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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오랏맨의 포켓몬세상] 레드 그린 버전에 숨겨진 10가지 비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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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오랏맨의 포켓몬세상] 레드 그린 버전에 숨겨진 10가지 비밀②

최강의 스타팅 멤버, 정점이 될 뻔한 트레이너, 가장 현실적인 모험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포켓몬스터는 가볍게 즐기고 넘어가기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방대한 세계관을 속속들이 알아가다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수없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포켓몬스터 게임 속에서 특히 흥미롭게 느낄 만한 10가지를 뽑아서 여러분들에게 전해드릴까합니다.
이번엔 하나하나 뜯어볼수록 재미있는, 포켓몬스터 레드·그린 버전에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10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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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스타팅 멤버

포켓몬스터 팬이라면 시작하자마자 큰 난관에 부딪칩니다. 바로 스타팅 포켓몬 선택 문제입니다. 8세대까지 출시된 현재까지도 스타팅 멤버 선택은 게임 내에서 고민 중에 고민으로 꼽힙니다.

우리는 강력했던 치코리타의 날카로운 추억 때문에 이 문제를 그저 방관할 수만은 없습니다. 밀탱크의 뒷꿈치에 맞아 치코리타의 얼마 남지 않은 머리 위의 나뭇잎까지 날아가게 되는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최선의 스타팅 멤버를 선택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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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레드·그린 버전에서는 치코리타 같은 '타는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입니다만 이상해씨, 파이리, 꼬부기 중에서 어떤 포켓몬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진행 난이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각각의 포켓몬에 따라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를 알아두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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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게 포켓몬 세계의 바깥바람을 쐬면서 스토리를 진행하고 싶다면 꼬부기가 제격입니다. 포켓몬 시리즈에서 물포켓몬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천적 속성이 별로 없습니다. 또 비전머신 ‘파도타기’를 배울 수 있어 무난한 공격력을 보입니다.

또 꼬부기의 최종진화형인 거북왕은 이상해꽃, 리자몽보다 방어가 높습니다.게다가 1세대 최고의 타입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얼음기술 ‘냉동빔’과 ‘눈보라’를 배울 수 있습니다. 최강 포켓몬으로 불리는 망나뇽이 오든 망나뇽 할아버지든 다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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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러분이 챔피언로드의 수장 독호, 라이벌 그린까지 초고속으로 뺨을 때리며 게임을 끝내고 싶다면 선택은 ‘이상해씨’입니다.

이상해씨는 풀·독 타입의 포켓몬이기 때문에 포켓몬 시리즈에서 가장 천대받는 타입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상해씨를 선택하는 것은 얼핏 보면 최악의 선택인 것 같지만 의외로 레드·그린 버전에서는 사기 포켓몬으로 분류가 됩니다.

바로 레벨 30에 배우는 ‘잎날가르기’ 때문입니다. 이 기술은 급소에 맞을 확률이 일반 공격기에 비해 1랭크분 높습니다. 그래서 치명타 공격이 높은 빈도로 일어납니다. 게다가 1세대에서는 잎날가르기 같은 급소보정 기술이 스피드 종족값에 따라 뜨는 확률이 정해졌기 때문에 이상해꽃이 크리티컬을 넣을 수 있는 확률이 엄청나게 높았습니다.

이상해꽃이 사용하는 잎날가르기의 치명타 공격은 확률은 이상해꽃의 스피드가 8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100%가 넘습니다. 게다가 1세대에서는 독가루와 씨앗뿌리기 기술이 중첩됐기 때문에 이상해꽃의 사기성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또 이상해꽃은 수면가루까지 배울 수 있어 포켓몬 포획에서 유리하고, 상성이 불리한 포켓몬을 재우면서 패버리는 무자비함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속성상 우위를 바탕으로 첫 번째 체육관 관장인 웅이의 바위 포켓몬을 조각낼 수 있습니다. 최고 고비라고 할 수 있는 이슬이의 아쿠스타까지 채찍으로 조련해줄 수 있기 때문에 초반 성장에 매우 유리합니다. 스타팅 멤버로 이상해씨를 선택한다면 다른 포켓몬 없이도 원맨쇼로 망나뇽까지 찢어버릴 수 있는 괴력을 뽐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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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파이리’를 선택한다면 여러분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리자몽의 늠름한 날갯죽지를 보면서 “비전머신 ‘공중날기’를 가르쳐주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면, 냉정한 포켓몬 세계에서 당신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을 했는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리자몽은 불·비행 타입임에도 ‘공중날기’를 배울 수 없고, 심지어 배울 수 있는 비행타입 기술이 전혀 없습니다.

