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자기 탐지기 한계 극복, 저위도 해역서도 ‘정밀 탐지’
해상 시험서 NATO 최첨단 시스템과 동등 성능 입증
군사적 활용 넘어 민간 분야까지 ‘파급력’ 기대
해상 시험서 NATO 최첨단 시스템과 동등 성능 입증
군사적 활용 넘어 민간 분야까지 ‘파급력’ 기대

최근 중국 과학 기구 저널에 게재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중국항공우주과학기술공사(CASC) 양자공학연구센터의 왕쉐펑 연구팀은 기존 자기 이상 탐지기(MAD)의 근본적인 결함을 극복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고 시험 운용하는 데 성공했다.
양자 컴퓨팅 전문매체 퀀텀 인사이더 인용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기존의 자기 이상 탐지기는 지구 자기장이 지표면과 거의 평행하게 흐르는 남중국해와 같은 저위도 지역에서는 탐지 성능이 현저히 저하되는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이는 지구 자기장의 수직 성분이 약해져 잠수함과 같은 물체가 일으키는 미세한 자기장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루비듐 원자 활용한 양자 간섭 효과… 센서 방향 무관 ‘전방위 탐지’ 가능
퀀텀 인사이더에 따르면 중국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시스템은 루비듐 원자의 양자 간섭 효과를 활용하는 ‘코히어런트 밀도 포획(CPT)’ 원자 자력계를 핵심 기술로 채택했다. 자기장이 원자의 에너지 준위를 변화시키면서 발생하는 일곱 가지의 서로 다른 마이크로파 공명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 장치는 센서의 물리적인 방향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기장의 강도와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특징을 지닌다.
연구팀은 또한 전자기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CPT 자력계를 로터 드론에 20m 길이의 케이블로 연결했다. 여기에 방위 보정을 위한 플럭스게이트 자력계와 GPS 기반 지상 관제소를 추가로 활용하여 수집된 원시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노이즈를 제거하는 동시에 지구 자기장의 일일 변화까지 반영하는 첨단 데이터 처리 기술을 적용했다.
산둥성 인근 해상 시험 ‘성공적’… NATO 최첨단 시스템과 ‘동등 성능’ 입증
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인근 해상에서 진행된 실제 시험에서 이 시스템은 400m x 300m 격자 구역을 성공적으로 탐사했다. 원시 측정값의 자기 이상 탐지 정확도는 2.517nT(나노테슬라)였으나, 보정 과정을 거친 후에는 0.849nT까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일 지역에 대한 두 차례의 독립적인 측정 결과는 99.8%라는 놀라운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평균 제곱근 오차 또한 1.149nT에 불과해 시스템의 뛰어난 안정성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개발된 시스템의 실제적인 신뢰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는 곧 이 시스템이 지구 자기장의 극히 미세한 변화, 즉 일반적인 냉장고 자석 세기의 약 10억 분의 1에 해당하는 미세한 자기 변화까지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각종 노이즈와 미세한 오류를 보정한 후에도 여러 차례의 테스트에서 측정값이 매우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점인데, 이는 이 센서가 수중 물체가 남기는 희미한 자기적 흔적까지 안정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시사한다.
잠수함 탐지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금속으로 제작되고 강력한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은 수중에서 이동할 때 주변의 자연적인 지구 자기장에 미세한 교란을 일으킨다. 새롭게 개발된 양자 센서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자기적 ‘잔물결’과 같은 이러한 미세한 교란을 정확하게 감지하고 이를 지도 형태로 시각화할 수 있다. 주변 환경의 일반적인 자기 패턴과 일치하지 않는 특이한 자기 이상 현상을 탐지함으로써, 수심 깊숙이 숨어있는 잠수함의 존재를 효과적으로 식별해낼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유사한 자기 탐지 시스템의 성능을 고려할 때, 드론은 잠수함을 안정적으로 감지하기 위해 잠수함으로부터 수백 미터에서 약 1킬로미터 이내의 거리를 비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탐지 대상인 잠수함의 크기, 잠수 심도, 그리고 해당 해역의 주변 자기적 노이즈 수준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CPT 기반으로 설계된 중국의 새로운 양자 센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이 운용하는 최첨단 자기 이상 탐지 시스템인 MAD-XR의 감도와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보이면서도, 운영 비용과 시스템의 복잡성은 훨씬 낮다는 것이다.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개의 탐지 센서를 사용하는 MAD-XR과는 달리, 중국의 센서는 단일 장치만으로 전 방향 탐지 범위를 확보할 수 있어, 저위도의 분쟁 지역이나 자원이 풍부한 해역에 광범위하게 배치하는 것이 훨씬 용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또한 이 센서의 뛰어난 정밀도가 군사적인 용도뿐만 아니라 석유 매장지 지도 제작, 난파선 위치 파악, 심해저 지각 활동 연구 등 다양한 민간 분야에도 혁신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군사 작전 환경에서의 성능 검증은 ‘숙제’… 추가 연구 개발 ‘필수’
물론 이러한 유망한 시험 결과에도 불구하고 연구팀 스스로도 개발된 시스템이 아직 실제 군사 작전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번 해상 시험은 실제 군사 작전 환경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거친 해상 조건이나 심한 소음 환경과는 거리가 먼, 비교적 안정적이고 통제된 조건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MAD-XR 시스템은 미국, 일본 및 기타 동맹국에서 수년간의 실제 작전 운용을 통해 성능이 검증되었으며, 실전 환경에서의 신뢰성 측면에서는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해류의 영향, 드론의 불안정한 움직임, 그리고 주변 선박이나 해안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전자기적 간섭 요인에 직면했을 때 중국 시스템이 현재의 정밀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다.
또한, 개발된 센서가 피코테슬라(pT) 수준의 뛰어난 감도를 달성했지만, 스핀 교환 이완 자유(SERF) 자기계와 같은 다른 첨단 기술은 펨토테슬라(fT) 수준의 훨씬 더 높은 감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SERF 자기계 기술 역시 실제 드론에 탑재하여 운용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다양한 기술적인 난제들이 남아있다.
향후 개발 노력이 집중되어야 할 핵심 분야는 여러 가지로 예상된다. 우선, 실제 군사 작전 환경과 유사한 거친 해상 조건, 이동하는 표적, 높은 수준의 배경 소음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추가적인 실해상 테스트를 통해 개발된 시스템의 신뢰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또한, 더욱 다양한 종류의 항공 및 해상 플랫폼에 이 시스템을 탑재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CPT 센서 시스템 자체의 소형화 및 내구성 강화 연구가 필수적이다. 개발된 드론 탑재형 시스템을 소나(음파탐지기) 및 위성 추적 시스템을 포함한 광범위한 감시 네트워크와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잠수함 탐지 능력과 작전 운용의 유연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앞으로 새로운 유형의 원자 자력계 기술을 도입하거나, 더욱 진보된 노이즈 제거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현재보다 훨씬 더 높은 감도를 가진 차세대 CPT 센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