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국 행보로 트럼프 정부 불만 고조... "중국 투자 유치에 경계하라" 경고
대미 자동차 수출 비중 40%... 트럼프 관세 타격 예상 국가 중 6위
대미 자동차 수출 비중 40%... 트럼프 관세 타격 예상 국가 중 6위

EU 회원국인 헝가리는 EU의 중국, 러시아, 미국과의 관계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세계 무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오르반 총리는 그동안 EU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위험 회피 전략에 반대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푸틴의 편을 들었으며, 트럼프와의 돈독한 관계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정부는 오르반의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에 불만을 표시하며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4월 15일 부다페스트 주재 미국 대사관 대리인 로버트 팔라디노는 헝가리 정부에 "중국 투자 유치에 경계하라"고 경고하면서 중국이 "전략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3월 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헝가리의 공공 조달이 "항상 투명하지 않고 중국을 포함한 현지 또는 다른 비 EU 국가에 유리한 경향이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보고서에 이은 조치다.
오르반 총리에게는 많은 것이 걸려 있다. 2024년 5월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에서 중국-헝가리 관계는 '전천후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고, 중국 배터리 및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헝가리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CATL은 데브레첸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BYD는 세게드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브 에너지와 저장성 화유 코발트도 헝가리 내 공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또한, 헝가리는 베오그라드-부다페스트 철도 연결 및 5G 네트워크 구축과 같은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중요한 파트너다. 그 대가로 오르반 정부는 2024년 2월 보안 및 법 집행 협정의 일환으로 중국 경찰이 헝가리 거리를 순찰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이는 EU와 NATO 회원국으로서는 이례적인 조치다.
반면, 미국 시장은 헝가리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 부문은 지난해 헝가리의 대미 수출에서 거의 40%를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상호적' 관세를 90일간 유예했지만, 자동차 수입에 대한 25% 관세는 유지하고 있다. 비엔나 국제경제연구소의 계산에 따르면 헝가리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가장 큰 타격을 입힐 국가 중 6위를 차지했다.
프라하 소재 중앙유럽아시아연구소의 세베스티엔 홈포트 연구원은 오르반 총리가 워싱턴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에서 이미 절제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부다페스트와 베이징 사이에는 주목할 만한 교류가 없었으며, 2024년 내내 이루어졌던 헝가리 국영 언론사의 중국 순방도 중단됐다. 경찰 협력 협정이 체결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부다페스트에 중국 경찰관이 도착한 적은 한 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측도 반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국영 매체 CGTN은 최근 헝가리의 높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보도하면서 오르반 정부의 가격 상한제가 식량 인플레이션을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족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가의 말을 인용했다.
부다페스트 코르비누스 대학의 도라 교르피 교수는 오르반 총리의 친중국 정책이 국내적으로도 인기를 잃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투자, 특히 배터리 투자는 일반 대중에게 인기가 없으며, 중국 소유 공장을 위해 더 많은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인다는 생각도 매우 부정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미국의 압력과 국내 지지도 하락에 직면한 오르반 총리가 중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홈포트 연구원은 오르반 총리가 다음 베이징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할지 여부가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