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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트럼프 관세 압박에도 美 생산 이전 여전히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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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트럼프 관세 압박에도 美 생산 이전 여전히 멀어

중국 의존도 여전히 높아...공급망 현실이 '메이드 인 아메리카' 아이폰 막아
인도·베트남 생산 확대해도 기술자·부품·비용 문제로 중국 대체 어려워
애플은 맥북 라인업의 생산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공급업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은 맥북 라인업의 생산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공급업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애플이 중국산 기기에 대한 145% 관세 위협에 직면하자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기보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생산을 두 배로 확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하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이 주장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아이폰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30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닛케이 아시아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인도 공급업체들의 아이폰 생산 확대를 지원하고, 미국행 아이폰·맥북·아이패드의 대부분을 인도와 베트남에서 생산하도록 지시하고, 태국으로의 부품 생산을 서두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애플을 비롯한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이 오랫동안 생산 다변화를 추진해온 동남아시아와 인도조차도 중국의 초고효율 공급망에 맞서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석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애플의 상위 187개 공급업체 중 약 84%가 여전히 중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애플 공급업체 수는 베트남에 35개, 태국에 24개, 인도에 14개로 증가했지만, 인력 부족, 비용 상승, 언어 및 문화적 차이 등으로 추가 확장은 지연되고 있다. 중국이 생산 장비 및 자재 수출에 대한 세관 검사를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복잡한 공급망 전체를 전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예를 들어, 일부 맥북, 맥 미니, 아이맥에 '베트남제' 또는 '태국제' 라벨이 붙어 있지만, 모든 구성 요소가 해당 국가에서 생산되고 조립된 것은 아니다.

여러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제품의 메인보드는 최종 조립을 위해 중국 청두, 선전, 상하이로 다시 보내진다. 금속 케이스, 기계 부품, 커넥터 등 다른 부품들은 아직 중국 밖으로 옮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맥북 부품 공급업체 임원은 "애플 맥북의 금속 케이스는 나사가 몇 개만 있는 일체형 몰딩을 사용하는데, 이는 다른 노트북보다 훨씬 복잡하고 조립하기 어렵다"며 "특정 금속 성형 기계와 숙련된 기술자 및 작업자가 필요한데, 현재 중국만이 충분한 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데이비드 다이 분석가는 총 마진이 20% 미만인 전자 제조 또는 부품 제조업체가 미국으로 생산을 이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미국에서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노동자를 찾을 수 없다"며 "애플은 아이폰 조립의 상당 부분을 인도로 옮기길 희망했지만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인도에서 생산된 아이폰의 점유율은 여전히 20%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임금 차이도 큰 장벽이다. 카운터포인트의 애널리스트 이반 램은 "중국 정저우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블루칼라 노동자 평균 임금을 비교하면 미국 비용이 몇 배나 더 높다"며 "관세만으로는 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도록 압박하기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데이터에 따르면, 소비자 가전의 대부분은 여전히 중국에서 생산되며,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의 64%, 노트북의 79%, TV의 72%를 생산했다.

기술 브랜드들이 미국으로 서두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동남아시아와 인도에 대한 일부 관세 유예 기간이 종료된 후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 그리고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대한 '별도 관세' 세부 사항이 어떻게 결정될지 불투명하다.

대만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AUO의 폴 펭 회장은 "만약 제조업을 미국으로 가져온다면, 비용이 100% 이상 증가할 수 있다"며 "미국은 기술 생산을 위한 견고한 기반이나 강력한 공급망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TSMC가 대표적인 예로, 애리조나에서는 공장을 짓는 데 4년이 걸렸지만, 대만에서는 1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력, 비용, 효율성 등 여러 장벽으로 인해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미국 생산 이전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며, 중국과 아시아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는 쉽게 줄어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