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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오락가락 환율정책, 금로벌 금융시장 혼란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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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오락가락 환율정책, 금로벌 금융시장 혼란 초래

트럼프 '약달러'·베선트 '강달러' 내세워 '혼돈'
베선트 재무, 주가 채권 달러 '트리플 약세'에 '셀 아메리카' 차단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가 강달러와 약달러 정책을 오락가락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가 강달러와 약달러 정책을 오락가락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가 ‘강달러’와 ‘약달러’ 정책을 오락가락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궁극적으로 달러화 가치를 낮추는 약달러로 무역 적자를 줄이려 한다. 그렇지만, 관세 전쟁 초기에 달러화 가치가 계속 떨어져 미국 자산을 팔아치우는 ‘셀 아메리카’ 열풍이 불자 미국 정부가 서둘러 강달러 정책을 내세우며 달러화 가치 지키기에 나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미국에서 주가, 채권, 통화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실제로 나타나자 미국 정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관세에 대한 발언 수위를 낮추면서 동요하는 시장을 안정시키려 한다.

뉴욕 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각) 지난주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 총회에서 주요국 재무부 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기축 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미 국채가 더는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에 따라 주요국 카운터파트와 연쇄 접촉을 갖고, 트럼프 정부가 ‘강달러 정책’ 기조를 지속해서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에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지속해서 내림세를 보였지만, 달러의 위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이번 춘계 총회에서 강조했다고 NYT가 전했다.

지난 21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 인덱스(DXY)는 장 중 한때 97.9까지 떨어지며 2022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달러 가치 하락률은 10%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을 해임하려고 압박했다가 다시 입장을 바꾸는 등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한 것도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달러화의 신뢰도가 낮아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달러화는 정치권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한 채 연준이 독립적으로 위상을 지킨다는 국제 사회의 신뢰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에대한 신뢰가 약화하면서 또 다른 안전자산인 값이 치솟고 있다. 금값은 지난 25일 온스당 3500 달러를 돌파해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NYT는 “달러화 약세가 반드시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 위상의 추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과거에도 달러 가치가 급락한 적이 있지만, 현재와 같은 대량 매도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달러의 위상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진로 수정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그렇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체제 변화(regime change)' 또는 ‘신세계 질서’ 태동 가능성에 주목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 일본을 비롯한 최우선 관세 협상 대상국과의 통상회담에서 환율 문제를 핵심 의제로 제기했다. 지난 2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 회의’에서 “한미 양측의 관심사인 관세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환율) 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최상목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 정책에 관해서는 한국 기재부와 미국 재무부가 별도로 논의해 나가기로 양국이 합의했다”면서 “조만간 실무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가 곧 올해 상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미국이 원화 가치 절상을 한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처럼 '환율 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먼저 대미 협상을 한 일본에도 '달러 가치 절하, 엔화 절상' 압박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과 일본이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해 왔다"면서 "이들 국가가 자국 통화 가치를 내리면 우리에게 중대한 불이익으로 작용한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일본이달 양국 환율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한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