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변경된 미얀마 공식 회계연도(Financial Year, 이하 FY)가 다시 변경된다. 지난 2월 1일 정변 이후 미얀마 국정을 장악하고 있는 국가행정평의회(State Administration Council, 이하 SAC)는 기존 회계연도에 적용되는 ‘당해 연도 10월 1일부터 다음 해 9월 30일까지’의 회계연도 기간을 2022/23 회계연도부터 ‘당해 연도 4월 1일부터 다음 해 3월 31일까지’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2018/19 회계연도부터 공식적으로 적용되어 오던 현행 회계연도가 불과 3년여 만에 그 이전 기준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미얀마 공식 회계연도 변천사는 첫째, 1974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되어 온 ‘당해 연도 4월 1일부터 다음 해 3월 31일까지’, 둘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채택되어 온 ‘당해 연도 10월 1일부터 다음 해 9월 30일까지’, 셋째, 2022년부터 적용될 ‘당해 연도 4월 1일부터 다음 해 3월 31일까지’로 구분된다.
2015년 총선 승리로 2016년 4월부터 집권한 민간정부인 NLD(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정부는 2017년에 회계연도 변경을 추진하였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변경된 회계연도를 2018년부터 공공부문에 우선 적용하고 민간 부문은 1년 유예 뒤 2019년부터 전면 적용했다. 회계연도 변경과정에서 발생하는 6개월간의 공백기를 공공부분에서는 ‘과도기 회계기간’으로 민간 부문에서는 ‘FY2019(일명 미니 회계기간)’로 통칭했고, 기업들은 별도의 회계 및 세무 규정을 준수해야 했다. 군정은 2021년 회계연도 변경 과정에서 발생할 6개월간의 공백기를 현재 ‘임시회계연도’로 지칭하고 있으며 이 기간 동안의 회계 및 세무 규정이나 기업 적용시기 등에 대해 아직 명확한 지침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얀마 공식 회계연도 변경 과정
회계연도(FY) | 기간 | 비고 |
FY 2017/2018 | 2017. 4.1. ~ 2018. 3.31. | 1974~2017년 유지 |
FY 2018 | 2018. 4.1. ~ 2018. 9.30. | 일명 과도기 회계연도(공공부문) |
FY 2018/2019 | 2018.10.1. ~ 2019. 9.30. | 변경된 회계연도(공공부문) |
FY 2019 | 2019. 4.1. ~ 2019. 9.30. | 일명 미니회계연도(민간부문) |
FY 2019/2020 | 2019.10.1. ~ 2020. 9.30. | 변경된 회계연도(민간부문) |
FY 2020/2021 | 2020.10.1. ~ 2021. 9.30. | |
FY 2021 | 2021.10.1. ~ 2022. 3.31. | (비공식)임시회계연도(민간부문 적용시기 불명확 |
FY 2022/2023 | 2023. 4.1. ~ 2023. 3.31. | 민간부문 적용시기 불명확 |
민간기업들은 2019년부터 코로나19 사태와 정변이라는 정치·사회적 대혼란뿐만 아니라 수차례 회계연도 변경에 따른 각종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회계연도 변경을 위한 군정 동향
소에 윈(Soe Win) SAC 부의장 겸 부총리(SAC는 8월 1일 전격적으로 과도정부체제 출범을 선언하며 총리에 SAC 의장 민 아웅 흘라잉, 부총리에 SAC 부의장인 소에 윈을 지명)는 8월 24일 개최된 차기 회계연도 연방 예산 편성을 위한 조정회의에서, 현 회계연도가 마감되는 2021년 10월 1일부터 2022년 3월 말까지 6개월간의 임시 예산안 편성을 지시하며, 2022/2023 회계연도 기간 변경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8월 말 현재, 회계기간 변경에 대한 공식적인 절차와 발표는 물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적용시기, 회계 및 세무 규정 등 세부사항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행 2020/2021 회계연도 마감을 한달 앞둔 시점에서 기업들은 사업연도와 과세연도 조정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참고로, 회계연도를 ‘당해 연도 4월 1일부터 다음 해 3월 31일까지’로 채택한 국가들은 영국, 인도, 일본, 캐나다, 홍콩, 덴마크 등이 있다.
