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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상사태와 코로나로 인한 미얀마 물류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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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상사태와 코로나로 인한 미얀마 물류현황

㈜ 한진 미얀마 최욱제 법인장



2021년 2월 1일 출근준비 중 미얀마 쿠데타 발생소식을 처음 접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소식을 듣자마자 전화와 인터넷이 차단될 것을 우려하여 긴급히 본사와 주요 연락처에 전화하고 메시지를 발송하는 와중에도 코로나19로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황에 쿠데타까지 발생했다는 생각에 불안과 절망감이 엄습해 왔다. 실제로 이후 선포된 국가 비상사태는 미얀마 일상의 모든 부분, 특히 경제 환경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8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불안한 정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국가 비상사태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미얀마의 물류상황을 자세히 알아보고 우리기업인들이 알아두면 유용할 정보를 나누어보고자 한다.

미얀마의 물류 환경

팬데믹 이전에도 미얀마의 물류환경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여타 동남아 국가에 비해 경제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없는 편이었다. 우선 대형 선박이 기항할 수 있는 심해항이 없다 보니 해상물류의 상당부분을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인근 국가로부터의 피더선(Feeder Ship) 환적에 의존해야 했고, 이에 때문에 만성적인 선복(船腹, Freight Space) 부족과 컨테이너 부족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항해일수도 상대적으로 길고, 운임도 몇 배나 높았다. 항공운송 여건도 마찬가지인데, 카타르 항공 정도를 제외하면 미얀마에 화물전용기를 직접 취항시킨 곳이 없어 해상운송과 마찬가지로 방콕, 싱가포르 등 인근 도시로부터의 제한적인 환적에 의존해야 하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였다. 내륙운송 역시 열악한 도로사정과 노후된 차량으로 인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저개발 국가가 그렇듯 비효율적인 통관 제도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문제 또한 상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악조건에도 풍부한 자원, 낮은 인건비, 젊은 노동력과 잠재력 있는 내수시장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데다, 2010년대부터 시행된 일련의 개방정책으로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투자자들이 물류환경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앞다투어 미얀마로 진출하게 됐다. 이에 따라 열악하기 그지 없던 물류 환경 역시 느리지만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었다. 특히 최근 4~5년간의 대표적인 변화로 우리나라와 베트남 등으로부터의 해상 직항노선이 증설된 사실과 전자통관시스템(MACCS, Myanmar Automated Cargo Clearance System)의 도입 등을 꼽을 수 있다.

비상사태 이후 물류현황과 대응방안


* 팬데믹으로 촉발된 세계적인 해상, 항공 운임의 상승과 운송공급 부족 현상은 미얀마에 한정된 상황이 아니므로 아래에서는 미얀마의 정치, 경제적 특성으로부터 발생하는 애로사항에 주목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비상사태 발생 직후 4월까지의 물류상황

처음 비상사태가 선언된 지난 2월부터 4월 띤잔(Thingyan, 미얀마 최대의 신년명절) 연휴까지는 혼돈 그 자체였다. 시민들은 군부에 저항하기 위해 시민불복종운동(CDM, Civil Disobedience Movement)이라는 일종의 국가총파업 투쟁을 전개했는데, 특히 핵심적 국가기능인 의료, 금융, 물류 시스템을 마비시키는데 힘을 모았다. 이에 호응하여 관세청과 항만업무 관련 공무원들은 물론 관세사 협회, 컨테이너 운송협회 소속 근로자들이 대거 파업에 가담했고, 통관지연, 컨테이너운송 배차거부 등이 이어지며 물류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은행 또한 파업에 동참하여 세금, 선임, 각종 부대비용의 납부가 불가능해지자 통관이 어려워지며 화물 반출에도 애로가 발생했다. 피더선 운영도 예년의 절반수준으로 하락했고, 일부 선사와 항공사들이 운항을 중단하여 수입, 수출 물량 모두 운송공급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 운송하고자 하는 이와 저지하는 이, 통관하고자 하는 이와 막는 이들 사이의 무력충돌까지 빈번히 발생했고 원칙 없이 매번 다른 규정이 적용되는 식으로 업무가 이루어지는 바람에 혼란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화물 반출이 제때에 이뤄지지 못하며 자연스럽게 체선료, 컨테이너 사용료 등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까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이 당시 화주사와 물류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발로 뛰거나 서로 수소문하며 매일 통관 및 배차상황을 확인하는 것밖에 없었다. 띤잔이 끝나고 대규모시위가 줄어들던 4월 이후에는 통관, 하역 등 기본적인 업무가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는데 이로 인한 문제는 후술을 참고하기 바란다.

