안 희토류 공급망을 독점해왔지만 실제로 희토류는 '희귀'하기보다는 다른 광물에 섞여 있어 분리와 정제가 어려운 자원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희토류는 다양한 전자제품과 산업 분야에 활용되지만 사용량 자체는 극히 소량에 그친다는 것이 아스테크니카의 주장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은 2023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약 1억7000만 달러(약 2337억원) 규모의 희토류를 수입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신선 감자 수입액(3억2700만 달러)과 감자칩 수입액(3억 달러)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라고 아스테크니카는 전했다.

콜로라도 광산학교 경제경영학부의 이언 랭 교수는 "중국은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카드를 쥐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희토류가 차량 창문 모터 등 일부 부품에 들어가지만 이를 대체하거나 단순화하는 방법은 충분히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 기업들은 당분간 재고 물량이나 전자폐기물 재활용 등을 통해 희토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국내 채굴과 정제 산업을 재건하거나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핵심광물안보프로그램 책임자인 그레이슬린 바스카라는 "중국은 중(重)희토류의 세계 공급망을 사실상 100% 지배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비교우위가 아니라 절대적 우위"라고 분석했다.

다만 희토류 가격 동향을 보면 중국의 2023년 수출 제한 조치 이후 시장 가격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랭 교수는 "2023년에 취한 조치는 시장의 기존 구조를 사실상 바꾸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희토류 구매를 원하는 미국 기업들이 벨기에 등 제3국을 통해 우회 수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벨기에는 중국산 저마늄을 재수출하는 주요 경유지로 떠올랐다.

일부 기업들은 기술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테슬라는 2023년 자사 전기차 모터에서 희토류 사용량을 25% 줄였으며 장기적으로 희토류를 완전히 배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체 기술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자석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희토류 산업은 반도체 생산과 달리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지 않지만 환경 오염 문제와 수익성 저하로 인해 서방국가에서 외면받아 왔다. 랭 교수는 "희토류 채굴은 마치 5센트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는 것처럼 경제적 가치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강력한 수출 통제를 이어간다면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광물 정제 산업을 본격적으로 국내로 유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랭 교수는 "새로운 핵심광물 정제 시설이 미국에 세워지는 데는 약 2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레이크스루 연구소의 기후·에너지팀 디렉터인 시버 왕은 "중국은 20년 넘게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시장을 지배해왔지만 이제 북유럽, 호주, 캐나다, 미국, 라틴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