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관세 피하고자 대미 무역흑자 250억 달러 줄이기 모색
인도네시아·베트남도 베이징보다 워싱턴과 개별 합의 추구..."지역 연합 약화" 신호
인도네시아·베트남도 베이징보다 워싱턴과 개별 합의 추구..."지역 연합 약화" 신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출 의존 국가들에 전면적 과세를 위협하고 중국은 지역 동맹국들에게 워싱턴에 맞서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점점 외부 압력에 굴복하고 미국과 개별 합의를 추구하고 있다.
25일 말레이시아는 미국과의 무역 흑자 250억 달러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협상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관세 인하 또는 면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미국 상품에 대한 접근을 완화할 것임을 밝혔다.
이번 관세는 가구에서 과학 장비, 전기 히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대한 미국 수요를 위축시키고 경제 성장 전망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 무역부는 이번 주 텡쿠 자프룰 압둘 아지즈 무역부 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을 워싱턴에 파견해 "협상에 대한 개방성" 메시지를 전달했다. 여기에는 비관세 장벽 해소, 기술 보호 장치 및 안보 강화, 잠재적 양자 무역 협정 모색이 포함된다고 외교부는 성명에서 밝혔다.
성명은 "말레이시아는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우려에 대해 상호 합의할 수 있는 결과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어떤 상품을 구매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대표단은 미국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과 회담을 가졌으며, 자프룰 장관은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오랫동안 말레이시아의 가장 중요하고 전략적인 경제 파트너 중 하나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초에 만료되는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하면서,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수십 개국에 '해방기념일' 관세 감면 또는 면제를 협상할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미국 공급망에 필요한 핵심 반도체, 스마트폰, 컴퓨터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는데, 이는 글로벌 성장을 축소하고 시장을 혼란시키는 산발적인 접근 방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1위와 4위 경제대국인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함께 관세 완화의 대가로 미국 수출업체에 유리한 무역 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양자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46%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베트남은 무역 사기와 위조 근절, 방위 및 안보 제품을 포함한 미국 상품 구매 확대 약속에 이어 미국과 공식 무역 회담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대표단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만나 32%의 관세를 낮추기 위해 석유, 가스, 대두, 밀 등 미국산 수출품 수입 확대를 약속했다. 태국은 USTR과 회담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트럼프의 관세는 말레이시아와 아세안 국가들을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했다. 이 지역은 경제 성장을 위해 중국과 미국 모두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은 말레이시아와 아세안 대부분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반면, 미국은 이 지역의 최대 투자자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미국이 아세안 국가들에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도록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중국은 "단호하고 호혜적인" 대응으로 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레이시아의 미국과의 양자 회담은 유럽연합이 관세에 대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통일된 입장을 취하기로 합의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로 볼 수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