4월 중순 이후 현재까지의 상황과 조언

<통관과 내륙운송>

비상사태와 시민불복종운동으로 세관 직원들이 부족해지면서 통관 심사의 엄밀함은 오히려 이전보다 완화된 것으로 체감된다. 원래 미얀마는 전통적으로 엄밀주의에 입각한 통관행정을 고집했는데, 이 때문에 서류의 글자 하나라도 다르면 벌과금이 부과되거나 심하면 물품이 몰수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등 까다롭고 완고하기로 유명했다. 반면 현재는 세관 직원들이 부족한 관계로 통관지연 없이 기존의 엄격한 심사를 수행할 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이며, 또 한편으로는 친기업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군부의 방침이 일정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불필요한 행정낭비를 막고 통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세금납부 상황과 필요서류 구비여부를 미리 점검해둘 필요가 있다.

특히 관세, 상업세 등의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은행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에 대비하여 납부가능 은행(Payment Order)과 현금, 수표 등 적절한 지불수단을 확보해 놓아야 하고 원산지증명서, 수입승인서(Import License)와 같이 통관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서류도 미리 구비해 두는 것이 좋다. 더구나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임시공휴일이 수시로 발표되며 관공서의 업무시간 또한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통관행정 준비에 있어 이점을 유념해야 한다.

내륙운송의 경우 만달레이(Mandalay)까지 연결되는 철도운송은 중단된 상태지만 원래 철도운송 의존도 자체가 낮아 큰 영향은 없으며, 그 외에는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 상태이다. 다만 비상사태 선언 이후 미얀마의 유가가 2배로 상승하며 운임 역시 급등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해상운송>

미얀마 역시 다른 신흥국과 마찬가지로 선박과 장비, 특히 컨테이너의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더구나 일부 선사들이 미얀마 향∙발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제한하고 있으므로 전반적인 상황은 다른 국가보다 더욱 좋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미주나 구주로의 원양 서비스는 계약된 운임 조건으로만 선복이 확보 되기도 하고, 큰 폭으로 인상된 운임과 지급수단의 현실적 한계로 인해 선임을 선불로 지급하는 방법 또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한 은행업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운임을 지불하고 선적서류를 발급할 때까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미얀마 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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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Myanmar Port Authority

현재 미얀마는 서방의 경제제재와 이로 인한 외환 고갈 문제 등으로 인해 역외는 물론 미얀마 내에서의 은행 송금마저 매우 제한적으로만 가능한 상태이다. 특히 은행들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등록증, 이사명부, 주주명부, 거래계약서 등 송수신인의 회사관련 서류를 요청하고 있는데, 선사나 포워더(Forwarder), 수출입자가 이러한 서류를 제때에 제공하지 못하거나 또는 일방이 제공을 거부하기라도 하면 출항 시 송금한 선임이 목적항에 도착한 이후에도 입금확인을 해주지 않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물이 제때 인도되지 못하고 체선료가 발생하거나 납기 미준수로 수출-수입자간의 분쟁이 발생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 또 선사들이 재택근무를 실시하며 원본 선하증권(Origianl BL)의 발행이 늦어지고 있으며, 선사시스템의 한계를 이유로 선임을 현금과 부대비용으로 분할 납부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현금납부 시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책정하기도 하는 등 일반적인 거래상식에 어긋나는 사례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비가 부족한 선사가 다수인 관계로 컨테이너 수급을 사유로 선적희망일 최소 2주전 전에 예약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선적과 통관관련 원본서류가 필요한 경우에도 발급도 늦고 국제특송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1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여 사전에 충분한 여유를 갖고 준비를 해야만 한다.