리자몽의 비행 타입은 그저 일러스트에 날개를 달아주는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떨어지는 돌 '뭉탱이'에 4배의 데미지를 얻어맞는 아킬레스건이 될 뿐입니다.

이론상으로 불타입은 얼음타입에 강해야했지만 1세대에서는 불기술을 얼음타입 포켓몬에 사용해도 추가 공격력이 적용지 않는 버그가 있어 리자몽은 당시 최강 타입인 얼음 타입 앞에서 냉동 도마뱀으로 전락했습니다.

하지만 불멸의 쓰레기 치코리타와 비교한다면 파이리의 선택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리자몽이 1세대 사기 기술인 '회오리 불꽃'을 배우기 때문입니다.회오리 불꽃은 상대가 4~5턴동안 다른 포켓몬과 교체하거나 도망갈 수 없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쓰입니다. 데미지는 35로 적지만 1세대에서는 상대 포켓몬을 공격 불능으로 만드는 사기성을 보입니다. 일단 선공으로 회오리 불꽃을 먹이면 원턴킬까지 무난하게 끝낼 수 있는 확률이 높습니다.

이상해꽃에게 잎날가르기가 있다면 리자몽에게는 ‘베어가르기’가 있습니다. 베어가르기도 잎날가르기처럼 급소보정 기술이여서 크리티컬이 들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베어가르기와 함게라면 리자몽의 작은 손으로도 독호의 망나뇽을 정말 '베어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이리를 선택하면 1세대 최강의 체육관 관장 이슬이를 돌파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 같이 생긴 뚜벅초를 키우거나 머리가 더 이상 자라지 않을 모다피를 억지로 키워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야생 풀포켓몬을 육성할 계획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파이리가 베어가르기를 빨리 배우는 것을 기대해야 합니다. 베어가르기가 렙36에 리자몽으로 진화하면서 배우는 기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레벨 노가다가 필수적으로 따라옵니다.

정리하자면 무난하게 스토리 진행하고 등 뒤에 물대포 끼고 있는 든든한 포켓몬을 원한다면 꼬부기,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A버튼 난사하면서 스토리 끝내고 싶다면 이상해씨, RPG의 참맛인 레벨 노가다를 정말 미치도록 하고 싶다면 파이리를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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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이 될 뻔한 트레이너

포켓몬스터 레드·그린 버전은 시리즈 첫 작품이다 보니 오랜 제작 과정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애초에 기획됐던 방향과 달라진 요소들은 삭제되고 좋은 아이디어는새롭게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팬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삭제 요소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습니다. 실제 게임에 반영되지 않았던 요소들은 ‘게임 사크’라는 치트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숨겨진 배경음악, 걸어다니는 사천왕들의 도트 등 폐기된 아이디어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삭제된 데이터 중에서도 팬들의 이목을 가장 끄는 것은 바로 트레이너로 참전할 뻔한 ‘오박사’입니다.

오박사는 포켓몬 연구가이며 주인공 레드가 여행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대표적인 조력자입니다. 오박사는 레드에게 포켓몬 도감을 완성시키는 일을 맡기고 사용할 수 없는 아이템에 대해 조언하기도 합니다.

그런 오박사가 포켓몬을 갖고 배틀을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치트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오박사의 베스트 멤버는 이렇습니다.먼저 오박사는 레벨 66의 켄타로스를 갖고 있습니다. 이미 레벨에서 라이벌 그린을 압도합니다.

