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얘기할 때는 진짜 늦은 것이다 하지만 때가 늦은 것이지 내가 늦은 것은 아니다
일의 특성상 최근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중에는 기업에서 임원이나 부장급으로 회사 생활을 하다가 사회로 나온 분들이 많다.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때는 밝고 즐겁다. 그러나 얘기가 이어질수록 활기가 없어진다. 과거의 이야기를 할 때는 어떤 일도 했고, 무슨 성과도 만들었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이도 잠시 현재의 모습을 얘기할 때는 표정은 유지되고 있으나, 전해오는 분위기는 다르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얘기로 초점을 바꾸기 위해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실 계획인가요?"라고 질문하면 이젠 낯빛이 어둡다.
한결같이 하는 얘기 중 하나가 "왜 회사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늦었다면 얘기할 때가 정말 늦은 것인지 모른다. 이미 그들의 후회는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사실 이 시대의 중년들이, 아빠들이, 엄마들이 지금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알고 있다. 별 보고 출근하여 별 보고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었을 테고, 늦은 술자리의 하소연 이후에도 다음날 어김없이 자리에 앉는다. 힘든 일도 많고 당장 때려치우고 나오고자 했던 적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지 못하고 더 열심히 더 최선을 다해 달려온 것도 알고 있다. 당신은 충분히 가치 있으며, 더욱 빛나야 한다. 조금 늦었다 생각이 들겠지만, 당신은 한 번도 전진을 멈춤 적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위로의 말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현실적인 타개책이 될 수 없다.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 않는 법이다.
급변하는 시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싶다. 한 가지가 있다면 미래를 계획하는 것뿐이다. 이렇게 변화가 심한데 어떻게 예측하냐고 되묻는 경우도 많다. 그럼 변화하는 현실을 핑계로 가만히 있는 것은 현명한가? 지나간 시간은 이미 바꿀 수 없다. 자신이 단지 건드릴 수 있는 것은 현재와 미래뿐이다. 특히 자신의 미래에 대한 통제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고 계획해야 할까? 먼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 과거를 돌아보는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과 영화만을 얘기할 수 없다. 그래서 이는 차치해두기로 한다. 현재부터 얘기의 초점을 잡아보자.
유명 대기업에 다닌 친구 P는 디자인 전문가였다. 서른아홉에 회사를 나와, 지금은 고향인 청주에서 디톡스 주스 전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건실한 사업자가 되었다. 미래에 대한 계획한 바는 있었으나 회사를 급작스럽게 나온 케이스이다. 그가 회사를 나오던 시점에 카페에서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고등학교 친구이니 대화는 자연스러웠으나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무거운 분위기였다. 특히 30~40분이 지난 후 부터는 대화가 되고 있지 않는 느낌이었다. 왜 그럴까? 질문으로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질문은 "넌 좋아하는 게 뭐야?", "잘하는 게, 잘 할 수 있는게 뭐야?"라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놀라왔다. "사실 그걸 잘 모르겠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 졸업 후 S전자에서 디자인과 관련한 일을 10년 넘게 했는데 "잘 모른다"라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 그래 우린 사실 자기 자신을 잘 몰라!"라고 위로를 전했으나 이미 늦었다. 그 이후 우리의 대화는 계속 겉돌았다.
그렇게 결론 없이 대화를 끝내고 우리는 카페에서 나왔다. 친구가 집 앞까지 태워다 주고 돌아가면서 차창 밖으로 던진 말이 또 한 번 머리를 쿵하고 때렸다. "나 사실 한 번도 나에게 그런 질문 하지 않으면서 살았던 것 같아. 열심히는 살았는데 그런 질문을 할 여유 없이 여기까지 온 것 같아. 그래서 계속 대화하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한다고 집중이 안 된 것 같아."라고 말했다. 돌아가는 길 그가 얼마나 힘들까 걱정이 들면서도 그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될까. 또 그 생각이 그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조금 더 선명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페이스북은 소셜에 늦었고, 구글은 검색에 늦었고, 애플도 스마트 폰에 늦었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 그 분야의 강자다. 늦었다고 할 때가 이르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본질에 집중했다. 소셜에 핵심이 무엇이고, 검색의 핵심이 무엇이고, 스마트 폰의 핵심이 무엇인지에 집중한 것이다. 또한 잘 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늦은 건 늦은 거다. 그냥 인정하자.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하고 멈춰있으면 안 된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늦었다고 포기하거나 멈추지 말고, 더 크고 빠른 전진을 위해 잠시 생각해보자. 무엇이 나의 경쟁력이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더 나아가 10년 또는 20년 후에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면 행복할지 생각해야 한다.
플랜비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플랜비를 계획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힘들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선택 가능한 대안들을 찾아보고 변화를 위한 결심을 하기 바란다. 늦었다고 서두르지도 말고, 쉬지도 않아야 한다. 꾸준한 계획과 준비, 노력만이 진정한 플랜비의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시각화하는 것이다. 변화를 위한 결심이 끝났다면, 대안들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리허설이다. 이 단계에서는 소중한 사람들(가족, 친구, 지인 등)에게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평가받아야 한다. 대안의 모색과 아이디어 평가에 대한 일반적인 도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보면 변화로부터 얻게 될 긍정적인 결과를 확실하게 그릴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변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가 무엇인가? 또는 어떤 모습이 되었을 때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세 번째 단계는 선택안을 좁혀서 개괄적인 계획을 수립한다. 플랜비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대한 변화이다. 이러한 커리어와 관련한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는 로드맵(road map)을 만드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기술하는 것이다. 각 선택안의 개괄적인 계획의 목표, 종착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기술하여야 한다.
네 번째 단계는 결정된 계획을 다듬고 이를 진행해야 한다. 플랜비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예측했던 일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계획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설정하고, 진행 과정을 단계별로 세분화하여 각 단계에서 취해야 할 행동을 설정한 후 계획을 진행시키는 것이다. 계획의 각 단계에 대해 언제까지 완성하겠다는 특정한 날짜를 지정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단계는 진행사항을 점검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을 할 때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하물며 인생의 플랜비를 준비하는 일에 있어서 체크리스트는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정기적으로 시간을 할애하여 계획이 목표하는 방향대로 잘 나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플랜비는 철저한 계획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물론 계획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아마도 플랜비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계획을 수정하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럼 뭐하러 힘들게 계획을 만드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즉흥적으로 문제에 대응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으니 계획도 필요없는 것이 아니다. 예측이 안되니까 계획하는 것이다. 우리가 플랜비를 계획하는 것은 이를 통해 최소한 우리의 삶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스스로 깨달기 위해서이다. 계획을 변경해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상황이나 주변환경이 아니라 자기 자신 뿐이다. 플랜비에 늦지 않기 위해 앞에서 제시한 다섯 단계를 통해서 플랜비를 준비하고 계획하길 바란다.
최익성(경영학 박사) 플랜비디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