<항공운송>

항공운송의 경우 공식적인 상업운송은 작년 4월부터 금지된 상태이므로 각 항공사들은 구호비행(Relief Flight)으로 허가를 받아 물자를 운송하고 있다. 현재 일반적인 ‘Daily Flight’는 없으며 8M, UB 등 미얀마항공사가 방콕, 싱가포르항공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항공이 쿠알라룸푸르 등의 동남아 주요기점으로 이어지는 노선을 주 1~2회 정도 운항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이외 지역 중에는 나리타, 도하, 이스탄불, 아부다비 등으로의 노선이 운영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미얀마항공사들과 중국항공사들이 쿤밍, 광저우 등 남부도시로 주1~2회 운항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비상사태가 선포된 올해 2월부터 12월까지 공식적으로 운항을 중단한 상태이며 그 이후에도 운항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항공운송이 담당하는 물량 자체는 전년대비 약 1.5배 증가했으나 이는 중국으로의 해산물 운송이 급증한 탓이며 그 밖에는 모두 전년대비 물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체 물류수요가 늘어났음에도 공급은 줄어들었기 때문에 수출 시 공간 확보를 위해 최소 2~3주전에는 운송을 예약할 필요가 있으며 물량이 많은 경우에는 분할 선적을 활용해야 한다.

<대안으로서의 국경운송>

이처럼 해상과 항공물류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국경운송을 결합한 복합운송이 미얀마의 유용한 대안이 되어왔다. 특히 Myawaddy-Maesot 국경게이트를 경유하여 태국으로 육상운송을 실시한 다음 항공운송이나 해상운송으로 연결하는 ‘육상-항공, 육상-해상 복합운송(Multy-modal)’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를 활용할 경우 양곤 출발 후 통관을 거쳐 방콕에 이르는 3~4일 정도의 육로운송 시간을 감수하는 것으로 미얀마보다 훨씬 유동적이고 다양하게 공급되는 태국의 물류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물론 국경운송 비용이 추가되는 것은 단점으로 볼 수 있지만 현재 방콕에서의 해상, 항공 운임 역시 대폭 상승한 상황이다 보니 육상운송으로 추가되는 운임의 비중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세에 따라 국경 개폐상황이 수시로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운행가능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얀마-중국 간 국경무역로도 약 2달 동안 폐쇄되었다가 9월 15일부터 재개된 바 있다. 또한 태국에서의 선복 확보여부와 운임은 물론 화물이 국경, 공항 및 항구에서 환적 가능한 물품인지도 미리 확인해야 하겠다.

미얀마 무세(Muse) 국경무역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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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MMRD

맺음말


지난 9월 7일에는 외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된 내용과 같이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가 군부 세력에게 무력으로 저항할 것을 공표한 바 있다. 또한 급격한 짜트화 가치폭락과 외환위기 속에 최근 중앙은행이 수출대금 수령 후 4개월이 경과한 달러화 계좌의 잔금을 지정환율로 강제 환전하는 규제안을 발표하는 등 수입, 수출은 비롯한 경영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수출입 업무는 물론 원자재 구매와 같은 등 기본적인 경영활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추발산업 특성을 가지는 물류업의 경우 보다 중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의 악조건 속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며 경영상 난관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각 기업이 사전대비를 철저히 하는 동시에 한 발 앞선 정보파악과 의사결정으로 비상시국에 맞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