NLD의 회계연도 변경 사유 및 과정
- 기존 회계연도 시작 직후인 5월 말에서 6월 초에 우기가 시작되어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 건설이 대부분 중단되므로 정부 예산 집행이 비효율적
- 통상적으로 예산이 의회를 통과하는 3월 직후 장기간의 띤잔 연휴(미얀마력 새해 연휴)가 시작되고 연휴가 끝난 후 건설공사 입찰 과정이 마무리될 때쯤 우기가 시작되어 대부분의 건설프로젝트는 공기가 시작되자마자 거의 6개월간 건설을 중단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반복
- 그 결과 공기 준수가 어렵고 예산도 기한 내에 집행되지 못하여 불용예산이 발생하는 악순환 초래
당시 야당이자 친 군부정당인 USDP(Union Solidarity and Development Party)는 NLD 정부의 회계연도 변경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를 내세우며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 회계연도 변경은 사전에 각 주(State/Region), 정부기관 및 관계자들 간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이러한 사전 논의가 없었음
- 국민의 70%를 차지하는 농민들에게 제공되는 농자금 지급 시기와 농산물 경작 주기를 고려하면 기존 회계연도가 더 적합
- 정부가 회계연도 변경 필요성으로 거론한 건설 산업의 경우 우기인 6개월은 프로젝트 준비와 구매활동을 하고 나머지 6개월간 건설공사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됨
- 미얀마 최대 지원국인 일본의 회계연도를 고려하면 기존 회계연도가 더 적합
그러나 여당이자 다수당인 NLD 소속 의원들이 모두 회계연도 변경안에 찬성함에 따라 2017년 10월 31일, 2018/2019 회계연도 기간 변경이 확정되었다. 새로운 회계연도가 2018년 10월부터 관공서, 국영 기업, 특정 은행 및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됨에 따라 정부는 2018년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발생하는 6개월간의 공백기에 대한 특별 예산을 편성했다. 1년 유예기간을 받은 민간부문도 미니회계기간(2019년 4~9월)을 거쳐 2019년 10월부터 새로운 회계연도 적용을 받게 되었다.
세계 227개국 중 회계연도를 ‘당해 연도 10월 1일부터 다음 해 9월 30일까지’로 채택한 국가는 태국, 라오스 등 12개 국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연도 변경의 의미
회계연도 변경은 국가 예산회계 시스템의 기준을 바꾼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회계연도가 바뀌면 단순히 관련 전산시스템 변경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행정 시스템 전체가 연동되어 변경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 기간 혼선과 부작용, 그리고 사회적 부담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변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미얀마 경제가 마비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갑작스러운 회계연도 변경에 따른 경제 분야 충격은 더 크게 와 닿을 전망이다.
회계연도 변경은 의회의 승인 사항이다. 2017년 NLD 정부가 회계연도 변경을 추진할 당시에도 대통령이 의회에 회계연도 변경안을 제출하고 의회의 가결로 승인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회계연도 변경은 대내외적인 공지 없이 군정이 6개월 임시 예산안 편성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전례 없이 어려운 시기에 군정이 회계연도 변경을 전격적으로 추진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NLD 흔적 지우기: 군정은 NLD 정부와 차별화를 위해 NLD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을 비판하고 이를 군정이 바로잡는다는 식의 NLD 흔적 지우기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6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체된 투자 및 사업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이유로 NLD 정부가 제정했던 ‘2020 연방세법’ 중 소득 구간별 소득세율을 그 이전 세율로 되돌린 사례가 그 대표적이다. NLD 정부가 적자기업으로 지목하여 가동을 중단했던 일부 국영 기업들의 공장 재가동 지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지지기반 강화: 군정이 회계연도 변경 필요성으로 제시한 가장 첫 번째 이유가 국민의 70%가 종사하고 있는 농업에 초점을 두어 회계연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농민들에게 필요한 예산지원과 농업자금 대출을 적기에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군부의 지지기반이 양곤이나 만달레이 등 대도시 지역보다 농촌지역이 강한 점, 유권자인 국민의 70%를 차지하는 농민에 대한 지원 홍보 등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분석할 수 있다. NLD 정부가 회계연도 변경 당시 도시개발과 건설산업 활성화를 제일 큰 이유로 내세웠던 것과 대비되는 전략이다.
정변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이중 충격을 받은 미얀마의 2021년 경제성장률이 -18%를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사실상 봉쇄 상태로 손발이 묶인 민간기업들은 회계연도 변경이라는 부담을 하나 더 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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