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필리핀 순방으로 중국 영향력 견제 나서
CPTPP 틀 강화하며 다자간 무역체제 수호에 주력
CPTPP 틀 강화하며 다자간 무역체제 수호에 주력

이시바 총리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팜 민 친 베트남 총리와 회담을 갖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다자간 자유무역 강화에 합의했다. 양국은 또한 차관급 외교·국방 대화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으며, 일본은 베트남을 공식 안보 지원 제도에 따른 방위 장비 수혜국 목록에 추가할 계획이다.
이번 베트남과 필리핀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남아시아에 대한 '상호적' 무역 관세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기본 10% 관세는 이미 시행됐으며, 나머지는 협상을 위해 90일간 유예된 상태다.
후지 여자 대학의 와타나베 요리즈미 총장은 "이시바 총리의 동남아시아 방문은 현재 중국과의 관계 상태를 감안할 때 매우 중요하다"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아세안 국가 방문 직후에 이뤄진 이번 조치는 특히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심화하는 한편,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로 인한 반발이 거세지고 중국이 동남아시아와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면서 이 지역의 자유무역이 훼손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주 NHK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세를 "국가적 위기"라고 표현하며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다른 국가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개방경제와 자유무역의 선두주자로서 아세안 및 유럽연합과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영국 등이 참여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틀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은 2017년 미국이 탈퇴한 후 TPP를 부활시키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했다.
베트남은 미국으로부터 46%의 상호 관세를 부과받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와타나베 총장은 "트럼프의 관세는 명백히 WTO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일본과 베트남 모두 미국과 양자간 무역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국제협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가 방문할 예정인 필리핀은 국방과 해양 안보 분야에서 일본과 관계를 강화해왔다. 양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 국립정책대학원의 유스케 타카기 부교수는 "양국 해안경비대 간의 파트너십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해양 영역 인식 역량 강화 측면에서 일본의 레이더 수출과 같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고위 관리는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관세 조치 속에서 일본이 TPP가 발효됐을 때와 같은 리더십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의 이번 순방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 사이에서 자유무역 체제를 지키려는 일본의 외교적 노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행보로 평가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