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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은나라, 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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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은나라, 큰 시장

조용국 Nurkaz Int’l 대표




1991년, 한 세기를 풍미 하고 냉전시대를 이끌었던 ~ism의 몰락과 함께 소 연방이 해체되었다. 15개 국가로 재 탄생한 이 지역 남쪽에 이름조차 생소한 ~stan 5개국의 탄생으로 인해 중앙아시아는 지구촌의 옴파로스로 알려지게 되었다.

실크로드 천산북로의 중심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Kyrgyz Republic)이 오늘 소개 할 작은 나라이다. 국토면적 199,000km2(한반도 보다 조금 작은 크기), 인구 약 660만명의 이 나라는 국토의 대부분이 해발 2천미터 이상에 위치한 전형적인 산악 유목국가이다.

키르기스스탄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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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네이버 해외정보

석유, 가스는 물론 광물자원이 풍부한 인근 국가(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들에 비해 파미르고원을 품고 있는 타지키스탄과 함께 매우 빈곤하고 경제 발전이 뒤떨어진 나라 중 하나이다. 사계절 만년설을 이고 있는 천산산맥의 고봉들 덕분에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물이 풍부했던 까닭으로 실크로드를 동-서로 오가던 대상들에게는 오아시스 지역으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이 지역 주민들은 일찍이 남다른 상술을 체득할 수 있었다.

키르기스스탄 북부에 위치한 수도 비쉬켁(Bishkek)은 국토 중 얼마 되지 않는 평야 지역에 위치해 인구 120만 정도가 거주하며 정치, 경제, 산업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도시의 북쪽 인근으로 위치한 컨테이너 시장 “도르도이(Dordoi)”가 오늘 설명 드리고자 하는 큰 시장의 하나이다.

1991년 독립한 직후 형성되기 시작한 “도르도이” 시장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키르기스스탄 내수를 감당하기 위한 것이 아닌 러시아를 포함한 CIS 지역의 서민 생필품 수요를 기반으로 한 국제시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잠시 이 시장의 규모 및 내용을 살펴 보자면

ㅇ 연 면적 100 헥타르로 42,000개의 컨테이너 상점이 영업하고 있다
ㅇ 모든 매장과 사무실은 컨테이너로 이루어져 있으며 계획된 구역과 통로를 확보하고 있는 2층 구조로 아래층은 매장, 위층은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ㅇ 종사하는 인원은 60,000명에 달하며 해당 시장의 기능을 보조하기 위한 간접고용 형태의 근로자가 약 100,000~150,000명이 1월 1일을 제외한 364일간 쉼 없이 일하고 있다.
ㅇ 주 거래국은 수입에 있어 중국, 터키, 두바이, 한국 등이며 판매 대상국은 카자흐스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CIS 대부분 지역의 도매상들이다.
ㅇ 영업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새벽 도매시장의 형태를 띈다.
ㅇ 2008년 외환위기 전까지의 거래량은 연간 65억 달러에서 70억 달러에 달했으며 2012년 경, 21억 달러까지 침체된 후 2019년에는 약 57억 달러로 회복하였다.
ㅇ 현재 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90% 가량은 중국산이며 의류, 전자, 신발, 전자제품 등의 생필품 전반이 정해진 구역별로 특화되어 판매 된다.
자료 : 키르기스 관세청 집계 및 도르도이 회사 관계자 인터뷰

도르도이 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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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AKI TV

도르도이 시장 내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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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Depositphotos.com

“도르도이”의 시작은 1991년부터이며 소비에트 시절 키르기스 청년동맹 부서장이었던 “아스카르 살림제코프”가 중앙아시아의 물류중심으로 키울 생각으로 만들었다. 그는 현재 “Dordoi Group”의 회장으로 비쉬켁 시내에 종합백화점과 자동차 부품 시장, 축구클럽 등을 소유하고 있는 키르기스 최고의 부호이기도 하다. 무역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독립 초기, 국가 스포츠위원회 대표단의 일원으로 유럽 등지를 자주 방문하던 중 프랑스 파리의 벼룩시장에서 큰 인상을 받은 후 키르기스 정부에 제안하여 수도 바로 인근에 시장설립을 승인 받아 출범하게 되었다.

