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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 페미니즘과 닮은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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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 페미니즘과 닮은 KT

신진섭 산업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신진섭 산업부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언더도그마(Underdogma). 약자(언더도그)가 힘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강자(오버도그)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고, 강자가 힘이 세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는 믿음이다.

최근 거센 논란이 된 한국 페미니즘도 언더도그마에 기반하고 있다. 남성은 강자라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여성은 약하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같은 행동을 해도 판단 잣대는 전혀 다르다. ‘그건 아니다’고 반박하려 하면 약자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야만적인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
KT의 최근 행보에도 언더도그마의 교리가 강하게 깔려 있다.

KT는 SKT의 관로 훼손에는 ‘국가’를 빌어와 비난하지만 SKT가 임차한 강원도시개발공사 소유의 관로를 KT가 무단사용 한 의혹에는 묵묵부답이다.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양사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의 중재 하에 더 이상의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KT는 멈추지 않았다. 불과 하루 전 약속을 깡그리 무시하고 깼다. 다수의 기자들을 평창에 데려가 SK텔레콤이 추가 관로 훼손 의혹을 보도하도록 등떠밀었다. 2등이 합의를 어기고 1등을 비판하면 국민들로부터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페미니즘은 ‘이념의 독재’다. 지나치게 자신의 입장에 몰입한 나머지 이념적 다양성을 훼손하고 질식시킨다. KT의 최근 행보를 ‘평창올림픽 독재’라고 일컫을 수 있을 듯하다. 2등이라는 이유로, 이번 계기로 1등을 앞질러야 한다는 강박을 무기 삼아 평창 올림픽을 독점하겠다는 아집이 엿보인다.

평창 올림픽은 일개 스폰서의 장삿거리가 아니다. 이념이 누군가의 사유지가 아니듯 말이다. 가정에 중대사가 닥치면 철없는 꼬마아이라도 눈치껏 우는 소리를 그치는 법이다.

대한민국의 국익이냐, ‘5G’ 1등을 위한 야욕이냐. 두 개의 선택지에서 고민하는 것조차 넌센스다. 2등이 모든 것을 변호해주진 않는다는 점을 시급히 깨달아야 한다. 국민들은 그 정도로 무지하지 않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