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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모든 것이 멈췄다”…트럼프 관세 충격에 美 중소기업계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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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모든 것이 멈췄다”…트럼프 관세 충격에 美 중소기업계 ‘패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조치가 미국 중소기업계를 마비 상태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수입세로 인해 미국 내 수백여 곳의 중소기업이 제품 생산과 투자 계획을 중단하거나 파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래스카주 시트카에 본사를 둔 항공 화물 장비 제조업체 램퍼 이노베이션스를 창업한 팀 풀턴은 NYT와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개발해 온 항공기 적재용 접이식 컨베이어 벨트 제품이 관세 여파로 단숨에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풀턴은 미 공군으로부터 받은 주문을 발판 삼아 아시아와 중동 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관세 인상으로 제품 가격을 17% 올린 이후 고객들이 줄줄이 구매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풀턴은 “비용이 5% 이상 더 오를 경우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도 경고했는데 이같은 불확실성에 고객들이 등을 돌렸다”며 “모든 것이 멈춘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운영을 포기하고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현재 브라질로 거처를 옮겼으며 파산 전문 변호사와 상담 중이라고 덧붙였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 주요 무역국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145%까지 치솟아 미국 내 제조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제품 대부분을 미국에서 생산하더라도 필수 부품이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램퍼 이노베이션스 역시 주요 부품인 일본산 롤러를 비롯해 일부 원자재를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풀턴은 “아무리 미국산 부품을 쓰려고 해도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며 “관세 적용 방식도 너무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물류회사, 마케팅 회사 등도 연쇄 타격을 입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무어스빌에 본사를 둔 공급망 관리업체 시노임포트 USA의 크리스티나 아니시모바 대표는 “고객사 3분의 1이 배송 주문을 중단한 상태”라며 “특히 이미 선적을 마친 기업들은 막대한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충격은 다른 업계에도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주 센트럴리아에 있는 화장장 기념비 제조업체 프리미어 콜럼바리아를 운영하는 롭 스틸노비치 역시 지난해 기록적인 실적을 올렸음에도 최근 관세 여파로 사업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스틸노비치는 "중국에서 들여오는 화강암 모듈러 기념비 제품에 붙는 관세가 29%에서 174%로 급등해 신규 주문이 전년 대비 97% 급감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150% 가격 인상에 동의했던 고객조차 관세가 추가로 올라가자 주문을 취소했다”며 “모두가 ‘6개월은 지켜보자’며 발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스틸노비치는 중국 샤먼에 위치한 협력 공장의 정리해고를 직접 관리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같은 경직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소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풀턴은 "미국 내 생산을 고집하며 은퇴 자금을 모두 투자했지만 결국 해외 생산을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유럽·중동·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해 이탈리아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태국이나 인도 파트너와도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원래 목표는 알래스카에서 제품을 만들며 불가능하다는 말을 뒤집는 것이었다”며 “지금은 손가락 끝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느낌”이라고 씁쓸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