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민 LK Global SA 대표이사
많은 사람들이 우선 아르헨티나 하면 떠오르는 것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한 때 잘 살다가 페로니즘으로 거덜난 나라, 축구, 탱고 등등이다. 특히 악명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침체는 너무도 잘 알려진 것이어서 오히려 한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 몇십 년 산 교민들보다 더 이론적으로 조목조목 원인과 해결책까지 제시하기도 한다.
필자를 조금 잘 아는 사람 중에는 어떻게 아직 거기서 사업을 하고 있느냐, 아직도 아르헨티나에 사느냐고 물을 때가 많이 있다. 다소 거주하기 열악할 것 같은 나라에 오래 사는것이 신기하다는 것이다.
공무원 포함 약 9백만 명이 (공무원을 제외하면 6백만이 안 된다) 직접세를 내고 있고, 연금 등 각종 정부의 보조금 갯수가 2천 5백만개를 넘는다. 그러니 돈을 찍어서 막을 수밖에 없어 인플레가 없을 수가 없다.
지난 10년간 누적 인플레는 약 2,500%로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수단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달러를 일상에서도 기축 화폐로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가지고 있는 페소의 가치가 매일 매일 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약간의 돈만 있으면 일단 달러를 사고 본다. 특히 부동산 가격 등, 비교적 가치가 높은 것의 매매에는 모두 달러를 사용한다.
아르헨티나는 지금까지 1816년 독립이후 총 8번에 걸쳐 외채 디폴트를 한 나라이다. 그래서 이 곳에는 거래선이 국제적인 신용이 있는 유명기업이 아닐 경우 판매보다 수금이 더 중요하다.
판매에만 매달려 미리 결제나 결제 장치를 준비하지 않고 수출을 진행한 이후 수금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핑계는 거의 같다. 중앙은행에서 송금 결제를 안 해 준단다. 문제는 이를 알아 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말로 송금 규제에 걸린 경우보다 명가의 보검식으로 이 핑계를 대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또한 시중에서 유통하는 암(暗)달러(2021.6.28(월) 기준 공식환율과 시중 암달러 70%차이)는 공식달러보다 높기 때문에 암달러의 가치가 급등하면 가격을 내려 달라고 억지를 쓰는 회사들도 많다.
그러면 왜 아르헨티나에서 사업을 할까? 여기의 노조법이나 세금압박은 상상을 초월하여 현지에서 아르헨티나 등록 회사를 운영하는것은 매우 힘든데도 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서도 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이면 몰라도 일반의 경우는 이 나라가 쉽지 않은 선택임은 부인할수 없다. 그러나 그래도 여기서 사업을 하는 메리트를 살펴보자.
일단 아르헨티나는 사업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다들 들어오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일단 깃발을 꽂은 회사는 그만큼 유리한 것이다. 또한 같은 이유로 회사의 이윤이 아주 높다. 아르헨티나 COST라는 직접, 간접 세금이 높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휴일, 악명 높은 노조의 각종 파업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통관은 수입허가에서 부터 왜 이렇게 힘든지 또 부대경비는 얼마나 비싼지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높은 마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제품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너무 비싸 많은 이곳에 온 출장자들이 처음에는 군침을 삼키지만 위의 것을 다 챙겨 보면 수긍을 한다.
여기서 50명 이하 정도 소규모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의 사업주나 규모가 있는 사업체 주인 그리고 전문직 종사자들 중 우루과이에 별장을 가지고 떵떵거리고 사는 사람이 많다. 이 나라도 아니고 인접국 우루과이에 별장을 사는 여유를 부릴 만큼 이윤이 높다는 이야기다. 우루과이의 세계적인 휴양지인 Punta del Este의 부동산의 80%가 아르헨티나인 소유이다.
아르헨티나 시장은 거의 독과점으로 형성되어있는데 인구 4천 만명이라 작지만은 않은 시장이고, 또 위의 여러가지 이유로 현지 생산보다는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유통구조를 잘 가지고 있는 아르헨티나 바이어들은 조금만 사면 독점권이나 광고 등을 위해 조금 도와 달라고 무리한 부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물론 그 이면에는 직접 들어와 판매는 어려우니, 우리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중남미의 가장 백인국가라는 자부심도 깔려있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 곳을 방문한 스페인 총리에게 공식석상에서 멕시코인은 인디언에서 출발했고 브라질인은 정글에서 나왔으나, 아르헨티나인는 유럽에서 배타고 이곳에 왔다고 발언하여 해당 국가와 언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는데, 사실 이 발언은 이웃나라에 대한 아르헨티나인의 시각을 잘 대변해 주는 사건이었다. 중남미 맹주국인 멕시코와 브라질 사람들을 이렇게 보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보겠는지 상상할 수 있다.
중남미의 아마존인 MERCADO LIBRE부터 시작하여, GLOBANT, OLX등의 유니콘회사가 여기서 나왔고, 많은 회사들의 시스템 운영 센터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나라가 지난 70년 동안 다소 혼란스러웠던 관계로 지금까지 개개인은 알아서 살아 남아가야 했기에, 특출한 자들이 각 분야에서 많이 나왔다. 또한 유태인들이 세계에서 많이 사는 나라중 하나이며, 유럽이민자 그리고 아랍인, 최근에는 중국 이민자까지 모여 사는 이민국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 곳에서 20여 년간 물류회사를 운영하며 여러 회사와 거래를 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 기업이 가장 아르헨티나에 진출하는 좋은 방법은 이곳에서 시장을 확고히 가지고 있는 회사들을 통하여 진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단순 수출을 통하여 이 곳 시장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를 같이 고민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본다. 직접 진출은 현재 反(반)기업 정책으로 인하여 수많은 회사들이 짐을 싸들고 나가는 상황이므로 심사숙고하여야 한다. 언어문제도 없고 수십 년간 이 곳에 있었던 회사들도 나가는 판국에 의욕 하나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점점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짐에 따라 이 곳 아르헨티나에서도 KOREA 브랜드가 긍정적이므로, 현지에 믿을 만한 파트너와 잘 맞추어 시장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45년을 이 곳에서 살면서 나를 이렇게 받아 주고 우리 가족을 오늘 풍족히 살 수 있게 해 준 아르헨티나와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요즘에는 혹시 내가 타이타닉에 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겹칠 때도 많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