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케냐 유류세 인상,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 발목 잡나

글로벌이코노믹

전체기사

공유
0

케냐 유류세 인상,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 발목 잡나

- 케냐 정부의 유류세 인상 및 최고치를 달성한 휘발유 기준 가격 발표에 따라 반발 극심 -
- 유류가격 상승에 따라 물품, 운송, 전기료 등이 생활 물가 전반으로 상승 전망 -




9월 14일, 케냐 에너지 및 석유청(EPRA)은 2021년 9월 15일부터 10월 14일까지의 개정된 연료 가격을 발표했다. 인상안을 바탕으로 휘발유 값을 계산해보면 나이로비에서 리터당 127.14실링(약 1.2달러)에 판매되던 휘발유가 약 6% 인상돼 134.72실링(약1.3달러)에 판매된다. 경유는 앞으로 한 달 동안 107.66실링(약 1달러)보다 7.4% 오른 115.6실링(1.1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다. 많은 가정에서 조명 및 요리에 주로 사용되는 등유도 리터당 13% 상승해 110.82실링(1.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인상된 유류 가격을 나타내는 주유소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The Standard

정책이 발표됨과 동시에 기름값 인상이 매출에 직결되는 업종들은 일제히 반발에 나섰고 케냐 석유딜러협회(Kenya Independent Petroleum Dealers Association)의 휘발유 운반 중단 선언을 시작으로, 버스 회사 노동자들의 파업과 주유소의 잠정 휴업 등 각계 계층에서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 또한, 오토바이 배달부들의 거리 점거 농성 및 타이어를 불태우는 시위 등 과격 시위로 번지는 모양새로 확대되고 있어 유류세 인상 관련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류가격 인상에 반대해 도로점거 시위에 나선 오토바이 배달원들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The East African

유류 가격 인상, 왜 불가피했나


석유청 발표에 따른 연료 가격의 상승은 석유 제품의 높은 세금과 석유 개발 부담금에 대한 논쟁을 다시금 촉발시켰다. 케냐 에너지석유청은 4월부터 유류 가격 인상에 따라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물가 안정 및 경기회복을 위해 현재까지 억제하고 있던 것을 해제한 것에 따른 것이며 이번 인상이 불가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케냐 당국은 물가 및 유류 안정기금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석유시장 유통업자들에게 가격을 오롯이 전가해 수익 악화에 대한 불만도 이번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고 전했다. 보통 코로나 이전까지는 가격 통제에 따라 석유시장 유통업자들의 마진이 줄었을 때 이를 보상하기 위해 이 기금을 이용해 가격을 인상분을 조정할 수 있었다.

TV 인터뷰에 참석한 Renaldo D’Souza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Metropol TV Kenya

나이로비에 본부를 둔 스털링 캐피탈의 연구 책임자인 Renaldo D’Souza 는 Metropol TV Kenya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안정 기금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주장하며, "세계 연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가격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코로나와 같은 비상상황을 대비하여 기금을 비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하며 석유청 주장을 뒷받침해줬다. 하지만, 유류세 상승은 특히 부가가치세가 인상된 결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케냐인들이 석유청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석유청의 이번 조치로 부가가치세는 8%에서 9.98%로 인상됐고 이는 즉각적으로 유류 인상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세금 인상에 반대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Daily Nation

케냐인들에게 부여되는 과도한 세금은 결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전망이다. 단적인 예로, 동아프리카 이웃 국가인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에 비해 휘발유 1리터에 비해 최고 19실링을 더 내고 있다. 심지어 몸바사 항구를 통해 연료의 일부를 수입하는 우간다에서는 휘발유 1리터가 케냐의 134.72실링에 비해 낮은 131실링에 판매되고 있다. 다레살람에서는 휘발유 1리터가 나이로비보다 19.46실링 낮은 115.26실링에 거래되고 있어 케냐의 유류비에 각종 세금이 과도하게 포함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0년 7월 케냐의 휘발유 가격은 0.94달러로 그 이후 계속 오르고 있고 배럴당 세계 유류가격 또한 포스트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의 점진적인 회복에 따라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케냐는 수입 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시장 가격의 변화는 케냐의 유류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케냐의 휘발유 가격(2020.7.~2021.6)
(단위: 달러)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Trading Economics

