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품질 부정문제는 일본 제조 산업계의 만성적인 문제, 과잉품질에 대한 집착 및 구조적 문제로 발생 -
- 향후 제조산업의 구조 혁신을 위해 제조업의 디지털화가 원활이 이루어질 것인가가 관건 -
일본은 높은 기술력과 장인 정신으로 전세계적으로 제품의 품질에 있어서 매우 높은 평판을 쌓아왔다. 일본 스스로도 자신들의 제조업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는 ‘모노츠쿠리(물건 만들기)’ 정신을 강조하며 일본의 제조업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신뢰도가 최근 몇 년간 흔들릴만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제조업계에서 품질 부정 문제가 계속적으로 터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제조업계의 신뢰도를 흔들고 있는 품질 부정의 문제에 대해 현재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향후 미래의 제조 산업에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하는지 함의를 찾아보고자 한다.
일본 품질 부정 문제 현황
일본은 최근 닛케이에서 조사한 품질 부정 문제와 관련한 기사를 참고하면 최근 5년 간(2016~2021) 품질 부정으로 적발된 사례는 40여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품질 부정 유형으로는 품질 데이터 조작이나 검사 비리부터 대규모 리콜(무상 회수, 수리 등) 사태로 이어진 대규모 품질 문제까지 존재한다. 악의적이었는가 여부는 각기 다르더라도 기업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태들이다. 특히 기계 부품을 공유하는 부품 공통화가 진행된 경우가 많아 품질문제가 한 번 발생한 경우 리콜 수가 크게 늘어나는 경향이 존재해 기업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주요 품질 부정 사례
2019 년 | 1 월 | IHI | 무자격자에 의한 검사 (무자격 검사)가 발각 |
3 월 | 쟈무코 | 항공기의 내장품에서 무자격 검사 및 업무 규정 위반이 발각 | |
4 월 | 스즈키 | 연비 · 배출 가스 검사 무단 이외의 검사 항목의 비리를보고 | |
8 월 | 료산 공업 | 산업 설비 용 주철 제품 품질 데이터 위장을보고 | |
2020 년 | 1 월 | 덴소 | 연료 펌프의 품질 결함 미국에서 리콜을 신고 |
2 월 | 미쓰비시 | 고내압 전력 반도체 모듈 검사 비리를 공표 | |
3 월 | 덴소 | 연료 펌프의 품질 결함 세계에서 리콜로 발전 | |
4 월 | 히타치 금속 | 특수강 · 자성 재료 제품 검사 데이터의 변조를 공표 | |
9 월 | JSSJ | 안전 벨트의 벨트 부분에서 강도 데이터의 조작이 발각 | |
10 월 | 미쓰비시 | 자동차 라디오에서 유럽 무선 기기 규제의 부적합품의 출하가 발각 | |
10 월 | 토요보 | 폴리 부틸 렌 테레 프탈레이트의 UL 인증의 취소 | |
2021 년 | 1 월 | 교세라 | 유기 재료 및 기능성 재료로 UL 인증 비리를 공표 |
2 월 | 토요보 | 새롭게 3 종류의 수지로 UL 인증 인증 취소 | |
2 월 | 아케보노 브레이크 | 자동차 용 브레이크에서 품질 데이터의 위장을 공표 | |
2 월 | 고바야시 화공 | 경구 항진균제에 이종 물질 혼입으로 업무 정지 | |
3 월 | 니치이코 | 후발 의약품의 불법 폐기 방지와 시험 불 실시로 업무 정지 | |
3 월 | 토요보 | 또한 3 종류의 수지로 UL 인증 인증 취소 | |
4 월 | 미쓰비시 | 전자 개폐기 관련 제품에 UL 인증 부적합이 발각 |
품질 부정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계기는 2016년 4월 미츠비시의 자동차의 연비 시험에서 부정이 발각되었고 같은해 6월 신코코오센 스텐레스의 시험 데이터 조작이 발각된 사건부터 시작한다. 미츠비시의 경우 시험 시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수정하여 경차의 연비를 속이고 있었다. 그 이후 스즈키의 연비 부정도 발각되고 이어 17년에는 여러 자동차 메이커에 의한 차량의 완성 검사 비리가 발각되어 충격을 주었다.
신코코오센 스텐레스의 경우는 스프링용 스테인리스 강선의 강도 시험 데이터의 조작이 발각되어 일본산업표준(JIS, 당시에는 일본 공업규격)의 인증을 취소하였다. 이로 인해, 자회사의 문제로 인해 고베 제강소의 품질 감사를 실시했는데 알루미늄 합금과 굴, 철강 제품등의 검사 데이터의 변조 및 검사 미실시라는 부정 상황이 차례차례 드러나며 ‘품질 데이터의 위장’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일본기업의 다수가 품질 데이터의 위장에 손을 대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며 부정 내용에 대한 공표와 사죄를 하는 사태가 일어나게 된다.
