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차량 2대 중 1대에 설치돼 있다는 일명 ‘국민네비’ T맵에 7일 SK텔레콤의 AI(인공지능) ‘누구’가 탑재됐다. 운전 중에 음성 명령을 통해 경로를 설정할 수 있고 교통 정보 등을 안내받을 수 있어 기존 네비에 비해 교통 안전성을 크게 높였다고 SK텔레콤은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량을 열고 시속 80km 이상으로 주행하면 T맵x누구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인식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그건 최악의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글쎄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심 제한 속도는 시속 80km 수준이다. 게다가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시속 80km를 넘게 달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현재 T맵x누구를 사용하려면 80km이상 주행시 창문을 닫아야 하고 설령 창문을 열어 놓았다면 서둘러 창문을 닫고 AI에게 말을 건넨 후 다시 창문을 열어야 한다.
소비자는 제품의 장점 뿐만 아니라 단점에 대해서도 알 권리를 갖는다. 생명과 긴밀하게 연결된 네비게이션 서비스라면 더욱 그렇다. ‘몇 키로 이상 주행시 창문을 열면 인식률이 얼마까지 떨어진다’ 혹은 ‘오픈카는 사용이 어렵다’ 정도는 미리 고객들에게 고지해야 하지 않을까. 굼뜬 네비 때문에 이용자가 당황한다면 SK텔레콤이 의도했던 ‘고객 안전’과는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SK텔레콤 측은 “240만 명에 달하는 T맵의 일평균 사용자가 하루 2건씩만 음성명령을 이용해도 매일 인공지능이 학습 가능한 데이터가 480만씩 쌓인다"고 전망했다. 불안전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단점을 감춘다면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 운전자들을 시험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많이 쓴다고 다 ‘국민’자를 붙일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민 안전을 우선하고 고객 만족을 실현할 때 국민네비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