이 시장의 성공으로 인하여 키르기스스탄은 제일 먼저 시장경제를 받아 들인 국가로 인정되었고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물론 1998년 CIS지역 국가 중 최초로 WTO에 정식 가입되었다. 가입 이후 중국과의 국경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하였고 “도르도이”를 기반으로 판로를 개척한 효과로 수도 비쉬켁 전역을 중심으로 봉제산업이 발달하게 되어 서민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데 이바지 하였다.

1994년, 모스크바를 주 무대로 하던 필자가 처음 키르기스에 발을 딛고 이 시장을 최초로 견학하게 된 그 즈음이 이 시장의 황금기를 여는 시작점으로 당시에는 한국과 연결된 상품교역이 적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 중심을 한국산 섬유가 견인하게 되었고 봉제산업을 확산시켜 오늘날 키르기스스탄에서 가장 자리 잡은 산업의 축으로 성장하게 한 요인이 되었다.

미 연방 국제개발국(USAID)의 보고서에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수도 비쉬켁 인근에 430개 이상의 관련기업이 운영되고 있으며 키르기스스탄 전체에 약 5,000개의 봉제공장이 가동 되어 30만명이 넘는 고용인구를 유지하는데 이 숫자는 수도 비쉬켁에 거주하는 근로가능 연령대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봉제산업의 발달은 또 다른 요인의 제공을 통해 “도르도이” 시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데 일조하는 한편 시베리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CIS 지역의 옷 공장 역할을 수행하여 오늘날 봉제, 패션 산업의 기초가 되었다. 쇠퇴기에 빠져 있는 한국의 섬유 패션관련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늦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도르도이” 시장 초기에는 한국과의 물품 교역이 왕성하게 이루어져 러시아산 전세화물기가 1주일에 5~7편 이상 운항하며 김포로부터 상품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 현재는 “도르도이”를 비롯한 키르기스 전체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90% 정도가 가격과 물류접근성을 내세운 중국산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겪는 가운데 키르기스와 카자흐스탄 시장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간 한류에 의해 화장품과 식품을 위주로 현지시장의 판도를 바꾸며 한국 상품의 인기를 예전으로 되돌리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독립 이후 바로 밀려들기 시작한 중국산 제품들을 가격적 선택을 통해 긴 기간 의존해 왔으나 품질과 신뢰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키르기스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 지역 주민들은 과거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이주를 통해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고려인” 들이 보여준 성실과 근면함, 높은 교육열을 통한 성공스토리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의 위상 및 한류를 통한 한국의 문화 등을 여과 없이 받아 들이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로 보면 한국 상품, 한국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매우 긍정적이고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런 긍정적인 기회를 통해 지구 한복판의 작다고 여겨만 왔던 나라의 큰 가능성이 있는 시장에 도전하고, 직접 진출을 시도하는 것은 어떨까? 러시아를 포함, 하나의 언어로 소통이 가능한 CIS 지역 수 억의 인구와 종교적 친연성은 물론 가까운 거리에 접해 있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아랍권 국가들과의 중심부분에 위치한 중앙아시아는 한국 중소기업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지역이 되지 않을까? 낯설고 물류도 불편한 지역이나 역으로 생각하면 그러한 여건 때문에 한국 중소기업에게 적합한 시장이 될 것이고 미래를 겨냥해 먼저 자리잡는 다면 매력적이며 안정된 시장이 되지 않을까? 필자에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하라 한다면 “대한민국 중소기업 대표님들, 작은 나라를 통해 연결된 큰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요?”라는 질문으로 답할 것이다.

키르기스스탄의 “도르도이” 시장에서는 인근 CIS 여러 국가의 상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소규모기업 등은 스스로 상품을 운송하며 도매 상인들은 단체로 타고 온 버스의 짐칸에 싣거나 시장 곳곳에 성업 중인 운송업체에 위탁하면 저렴한 비용에 통관절차를 포함해 CIS 각 지역에 배달된다. 더구나 키르기스스탄은 CIS 역내 경제규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EAC)에 가입되어 있어 공식적으로 재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물류의 이동이 가능하다. 해당 국가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등 5개국이며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 Nurkaz Int’l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을 거점국가로 한국 중소기업 수출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GLOLINK 회원사임.
자료 : 네이버 해외정보, 키르기스 관세청, AKI TV, Depositphotos.com, 관계자 인터뷰 종합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