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 "미국의 일방적 관세가 다자간 무역 시스템 훼손" 비판
중국, 일대일로 가속화하며 중앙아시아 농산물 수입 확대 약속
중국, 일대일로 가속화하며 중앙아시아 농산물 수입 확대 약속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Wang Yi) 외교부장과 중앙아시아 5개국 외교장관들은 지난 2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회담을 갖고 "일방적인 보호주의적 관행에 대한 반대"를 공식 표명했다.
이번 회담에는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기도 한 왕이 외교부장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외교 수장들이 참석했다. 회담에서 6개국 외교장관들은 다자간 무역 체제 강화와 지역 경제 통합 심화를 위한 공동 노력에 합의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회담에서 "미국이 규범에 기반한 다자간 무역 시스템을 훼손하고 세계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145%까지 인상한 조치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에 대응해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들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핵심 파트너로 삼아 새로운 무역 루트와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회담에서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농산물 수입을 대폭 늘리고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는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중앙아시아 5개국 외교장관들은 중국과의 무역 확대와 공급망 연결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카자흐스탄 외교장관은 "우리 지역의 풍부한 농산물과 천연자원이 중국 시장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중국과의 경제 협력 심화는 상호 호혜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중국이 적극 추진 중인 '중도회랑(Middle Corridor)' 철도망 건설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물류 루트를 구축하는 것으로, 러시아를 우회하여 유럽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대안적 통로를 제공한다.
우즈베키스탄 외교장관은 "중도회랑은 우리 지역의 물류 역량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잠재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이번 합의는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공동 대응의 성격도 띠고 있다. 회담에서 6개국 장관들은 "개방적이고 투명한 국제 무역 환경 조성"과 "WTO 규범에 기반한 다자간 무역 체제 수호"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해 주변국과의 무역 관계를 강화하는 '근린 외교'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한다. 베이징 소재 국제관계대학의 리웨이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대안 시장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중앙아시아는 지리적 근접성과 풍부한 자원으로 인해 중국의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외무장관 회의는 오는 6월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개최될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담의 사전 준비 성격도 띠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중국과 중앙아시아 간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 외교부는 정상회담에서 무역, 에너지, 디지털 경제, 녹색 발전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중앙아시아를 새로운 경제적 파트너로 포용하려는 노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