그 외 멤버는 나시, 윈디, 리자몽, 그리고 갸라도스입니다. 각각의 레벨이 67, 68, 70이기 때문에 잘 훈련된 포켓몬을 갖고 있지 않다면 1세대 사기 포켓몬 켄타로스의 뿔에 찔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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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점은 오박사가 주인공과 라이벌이 선택한 스타팅 멤버를 제외한 나머지 스타팅 멤버를 보유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주인공과 라이벌이 이상해씨와 꼬부기를 선택했다면 오박사는 자동으로 리자몽을 갖게 됩니다.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해보면 2세대 포켓몬스터 게임인 골드·실버 버전에서 레드가 마지막 보스로 나온 것처럼 레드·그린 버전에서는 오박사가 최종 보스 역할로 나서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박사는 결과적으로 조력자의 역할에 머물게 됐고, 1세대의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치트와 버그를 통해 알아본 결과 오박사와의 전투에서 오박사의 대화 데이터는 전혀 없고 심지어 패배시의 대화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단순히 게임프릭스 측에서 오박사와의 전투 장면을 만들어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삭제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포켓몬스터 2차 창작물에서 레드를 소위 포켓몬 세계의 정점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만약 오박사와의 전투가 삭제되지 않았다면 오박사가 포켓몬 세계의 정점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포켓몬스터 만화인 ‘포켓몬스터 스페셜’에서는 젊은 시절 오박사가 챔피언리그 우승을 차지한 내용이 나옵니다. 게임 속에서 오박사가 트레이너로 등장했다면 만화 속 모습을 재현할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박사는 현재의 조력자로서의 모습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오박사는 포켓몬스터의 대표적인 '설명충'으로 남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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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현실적인 모험

포켓몬스터 레드·그린 버전의 지도를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태초마을을 시작으로 모든 마을이 하나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챔피언로드와 태초마을의 거리도 멀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PRG게임에서 처음 시작하는 장소는 후반부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 포켓몬스터는 왜 이런 지도를 채택하게 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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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 레드·그린 버전은 일본의 관동지방을 모티프로 하고 있습니다.

출발지역인 태초마을은 일본의 마치다시의 둘레에, 그리고 도쿄, 치바현, 카나가와 현은 그대로 포켓몬 세계에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여기엔 포켓몬스터 디렉터였던 타지리 사토시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사토시가 바로 마치다시에 살았기 때문에 포켓몬스터 레드·그린 버전에서 태초마을은 마치다시가 모티브가 됐고 그 주변부가 나머지 마을이 된 것입니다.

그는 어릴 적 자전거를 타고 도쿄의 도심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하고 당일치기로 집으로 돌아왔었던 경험을 되새기며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집에서 주변 도시까지 당일치기로 다시금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포켓몬의 무대가 된 것입니다.

별 거 아닌듯 보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도시를 이동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모험이 될 수 있습니다. 태어나서 쭉 자라온 곳에서 벗어나 조금씩 앞으로 내딛는다는 것 자체에 아이들은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며 동시에 설레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새롭고 낯선 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좌절을 맛보며 성장해 나갑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포켓몬스터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 초반부에 잡았던 포켓몬은 이제 최종 진화가 됐을 정도로 강해졌습니다. 태초 마을의 야생 포켓몬과의 레벨 차이를 느끼며 자신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도로명을 보면 자신이 집에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모험을 처음 시작할 때는 1번 도로를 지나게 되지만, 모험이 끝으로 다다를 때에는 벌써 25번도로까지 와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린 시절에는 잘 모르는 곳까지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에 마음의 동요가 생길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험을 하기 위해서는 이는 반드시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입니다.

포켓몬 1세대 주인공 레드.이미지 확대보기
포켓몬 1세대 주인공 레드.

하지만 단순히 주인공 혼자만 여행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타지리 사토시가 처음 포켓몬스터 레드·그린 버전을 개발할 당시에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현재 주식회사 포켓몬의 대표이사로 있는 이시하라 쓰네카즈는 사토시가 처음 개발한 게임을 플레이 해보고 “니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라는 평가를 했습니다. 게임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큰 충격을 받은 사토시는 눈물을 흘리며 게임 시나리오를 다시 작성하게 됩니다. 사토시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포켓몬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신경을 쓰면서 게임을 발전시켜 나갑니다.

주인공 혼자 여행을 하는 게임은 굉장히 외로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포켓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낯선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두렵지만 포켓몬과 함께라면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오박사, 체육관 리더, 기타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만나며 외롭지 않은 여행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모험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모험은 많은 사람들의 존재가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포켓몬세상에서 주인공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포켓몬과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세계관을 살펴보며 우리는 포켓몬스터 게임의 진정한 메시지가 ‘공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고의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는 것만이 모험의 목표가 아닙니다. 모두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자는 것이 포켓몬스터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모험의 의미입니다.

단순히 경쟁과 대결이 난무하는 게임이 아니라 공존과 조화를 지향하는 세계, 이것이 바로 포켓몬스터가 오랫동안 많은 팬들에게 사랑 받는 비결이 아닐까합니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