케냐의 유류 가격, 어떻게 정해질까



2006년에 제정된 에너지법은 에너지 규제위원회(현재는 에너지 및 석유청- EPRA)라는 하나의 규제기관 하에서 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모든 법을 종합 관리함으로써 케냐 에너지 및 유류정책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며 정책 간 유기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였다. 석유 산업의 시장구조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카르텔화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돼 2010년 12월 석유부문을 통제하기 위한 가격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했다. 이 법안을 토대로 EPRA는 매월 기준 석유제품 가격을 발표한다.

기준 유류가격을 책정하는 요소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The Standard

이 기준 가격은 원가보험료와 운임료, 원유 및 국내 운송비, 소매상 및 도매상 마진, 정제수수료 등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또한, 최종 소매 가격에는 VAT를 포함한 정부 세금과 석유산업진흥, 철도 및 도로비용 등 40% 이상을 차지하는 부담금이 포함된다. 현재 기준인 134.74실링을 봤을 때 44.8%가 유류 원가, 43.7%가 부담금 등 세금, 9.2%가 수익금, 2.4%가 유통비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료비 증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연료 가격 인상은 식량, 운송, 전기, 제조업 비용 전반에 에너지 사용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케냐 경제구조에서 물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따라서 케냐는 안정기금을 통해 가격 관리를 하고 있으나 안정기금의 수익금을 사용하여 연료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이전의 노력은 이번 8월 인플레이션율이 6.57%로 1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게 됨에 따라 물거품이 되었다. 케냐소비자연맹(Cofek)은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 국제 유가에 연동돼 연료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경우 물가상승률이 정부의 목표한도인 7.5%를 넘어 두 자릿수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며 임금 동결 및 실업률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코로나 이후 겨우 되살아나고 있는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 전했다.

유류 가격 인상에 따라 요금인상을 단행한 미니버스 업체들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K24 TV

또한, 유가 상승 발표 이후 운수업체들은 공공 요금 인상을 즉각적으로 경고했으며 실제로 나이로비의 일부 공공버스 업체들은 요금 인상을 단행했고 케냐의 미니버스인 마타투를 운영하는 오너 협회 회장인 Simon Kimutai는 연료 가격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요금 인상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으로 그렇지 않아도 매출에 타격을 입었던 운수 업계가 여전히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데, 연료 가격 인상으로 상황이 악화될 전망이라 요금 인상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전했다. 결국, 비용은 고스란히 탑승자들에게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케냐인들의 삶에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경유 가격 상승은 전기요금의 상승을 동반하기 때문에 특히 가정경제에 치명적이다. 케냐 전력 회사(KPLC)의 한 관계자는 Daily nation과의 인터뷰에서 유가의 새로운 정책 시행에 따라 화력 발전 등 운영하고 있는 모든 발전소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로 생산원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여 상품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냐 제조업협회(KAM)는 산업용 연료는 난방로와 운송에 직접 사용되거나 화력발전소에서 디젤 발전기를 사용하는 전기 소비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용한다고 밝히면서 “연료비의 상승은 원자재와 완제품의 운송비도 증가하게 되어 결국 제품 가격을 인상시켜야 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라고 KAM의 CEO Phyllis Wakiaga는 말했다.

세금 인상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는 KAM의 CEO Phyllis Wakiaga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the Star Youtube channel

2021년 7월에 시행된 새로운 조세 제도는 한동안 면세됐던 수출품목에 대한 과세가 적용되었고 이는 시행 직후 8월 월간 소비자 물가 지수를 상승시키는 소용돌이 효과를 이끌었다. 식품 및 비알코올 제품에서 10.65%, 운송에서 7.63%, 주택·수도·전기·가스 및 기타 상품에서 5.07% 상승함과 동시에 주요 장바구니 물가로 분류되는 13개 품목의 가격이 2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하며, 가정경제에 부담을 주었다. 이런 소비자 물가 상승 상황에서 한달 만에 연료 가격 상승을 추진했기 때문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향후 몇 달 동안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승할 것이라 전망했고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유행의 영향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은 케냐 경제와 가정 경제의 회복세를 꺾을 것이라 보았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케냐의 소비자 물가지수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Kenya National Bureau of Statistics

