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일본, 고급 전기차 급증에 따른 자동차세 개편 검토 착수

글로벌이코노믹

일본, 고급 전기차 급증에 따른 자동차세 개편 검토 착수

고가 EV에 유리한 현행 세제에 형평성 문제 제기
머스크-트럼프 관계와 휘발유세 논쟁으로 개혁 난항 예상
롤스로이스 공장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세련된 피크닉 시설'로 묘사되는 롤스로이스 핸드메이드 제품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롤스로이스 공장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세련된 피크닉 시설'로 묘사되는 롤스로이스 핸드메이드 제품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일본 정부가 고급 전기자동차(EV) 판매 증가에 따른 세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년 만에 자동차세 제도 개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29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현행 세제에서는 고가의 전기차가 저가 모델과 동일한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에 판매된 전기차 모델 중 44대가 세전 1,000만 엔(약 7만 달러) 이상의 고가 모델이었다. 이는 2022 회계연도 대비 약 80% 증가한 수치다. 한 패널 리더는 "솔직히 이것이 가장 해결하고 싶은 문제"라며 고가 전기차에 대한 우대 세율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일본의 자동차세는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엔진 배기량에 따라 연간 최대 11만 엔까지 부과되는 반면, 전기차는 엔진이 없어 차량 가격이나 크기에 관계없이 연간 2만 5천 엔의 최저 세율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이는 정부가 탈탄소화에 기여하는 친환경 차량의 개발과 구매를 장려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결과적으로 고가의 전기차일수록 상대적인 세금 부담이 가벼워지는 모순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 럭셔리 자동차 제조사 롤스로이스의 첫 전기차 '스펙터'는 가격이 4,800만 엔(약 33만 달러)부터 시작함에도 가장 낮은 자동차세를 부과받게 된다. 차량이 비쌀수록 현행 정액제 하에서 실효 세금 부담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자동차 관련 세금 수입은 2025 회계연도에 약 2조 7천억 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80% 이상이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될 전망이다. 노후화된 인프라 정비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에 충분한 세수 확보는 시급한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세제 개혁 논의는 두 가지 주요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미국 정부의 반응이다. 테슬라는 2024년 일본 EV 시장에서 닛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전기차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세제 개혁은 미국의 관세 보복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휘발유세를 둘러싼 일본 국내 정치적 협상이다. 집권 자유민주당과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 그리고 야당인 국민을 위한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임시세를 폐지하여 휘발유에 대한 세금을 낮추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지방세 수입 감소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쟁점으로 남아있다.

재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만약 정부가 자동차세 인상으로 세수 균형을 맞추려 한다면, 자동차 업계는 강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과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올 여름으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 이후에야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환경 정책과 세수 확보, 그리고 산업 육성이라는 다양한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고급화됨에 따라 과세 형평성 문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지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