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허 관세 정책, 글로벌 금융 시장 '혼란'
'마러라고 협정' 실현 낮지만 달러 안정 필요성 제기…아시아 통화 스와프 등이 대안
'마러라고 협정' 실현 낮지만 달러 안정 필요성 제기…아시아 통화 스와프 등이 대안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장관의 최근 회담에서 통화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점은 시장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이후 달러, 주식, 국채가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백악관의 정책 초점이 통화 및 채권 시장 안정화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이 제시했던 '마러라고 협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보고서는 달러 고평가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심화시키고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며, 징벌적 관세를 통해 다른 나라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달러 보유고를 매각하도록 유도하고, 연준 보유 달러 자산을 장기 채권으로 전환하여 달러를 묶어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센추리 채권으로의 일방적인 전환이 채무 불이행에 해당할 수 있으며, 달러와 미국 국채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실현 가능성이 낮은 아이디어로 평가절하했다. 미란 자신조차 최근 행사에서 해당 보고서 내용과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미란의 견해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 장관은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를 유지하면서 달러 강세로 인한 부담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는 미국에 막대한 특권을 부여하지만, 지나친 강세는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타나베 히로시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은 기축통화는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달러 가치 하락 시도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 유지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 아시아 외환 위기 이후 신흥 시장의 달러 보유고 증가가 금융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미란의 '마러라고 협정'을 1985년 플라자 합의의 재현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이 주요 협상 대상이라는 점에서 자발적인 합의 도출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라는 압박 카드를 활용하여 각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하고 있으며, 시장 혼란을 통해 달러의 급격한 가치 하락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무역 전쟁이 심화될 경우 중국이 미국 국채를 처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정책 전문가 에드워드 피시먼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경제 정책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협상에서 통화 문제가 완전히 배제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최근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마러라고 협정'이 농담처럼 언급된 사례도 있다.
미국이 달러 조정에 진지하게 나선다면, 다른 국가들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가지 대안으로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단기 미국 국채를 만기가 더 긴 채권으로 전환하여 달러의 급격한 유출을 막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한, 아시아 통화 스와프 협정을 확대하는 것도 달러 보유고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인 일본은 유리한 조건으로 스와프 협정을 확대할 수 있는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허한 무역 정책 속에서 달러화의 향방은 글로벌 금융 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