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고] 2021년 독일 특허법 개정

글로벌이코노믹

전체기사

공유
0

[기고] 2021년 독일 특허법 개정

BCKIP 최재혁 대표변리사

지난 6월 11일 독일 의회는 개정특허법을 통과시켰는데, 개정사항 중에는 특허침해가 확인된 경우 침해금지가처분결정이 내려지는 것에 관련된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현행 독일특허법 제 139조에 따르면, 특허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권리자는 별도의 추가적인 조건 없이 어떤 경우에나 자동적으로 침해금지가처분결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이와 같은 무조건적인 자동 가처분결정에 대해 부당함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IT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자동차에도 통신기술이 필수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자동차 제조사 및 제품 공급사들이 점점 더 흔히 통신기술 관련 특허권자들의 공격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독일 자동차업계가 중심이 되어 무조건적인 가처분결정을 인정하는 법률에 대한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움직임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는 산업계도 있었는데, 특히 제약업계와 함께 R&D를 주된 업으로 하는 연구소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들 업계에 따르면, 특허의 효과적인 권리행사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기술혁신을 보호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이다. 수년 간의 논의과정을 거쳐 마침내 2021년 독일연방상원이 통과시킨 개정법률조항은 다음과 같다.
"[가처분]청구는 단일 사건의 특별한 정황에 따라 그리고 선의의 원칙을 고려하여, 그 집행이 배타권에 의해 정당화되는 범위를 벗어나 침해자 또는 제3자에게 불균형한 정도의 어려움을 끼치는 범위에서 배제된다."

독일연방상원의 법률통과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 개정법률조항은 2016년 독일연방대법원 열교환기(Wärmetauscher)판결을 받아들여 성문화한 것이다.[1]

수년간의 떠들썩한 논의를 거쳐 통과된 개정법률이지만, 독일 법조계의 전반적인 견해는 지금까지의 가처분결정에 관한 독일특허법률실무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실무적인 차원에서 법률이 요구하는 예외적인 사정이 존재한다는 것은 침해자가 입증하여야 하는 사실인데, 통상 그 입증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예컨대 특허의 무효가능성, 복잡한 법률 또는 사실관계 등을 이유로 추후 항소심에서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은 개정법률이 요구하는 예외적인 사정과는 무관하다. 가처분집행시 침해자의 제품 또는 시장개발에 악형향이 있을 수 있다거나, 파산의 위험이 있다는 것도 권리자에게서 가처분에 대한 권리를 배제할 근거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위험은 특허침해금지가처분에 일반적으로 수반될 수 있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표준필수특허 (SEPs 또는 Stand-Essential Patents)와 관련해서도 법이 요구하는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표준필수특허를 이용하고자 하는 자는 라이센스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그 의무를 이행하는데 실패한 침해자에게 불균형한 정도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어 특허침해금지가처분을 피하도록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침해가 인정되는 특허가 복잡한 제품을 구성하는 매우 작은 일개 부품에 관련된 경우이며, 전체 제품에 대한 가처분의 집행이 부품에 국한된 특허권에 부여되는 독점배제권리에 비해 현저하게 큰 손실을 끼칠 수 있는 경우라면 개정법률이 규정하는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자동차를 구성하는 수많은 부품 중 하나인 나사에 관한 특허가 침해됨을 이유로 자동차 전체에 대해 판매금지가처분이 청구되는 경우를 가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경우가 현실적으로 흔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이번 특허법개정에 불구하고 특허침해인정시 자동으로 침해금지가처분결정을 내리는 기존의 독일특허실무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독일 특허법률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는 여전히 기습적이고 빠른 특허침해가처분결정이 내려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 가처분신청의 위험이 미리 예견되는 상황이라면 미리 방어서면을 제출해두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나갈 필요가 있다.




[1] 해당 판결에 따르면, 가처분결정의 집행이 불균형한 정도의 어려움을 끼치는 경우, 예외적으로 침해자에게 침해품을 판매하여 소진시킬 수 있는 기간을 줄 수 있다고 하였다. 다만, 독일연방대법원 뿐 아니라 하급심도 지금까지 그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인정한 판결을 실제로 내린 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