코로나19 동안 케냐의 국내총생산(GDP)이 3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내었고 케냐 실물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케냐의 주요한 산업인 관광업 등 3차 산업을 강타하여 많은 케냐인들은 큰 실직 사태를 겪었으며 가계 소득 감소 빈부격차 확대의 결과를 낳았다. 또한, 약 200만 명의 사람들이 기근에 해당하는 수준의 가난에 처하게 된 것으로 추정되며, 약 9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류 가격 인상은 당장 생계를 꾸려야 하는 가정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부의 부채 감소 정책보다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빈곤의 악순환으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부의 재정 및 금융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유류가 인상 파동, 정치권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연료 인상 가격이 발표된 직후 두 건의 청원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첫 번째 청원은 2013년 부가가치세법 제5조 (2)를 개정한 재정법 제13조의 긴급 폐지를 다루고 있었다. 이 법으로 인해 이전까지는 면세됐던 석유 및 석유 제품에 대해 8% 가량의 부가가치세를 도입하게 되었기 떄문이다. 다른 청원서으로는 유류 가격 인상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의회의 특별 개회를 정식 요청했다.

유류 가격 인상 논의를 Top agenda로 선정한 케냐 의회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Courtesy

이 청원들이 접수된 이후 Justin Muturi 의장은 국회 재정위원회에 청원서를 검토하고 14일 이내에 조사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위원회는 현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입법개입을 제안하는 초안을 첨부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또한 연료 상승을 야기하는 세금 이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위원회에 행정부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무투리 의장은 "이번 조사는 유류가격 인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행정적, 입법적 조치들을 제안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세금과 관련 조치들을 다루는 것이 필요로 하며 따라서 입법부와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데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국회의원들은 유류세 인상은 결국 누가 재정을 파탄냈으며, 이 취약한 세금 제도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 언론지들은 유류 가격의 변화는 채무 상환 불이행을 피하기 위해 세금을 부과할 수 밖에 없는 행정부의 선택이고 정치권의 공방은 해결책 없는 단순한 논쟁에 불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료 가격 인상에 대한 케냐인들의 반응은


케냐 소비자 연맹의 Stephen Mutoro 사무총장은 KOTRA 나이로비 무역관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하여 "순효과는 정부가 의도한 방향이 인플레이션을 통한 경기부양이라면 물가는 즉시 상승할 것이라는 것입니다."라고 연료 가격 인상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묻는 질문에 답했다. 하지만 그는 케냐의 불투명하고 예측할 수 없는 연료 가격은 계속해서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고 케냐에 대한 잠재적인 외국인 직접 투자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이로비의 중고차 딜러인 42세의 James Mwangi씨는 The East African지와의 인터뷰에서 "연료의 증가는 말도 안 됩니다. 이것은 정부가 현지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기를 바라나요? 연료 가격의 인상은 다른 많은 것들의 증가를 의미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나이로비에 소재하는 5성급 호텔에서 근무하는 35세의 Mercilyne Njeri씨는 Eyewitness News에서 이미 평소 월급의 60%를 기본적인 생존을 위해서만 사용한다고 밝히며 "정부는 현실적이지 않다. 우리가 코로나로 인해 초래된 어려운 경제 위기로 이렇게 고통받는 상황에서 연료 가격을 인상을 단행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로 정부, 기업뿐만 아니라 가정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케냐 정부는 정부의 유류 가격 인상과 유류세 인상은 정부의 채무상환을 위한 세수 확보와 국제가격 변동성에 발맞추기 위해 필연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정책에 대한 반발이 다양한 계층에서 쏟아지게 되면서 코로나 이후 경제 회복 정책을 펼쳐야 하면서도 채무관리도 해야 하는 케냐 정부의 고뇌가 깊어질 전망이다.


자료: The Standard, The East African, Metropol TV Kenya, Daily Nation, Trading Economics, K24 TV, the Star, KNBS, Courtesy, KOTRA 나이로비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