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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미국, 양자 컴퓨터 경쟁 중국에 뒤질 수 있다"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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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미국, 양자 컴퓨터 경쟁 중국에 뒤질 수 있다" 경고

브래드 스미스 사장, 양자 연구 자금 증액 및 정책 갱신 촉구
양자 컴퓨팅의 안보 위협 가능성 NSA 경고와 맞물려 주목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사진=로이터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세대 핵심 기술로 꼽히는 양자 컴퓨터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미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28일(현지시각)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장은 이날 "미국은 양자 컴퓨터 개발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질 여유가 없다"고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가 양자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스미스 사장은 "대부분은 미국이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의 전략적인 기습 공격이나 이미 미국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간단히 말해, 미국은 이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더 나쁜 경우 완전히 패배할 여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이런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경쟁과 더불어 미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양자 컴퓨팅 연구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미스 사장은 트럼프 행정부에 △양자 연구 자금 대폭 증액 △국가양자이니셔티브법(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 갱신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양자 컴퓨터 시험 프로그램 확대 등을 구체적으로 촉구했다.

더불어 그는 백악관에 △양자 기술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수학 및 과학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 강화 △양자 기술 관련 박사 학위 소지자들의 신속한 이민 절차 지원 △미국 정부의 양자 컴퓨터 부품에 대한 국내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구매 등을 제안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이 양자 컴퓨팅 기술에서 미국을 앞지를 경우 국가 안보에 어떤 구체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지 명확히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NSA) 관계자들은 중국이나 다른 적대국이 양자 컴퓨터를 먼저 개발해 미국을 놀라게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을 경고했다.

워싱턴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NSA의 연구 책임자인 길 에레라는 만약 '블랙 스완'과 같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양자 컴퓨터의 강력한 연산 능력으로 인해 현재의 암호 체계가 무력화돼 은행들의 거래 내역과 같은 민감한 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작동 가능한 양자 컴퓨터는 일반적으로 공개적으로 공유되는 기존의 암호화된 데이터까지 해독할 수 있어, 미국의 핵무기 시스템과 관련된 비밀 정보가 노출될 위험성까지 제기되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월, "마요라나(Majorana)"라는 최신 양자 칩을 공개하며, 프로토타입 장치 개발을 위해 새로운 종류의 물질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구글은 "윌로우(Willow)"라는 새로운 양자 프로세서를 공개하며,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우주의 나이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복잡한 수학 문제를 단 5분 만에 해결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혀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컴퓨터는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0 또는 1의 값을 갖는 비트(bit)를 사용하는 반면, 양자 컴퓨터는 양자역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큐비트(qubit)"를 활용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큐비트의 중첩 및 얽힘과 같은 양자 현상을 이용하면 기존 컴퓨터로는 풀 수 없었던 복잡한 화학 시뮬레이션, 신약 개발, 최적의 물류 경로 탐색 등 거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개발되고 있는 양자 컴퓨터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많은 컴퓨터 산업 관계자들은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어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까지는 수십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번에 공개한 마요라나 칩은 8개의 큐비트를 탑재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의 칩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만 개의 큐비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고객에게 충분한 신뢰성을 제공할 수 있을지 검증하기 전에 수백 개의 큐비트를 가진 장치를 먼저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브래드 스미스 사장의 공개적인 경고는 미국이 미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와 전략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양자 컴퓨팅 기술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경쟁력에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