처음에는 자동차 업계의 완성품 검사 부정이 무자격자에 의한 검사가 주요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정밀 차량 측정의 품질 데이터가 위장까지 일어나는 것이 발각되며 사태는 심각해진다. 사태는 자동타 업계 뿐만 아니라 토목/건축업계(KYB의 면진, 댐퍼 검사 데이터 조작), 항공업계(IHI의 무자격 검사) 등 다양한 업종에도 문제가 확산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일본 기업의 품질 부정 문제가 심각한 점은 일본 산업계에 오랫동안 널리 유지되어온 만성적 질환이라는 점에 있다. 처음에는 잘못된 인식이 있었지만 그 후 문제의식이 희박해져가 관습처럼 고착화 되어버려, 나중에 이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받으면 그것에 대해 놀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현장 조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현장의 은폐가 지속되고 있고 조사 능력이 낮은 상황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현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미츠비시의 사례가 이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18년 12월 미츠비시는 자회사인 토칸이 고무 제품에 대해 품질 데이터를 위장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이로 인해 미츠비시 전기는 자회사를 포함한 국내 전 사업장 총 121개사를 대상으로 18년 12월 4일부터 19년 3월 15일까지 약 3개월에 걸쳐 <품질 보증 체계의 재점검>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미츠비시 전기는 두 번 다시 해당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품질 의식을 철저히 할 것을 표명했다.
그러나 19년 6월에 새로운 데이터 품질 문제가 발각된다. 미츠비시 전기의 파워 디바이스 제작소가 생산하는 고내압 전력 반도체 모듈에서 고객과 합의한 검사 표준을 사용하지 않은 사실이 발각되었다. 회사는 의도성을 부정했지만 현장의 부정 시험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더욱이 2020년 10월에는 자동차 오디오 기기용 라디오 수신기에서 유럽 무선기기 규정(EU RE규정)에 부적합한 제품을 부적합 여부를 인지한 상태에서도 지속적으로 자동차에 사용한 사실이 발각되었다.
해당 문제는 단순히 생산라인에서의 부정 문제가 아니라 설계 개발 분야에서도 부정 문제가 발각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의 기반이 ‘도면’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설계에서 부정이 발생하면 생산 측면에서 정확하게 조립한다 하더라도 품질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계부분의 부정은 생산 라인의 부정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제조업계의 새로운 불씨가 되는 형국이다.
미츠비시 외에도 쿄세라의 경우 구격에 맞지 않은 재료(부적합 재료)를 수 년동안 출하한 것이 발각되어 20년 10월 이후 재료의 안전 규격의 일종인 미국의 UL 규격인증이 취소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미국에 판매되는 기업의 경우 UL 규격은 실질적인 표준 규격으로 인정받고 있는 중요한 규격으로 해당 규격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은 부정 문제가 심각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미츠비시 그룹의 품질 부정 문제
일시 | 기업명 | 내용 |
2018년 1월 | 토칸 | 고무제품 품질데이터(경도, 인장력 등) 조작 |
2019년 8월 | 료산공업 | 주조 제품의 품질데이터(인장 강도, 신장)을 위장 고객과 계약한 검사의 미실시 |
2020년 2월 | 미츠비시전기 파워디바이스 제작소 | 고내압 파워 반도체 모듈 부정 검사 고객과 계약한 절연내압시험의 미실시 |
2020년 10월 | 미츠비시전기 미타제작소 | 유럽무선기구규정(유럽 RE규제) 부적합 차량탑재 라디오 출하 고객과 계약한 검사 미실시 |
2021년 4월 | 미츠비시전기 나고야제작소 | 전자개폐기관련제품에 UL 규격 적합품을 제조 판매 인증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수지를 사용함 |
일본의 품질 부정 문제는 일본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가장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것은 20년 3월에 발각된 덴소의 연료펌프의 품질 부정 사태이다. 해당 사태는 연료 펌프 중 수지 임펠러에 결함이 있어 21년 3월 기준 1000만대가 넘는 리콜 사태에 직면했다. 그 비용만 하더라도 현재 2900억 엔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덴소는 변혁 계획 ‘Reborn 21’을 발표하면서 품질의 재건을 발표한 상태이다.
