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제품 사양·가격 현지 수요와 맞지 않아"...위탁 제조업체들 상표법 제약도 직면
정부와 대형 플랫폼 지원책 발표했지만 현실적 어려움 호소
정부와 대형 플랫폼 지원책 발표했지만 현실적 어려움 호소

미국 시장만을 겨냥했던 자전거 제조업체 리 씨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JD.com이 수출업체의 국내 판매 전환을 위해 2000억 위안(약 274억 달러)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매장을 열기 위해 JD에 연락을 취했지만, 이미 자체 운영 매장이 있는 상인에게만 정책이 적용된다고 했다. 고객 서비스는 우리 같은 수출 회사를 위한 특별 지원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리 씨는 핵심 문제로 대부분의 중국 수출업체가 위탁 제조업체라는 점을 꼽았다. 이들은 해외 브랜드를 위한 상품을 생산하지만 현지에서 판매할 권리는 없다. 리 씨는 "우리 자전거는 고객의 로고로 브랜딩된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것은 상표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자체 브랜드가 없어 승인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매년 수억 위안의 수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수출업체 지원을 위해 엑스포, 보조금, 전자상거래 채널을 통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JD.com, 프레시포, 용후이 슈퍼마켓 등 대형 소매업체들도 수출용 상품을 위한 국내 판매 섹션을 출시했다.
허리펑 중국 부총리는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국경 간 무역 완화 포럼에서 "최근 미국의 관세 인상이 제기한 새로운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며 "외부 충격을 견디고 꾸준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항구의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해 대외 무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수출업체들은 국내 시장 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한다. 리 씨는 "수출용 자전거는 높은 사양으로 제작되며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손해를 보고 팔아도 중국 소비자에겐 여전히 비싸다"고 말했다. 또한 수출 상품은 더 엄격한 규정과 품질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저가 현지 제품과 경쟁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산둥성 칭다오에서 미국 유명 브랜드의 서양식 주방 장비를 제조하는 자오 씨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그녀는 "국내 판매도 고려했지만, 우리 제품은 현지 시장에 맞지 않다. 중국에서는 서양 요리가 흔하지 않다. 관세 발표 후 미국 고객의 약 30%가 주문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자오 씨의 공장은 2000년부터 미국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작년 약 1억2000만 위안의 매출과 10%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저장성 닝보에서 섬유 공장을 운영하는 저우 씨는 2014년부터 미국 고객들을 위해 침구와 커튼을 생산해왔다. 그는 "침구 크기와 커튼 치수가 완전히 다르다. 우리 고객들은 대부분 폴리에스터를 사용하지만, 중국 구매자들은 면화를 선호한다. 판매 채널을 확보하더라도 이 재고를 처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장쑤성 쑤저우에서 미국인 고객을 위한 가정용 섬유 공장을 운영하는 셰 청도 "재고량이 엄청나다. 이를 국내에서 덤핑하는 것은 이미 과잉 생산 문제를 겪고 있는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며 "전자상거래는 이미 포화 상태이고 더 이상 자리가 없다"고 우려했다.
2024년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총 5247억 달러로, 중국 총 소매 매출 48조8000억 위안의 8%를 차지했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국내 시장이 수출업체에 '신뢰할 수 있는 안전망'이며 미국 수출시장보다 10배 이상 크다고 강조했지만, 수출업자들은 시장 규모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