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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군비 증강, 동아시아 방위비 지출 경쟁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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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군비 증강, 동아시아 방위비 지출 경쟁 촉발

스웨덴 싱크탱크 "중국, 아시아 전체 국방비의 절반 차지"
일본, 방위비 21% 증액하며 1958년 이후 최고 수준 기록
중국의 공격적인 군사력 현대화가 동아시아 전역에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공격적인 군사력 현대화가 동아시아 전역에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공격적인 군사력 현대화가 동아시아 전역에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고 스웨덴의 권위 있는 평화 연구기관이 경고했다고 28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연례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72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

이는 10년 연속 증가세이자 냉전 종식 이후 가장 가파른 연간 증가율로, 세계 각국이 지정학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인도 등 세계 5대 군사비 지출국은 전 세계 총액의 60%를 차지하며, 이들의 총 지출액은 1조6400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의 군사비 지출은 2024년 629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큰 증가율이며, 그중에서도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비는 7.8% 급증한 4330억 달러를 기록했다.
SIPRI 보고서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군비 지출 급증 배경에 중국의 공세적 군사력 확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24년 군사비로 3140억 달러를 지출해 전년 대비 7% 증가했으며, 이는 2015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중국의 국방비는 아시아 전체 지출의 절반을 차지하며, 30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IPRI 군사비 및 무기생산 프로그램 연구원 샤오 량은 "중국의 군 현대화는 장기적인 전략적 목표였지만, 중국의 지속적인 군비 증강은 확실히 지역 우려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대만, 인도, 호주를 포함한 동맹국들이 국방 계획의 주요 요인으로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2035년까지 스텔스 전투기, 드론, 무인 잠수정, 사이버 전쟁 전력 및 핵무기 확대 등 모든 군사 영역을 현대화한다는 장기 목표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대응해 이웃 국가들도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24년 국방비를 553억 달러로 21% 증액해 GDP 대비 1.4%를 방위비로 할당했다. 이는 195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의 군비 증강은 장거리 타격 능력과 방공 시스템에 중점을 둔 2022-27년 군비 증강 계획과 일치하며, 2024년에는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포함한 장거리 타격 시스템에 130억 달러를 지출했다.

량 연구원은 "일본은 2024년 국방백서에서 중국과의 역량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핵전력 확장과 점점 더 정교해지는 미사일 및 해양 역량을 포함한 중국의 군 현대화를 주요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고 전했다.

대만도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2024년 군사비를 1.8% 증가한 165억 달러로 책정했다. 이 중 18%는 미국 해군 시스템 구매와 F-16 전투기 업그레이드에 배정됐으며, 드론과 안티 드론 시스템 개발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한편, 세계 최대 군사비 지출국인 미국은 2024년 국방예산을 5.7% 증가한 9970억 달러로 책정해 전 세계 총액의 37%를 차지했다. 미국 예산의 상당 부분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군 현대화에 할당되었다.

특히 핵무기 현대화에 377억 달러, 미사일 방어에 298억 달러가 배정되었으며, F-35 전투기용 무기 체계에 611억 달러, 새로운 해군 함정에 481억 달러가 투입되었다.

미국은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6억 달러를 배정했으며, 이 중 대만에 대한 군사 원조로 19억 달러가 포함되었다. 아울러 호주, 영국, 미국의 3국 방위 기술 공유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를 위해 미국 잠수함 산업 기반에 33억 달러를 할당했다.

량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국방비 삭감 추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안된 삭감 분야는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국방 예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총 지출을 줄이기보다는 드론, 잠수함, 중국 대응과 같은 새로운 우선순위에 자금을 재할당하는 쪽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동아시아 지역의 군비 경쟁이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계속되는 한, 주변국들은 방위력 격차를 좁히기 위한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