덴소의 품질 부정 사태
자료: 닛케이
품질 문제에 대한 원인 분석
이런 품질 부정과 관련하여 닛케이에서는 2021년 4월 28일부터 5월 11일까지 '일본 제조업의 품질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다. 총 응답자는 641명이었다. 해당 조사에서는 품질 부정과 관련한 현장 인식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품질 부정과 관련하여서 정보를 접한적이 있었다고 응답한 수가 38.1%에 달해 품질 부정 문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제조업계에서 고객의 과도한 품질 요구와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응답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원하는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강하게 느끼는 비율은 28.9%, 다소 느끼는 정도까지 합치면 75.9%에 다다르고 있어 품질 관리에 대부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고객의 품질 요구가 과잉으로 느낀적이 있습니까‘에 대해서는 자주 느낀다는 응답이 21.1%, 가끔 느낀다는 응답이 56.8%로 과잉 요구라고 느껴지는 비율은 전체의 77.9%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조업계의 품질 유지와 관련한 기업 설문조사
(단위: %)
그리고 이러한 품질을 요구하기가 힘든 이유로 ‘가격 인하 경쟁’이 58.7%로 가장 높은 응답 수준을 대답하고 ‘요구 품질의 상승’이 40.6%로 실제 고품질을 요구하면서도 가격은 낮은 상품을 공급해야하는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단순히 가격 경쟁이 격화되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 제조업계의 구조적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응답에서 ‘기술 승계의 단절’이 49.5%, ‘기술 노하우의 상실’이 48.5%, ‘숙련 기술자의 퇴사’가 43.1%를 기록하며 일본 제조업계 자체의 기술 노하우가 단절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이유
(단위: %)
자료: 닛케이
해당 품질 부정이 이루어지는 원인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공통적으로 적정 품질과 그에 맞는 적정 가치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일본의 제조산업은 품질에 대한 높은 수준과 집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높은 품질은 자연스럽게 일본의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일조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중국의 부상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 품질을 높이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일본 제조업계는 필요 이상의 높은 품질을 요구하는 관행이 정착되어 있다. 고객이 필요한 수준 이상의 내구성과 안전율을 높여 미관을 유지하고 모든 부분에서 고품질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점차 다양하게 분화되어 다양한 품질의 상품을 요구하고 있다. 철저하게 고품질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있는가 반면 가성비를 중요시해 필수적인 기능만 있어도 가격이 싸면 구매하는 소비자도 존재한다. 디자인 측면이 중요한 소비자도 존재한다. 상품과 시장의 다양화에 맞추는 생산 노력이 필요하지만 고품질 중심은 다양한 시장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채 과도한 비용을 부담해야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높은 품질의 상품을 시장에 제공하려 하지만 현재 중국과 한국, 대만 등 경쟁자들의 경우 코스트 다운과 합리적인 품질의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면서 가격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과잉 품질의 일본 상품은 이들과의 경쟁을 위해 가격을 하락해야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안고 있고, 해당 부담을 공급사나 하청업체로 전가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공급사나 하청업체는 가격 하락 압력에 대응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대량 생산에 최적화한 구조와 부가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신기술에 대한 투자 등이 뒷받침해줘야 하나 실질적으로 이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놓이게 된다. 현재의 품질 부정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또한 일본이 비용 절감을 위해 아웃소싱 비중을 늘리고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서 전문 기술자들의 수와 역량이 내려가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앞선 설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생산 기술자들의 노하우가 집약·축적되어야 하지만 해당 기술과 노하우가 승계되지 않고 단절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일본은 기술적으로 기존의 아날로그 문화에서 디지털 문화로 전환기를 거치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 모두를 승계할 수 있는 중간 단계의 기술자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점차 새로운 기술을 기존 기술과 접목시키는 부분에서 난관을 경험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일본의 품질문제의 상황을 살펴보면 경직화된 구조와 중국, 한국 등의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인한 경쟁의 격화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로 보인다. 전 소니 설계자이자 현 로지 대표인 오다 쥰씨는 ‘현재 일본의 품질 문제는 기술력 저하가 문제가 아닌 일하는 방식의 문제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일본 제조 산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품질 부정이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에 맞추지 못하며 발주자, 또는 설계자와 생산라인 간의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못해 불필요한 공정이 추가되거나 과잉 품질을 요구하게 되는 등의 문제는 아날로그적 업무 방식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에서도 기술이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실시간으로 자세한 정보를 수집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기술이나 3D프린팅 기술로 공정 단계를 줄일 수 있는 기술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서는 이러한 기술 혁신이 현장에 도입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 자료 : 일본 제조업계의 3D프린터 도입 노력
향후 3D프린팅이나 스마트 팩토리, 데이터 기반 제조 기술이 상용화되었을 때 과연 일본이 보유하던 품질의 우수성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런 새로운 기술과 현재 일본이 보유하는 기술의 노하우를 연결해줄 엔지니어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일본의 제조산업계를 흔드는 문제라고 보인다. 단순히 품질 부정 문제가 기업에 타격을 주는 스캔들 수준이 아니라 일본 제조업계의 기초체력이 저하되고 있는 표징으로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품질 부정과 제조업의 기초체력이 저하되는 문제에 대해 한국 역시도 다시금 점검하고 미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등 다른 후발 주자들은 낮은 가격으로 한국의 제조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인 제조 공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인다. 제품 생산에 있어 기획개발, 설계, 제조, 납품, 애프터서비스까지 적절한 품질을 제공하기 위한 유기적이고 튼튼한 생산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자료: 닛케이크로스, 닛케이, 오사카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