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는 이를 위해 올 11월 학부 새내기과정 재학생을 대상으로 전공 학생 모집에 들어갈 예정이다. ‘융합기초학부’가 개설됨에 따라 KAIST 학사조직은 자연과학대학·공과대학 등 현행 5개 단과대학·6개 학부(급)·27개 학과(급) 체제에서 5개 단과대학·7개 학부(급)·27개 학과(급) 조직으로 1개 학부가 늘었다.
KAIST 관계자는 “내년 봄학기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는 ‘융합기초학부’ 설치는 지난 2017년 2월 신성철 총장이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온 숙원사업인데 3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총장은 취임 이후 줄곧 초연결·초지능·융복합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의 파고(波高)를 타고 빠르게 발전해가는 사회 속에서 튼튼한 기초과학·기초공학 지식을 갖추고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지식창조형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취지로 융합기초학부 설치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KAIST는 이를 위해 지난 2017년 4월부터 융합기초학부 설치 검토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한편 같은 해 9월 생명화학과 김종득 명예교수를 설립추진단장으로 임명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김종득 단장을 포함해 13명의 교수로 구성된 추진단에서는 약 2년에 걸친 교과목 설계를 통해 8개의 중점분야에서 30여 개의 전공 교과목을 포함한 교과과정을 완성했다. 이밖에 30여 차례에 걸친 세미나·공청회·설명회 등을 통해 융합기초학부 설립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왔고 작년 가을학기부터 `창의적 융합 디자인' 과목을 비롯한 시범 수업을 진행해왔으며 올 5월에는 과기정통부로부터 최종 설립 승인을 받았다.
융합기초학부 관계자는 교과과정의 주축이 된 인재 양성 방향에 대해 미래사회를 대비한 폭넓은 사고력을 바탕으로 ‘기본 역량’·‘메타 역량’·‘인문 역량’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기본 역량’을 학문의 경계 없이 폭이 넓고 융합적인 사고력을 지니고 문제를 발굴·정의·해결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산업 사회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기초 학문과 초학제적 지식을 겸비해 가변적이고 불확실한 문제를 빠르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도전적인 전문가를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메타 역량’은 학문과 학문, 학문과 비 학문의 경계를 넘어 소통·협력·공감을 통해 현실과 맞닿은 실제적 해법을 독창적으로 고안하고 다각적으로 새로운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능력이다.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체득한 지식을 적절한 방법으로 현실 속에 구현하는 능력이다. ‘창의적 융합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특화 과목, 이론과 시제품, 현장실습 등을 새롭게 시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인문 역량’은 일상과 직업 활동, 사회적 규범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윤리와 정서에 대한 제어능력 및 공통된 문화와 역사에 대한 공감 능력을 의미한다. KAIST관계자는 “문제를 과학과 공학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인문 또는 감성적인 방법과 경험을 체득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적응력을 높인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재 양성을 목표로 KAIST는 융합기초학부에서 융합기초 교과목 6개, 중점분야별 전문 교과목군 8개, 그리고 AI 교육을 바탕으로 구성한 교과과정을 설계했다. 특히, 융합기초 교과목 6개는 세부 전공을 선택해 심화학습을 하는 전통적인 대학교육 과정과는 크게 차별화한 교과과정이다.
6개의 융합기초 교과목은 ‘융합학문을 위한 기초 현대물리’·‘유기화학 반응의 기초’·‘분자생물학과 유전체의 이해’, ‘응용수리모델링’·‘초학제간 데이터 구성’·‘경영자를 위한 경제학’ 등이다. 이 교과목들은 이·공학 분야 학문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기초적이며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또 어떤 분야가 다른 분야에서는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중점을 두고 설계했다.
‘데이터 및 AI’·‘기계 및 정밀’·‘헬스케어’·‘에너지 및 환경’·‘소재 및 물질’·‘스마트시티/라이프’·‘문화/미디어’·‘경영/창업’ 등 8개 중점분야 교과목군 또한 넓고 탄탄한 융합 기초 위에 본인만의 역량, 즉 이·공학적 전문성 확보를 통해 사회나 학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다른 사람의 전공 분야까지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사고력으로 전체를 이끌 수 있는 리더 양성을 목표로 다양하고 특색 있게 꾸몄다.
KAIST 융합기초학부의 교과과정은 학생의 관심 주제와 연계해 개인맞춤형 교과목 형태로 운영된다. 선택과목은 물론 개개인의 진로설계·예술과 과학의 감성학습·스토리텔링·실험과 시제품·창의 설계·현장실습도 모두 개인맞춤형 교과목으로 운영되고 또 멘토 교수와 학과의 아카데믹 어드바이저로부터 교과목 설계와 진로 상담을 조언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1학년 과정을 포함해 총 136학점 이상을 이수한 학생은 자신이 선택한 교과과정에 따라 공학사·이학사·융합공학사·융합이학사 등 4개의 학위 중 하나를 받게 되는데 8개 중점분야 성적은 별도로 표기된다. 기존방식대로 전공 학과를 결정한 뒤 부전공 또는 복수전공으로 융합기초학부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종득 융합기초학부 설립추진단 단장은 “이제 대학교육은 변화의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회와 개인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제도로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 전문적 역량과 더불어 초학문적 사고력을 배양하기 위해 설치한 융합기초학부의 교육을 바탕으로 현실사회와 대학원에서 융합적인 연구 주제를 소화하고,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지식창조형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