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유럽자유무역연합,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동남아와 협력 강화

글로벌이코노믹

유럽자유무역연합,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동남아와 협력 강화

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노르웨이·스위스, 말레이시아와 10년 만에 경제협정 타결
"무역 전쟁 시대, 규칙 기반 무역 시스템을 장려할 파트너가 필요" 강조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강화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강화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스위스로 구성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강화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EFTA는 말레이시아와 10년이 넘는 협상 끝에 경제 파트너십 협정을 최종 타결하고, 상품 무역, 투자, 정부 조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이 협정은 오는 6월 23일 노르웨이에서 정식 서명될 예정이다.

노르웨이 국회의원 트리네 리즈 순드네스가 지난 25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무역 전쟁이 다가오는 이 시기에, 규칙 기반 무역 시스템을 장려하는 친구와 동맹국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우리는 경제적 혼란, 금융 위기, 팬데믹을 겪으면서 무역 파트너십의 다양성과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정으로 초콜릿과 무알코올 음료 등 EFTA 회원국의 주요 수출 제품은 말레이시아 시장에 무관세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스위스는 말레이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팜유에 대한 관세율을 인하하여 "제한적 특혜 시장 접근"을 허용하기로 했다.
EFTA와 말레이시아 간 무역 규모는 2024년 23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2019년 5억 5,000만 달러에서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EFTA의 대 말레이시아 수출품은 주로 기계, 제약, 전기 기계, 정밀 기기, 시계 등이며, 말레이시아로부터는 전기·기계 장비, 정밀 기기, 고무 제품 등을 주로 수입하고 있다.

1960년에 설립된 EFTA는 그동안 싱가포르(2002년), 한국(2005년), 홍콩(2011년), 필리핀(2016년), 인도네시아(2018년), 인도(2024년) 등 아시아 국가들과 꾸준히 무역 협정을 체결해왔다.

최근에는 태국도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비하고 무역 관계를 다변화하기 위한 방콕 전략의 일환으로 EFTA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베트남과도 유사한 경제 협정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아이슬란드 하원의원 그리무르 그림손은 말레이시아의 지정학적 위치가 EFTA에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포지셔닝으로 인해 말레이시아가 글로벌 변동성에 대비하고자 하는 EFTA와 같은 국가들에게 매력적인 파트너가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남아시아 5개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스위스는 말레이시아를 지역 내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파트너로 보고 있다. 스위스 하원의원 토마스 에스키는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 비슷하지만 비용이 저렴하고, 베트남보다 확실히 더 발전했다"며 스위스가 말레이시아와 양자 투자 보호 협정도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4개 회원국 중 경제 규모가 가장 작은 리히텐슈타인도 이번 협정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이다. 하원의원 세바스티안 가스너는 "우리는 천연자원이 없는 작은 나라이지만,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유무역이 필수적"이라며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의 인재를 활용하고,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새로운 기술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FTA 대표단의 말레이시아 방문 기간 동안, 대표들은 탈탄소화와 탄소 포집 및 저장(CCS)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도 논의했다. 순드네스 노르웨이 의원은 "우리는 북해에서 50년 동안 CCS 경험을 축적해왔으며, 말레이시아와 석유·가스 생산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기술 이전과 연구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EFTA의 이번 행보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유럽 국가들의 전략적 대응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제 블록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다변화된 무역 파트너십 구축은 작은 경제 규모의 국가들에 더욱 중요한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