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스위스 자회사 IDQ와 지난해부터 함께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이다. SKT는 지난해 스위스 양자ICT 기업 IDQ에 약 700억 원을 투자해 사내 양자기술연구소(퀀텀테크랩) 조직을 IDQ로 통합했다. 아울러 스위스, 한국, 미국, 영국에 IDQ 사무소를 전진 배치했다. 이로 인해 SKT의 통신사업 역량과 IDQ의 원천 기술의 시너지 효과로 최근 글로벌 사업 확장에 순조로운 모습이다. 유럽에서는 EU 산하 양자 관련 조직이 추진하는 양자키분배기 1위 공급사로 선정된 데 이어 스위스 기업, 대학들과 손 잡고 실제 양자암호 기술 적용 사례를 늘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과 뉴저지간 양자통신 상용망 실제 적용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을 거듭해 SKT는 양자키분배기, 양자난수생성기 등의 기술 고도화와 제품 라인업 확대로 매출 신장 방안을 더욱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IDQ는 EU 산하 양자 플래그십 조직이 추진하는 오픈(OPEN) QKD 프로젝트에 양자키분배기(QKD) 1위 공급사로 참여한다. 프로젝트 참여 기업기관 중 가장 많은 구간에 양자키분배기를 공급해 스우스 제네바와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 유럽 주요국의 14구간(1구간 당 약 100KM)에 양자암호 시험망을 구축한다. 이 프로젝트는 도이치텔레콤, 오렌지, 노키아, 애드바 등 이통사와 통신방비사는 물론, 정부, 대학 연구기관까지 총 38개의 파트너가 참여한다.
EU는 지난해 ‘제2의 양자혁명 선도’를 선언하며 양자 플래그십 조직을 신설했다.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10년간 10억 유로의 예산을 기업, 연구기관 등에 지원해 통신, 컴퓨터, 센싱, 시뮬레이션 총 4개의 양자 응용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모든 양자 응용분야의 근간이 될 양자암호 시험망을 약 200억 원의 예산으로 올해부터 3년 간 유럽 주요국에 일차적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해당 사업이 IDQ가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된 오픈 QKD 프로젝트인 것이다.
IDQ는 이와 동시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업, 대학과 손잡고 블록체인, 스마트그리드, 스마트병원 등 미래 유망 산업 분야에 실제 양자암호 기술을 적용, 양자암호통신의 생태계를 넓혀 사업 기회 확장도 추진한다.
먼저 스위스 블록체인 기업 ‘몽 벨레항’과 함께 암호화폐 거래소의 디지털 자산 해킹을 막는 ‘양자 금고’ 솔루션을 개발한다. 또 전력·네트워크 사업자 SIG와는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SIG의 데이터센터와 전력발전소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해 안전한 전력 공급망을 구축한다. 제네바 대학과는 병원이 장기간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돕는 암호화 솔루션을 연구하기로 했다.
■ 美 최초 양자암호통신망, 월가 금융정보 철통보안… 내년 800Km로 확장
아울러 IDQ는 지난해 미국 양자통신 전문기업 ‘퀀텀엑스체인지’’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최근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국 최초의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 최고의 보안을 요하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정보를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
IDQ와 퀀텀엑스체인지는 현재 구축된 양자암호 통신망을 내년까지 워싱턴D.C.에서 보스턴에 이르는 800Km 구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IDQ는 양자키분배기를 공급하고 퀀텀엑스체인지는 암호키(Key) 전송거리를 확장하는 솔루션을 적용한다.
이 외 IDQ는 오는 11월 괌·사이판 이통사 IT&E와 협력해 인기 관광지 괌에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SKT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 기술을 한국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적용한 바 있다.
■ 양자암호통신 핵심 기술 고도화…4분기 양자난수생성 제품 라인업 확대
SKT는 양자키분배기(QKD), 양자난수생성기(QRNG)를 중심으로 양자암호통신 핵심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세한 크기의 양자도 감지하는 양자센싱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로 비누방울처럼 미미한 자극에도 상태가 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양자 특성을 활용해 제3자의 탈취 시도를 무력화하는 암호키를 만들고 이를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동시에 나눠주는 기술이 양자암호통신의 핵심인데, SKT는 이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양자키분배기는 송신자와 수신자 양쪽에 위치해 통신망으로 양자를 주고 받으며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키를 만든다. 양자난수생성기는 암호키를 만들기 위해 패턴이 불규칙한 난수(Random Number)를 생성하며 이는 여러 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
4분기에 SKT는 양자난수생성기 제품 라인업을 대폭 강화해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자율주행차 전용 초소형 칩셋(크기 4.2mm X 5mm) ▲데이터센터 전용 초고속 장비 ▲범용성을 높인 PICe 카드 등이다. 이는 기존 제품 대비 다양한 폼팩터와 빠른 처리 속도를 갖게된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은 “5G 세상에는 모든 사물이 데이터화 되며 그만큼 보안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질 것”이라며, “양자암호통신이 대한민국의 국보급 기술로 거듭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 세계 정부, 기업들은 양자정보통신에 주목하고 있다. EU와 미국은 이미 양자 기술 개발에 각각 약 1조3천억 원(10억 유로), 약 1조4천억 원(12억 달러)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자정보통신 분야는 아무리 복잡한 연산도 단시간내에 풀어내는 양자컴퓨터, 해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양자암호통신으로 크게 나뉜다.
구글,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양자컴퓨터 개발에 나서며 이에 대한 보안 솔루션으로 꼽히는 양자암호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양자암호 시장이 2018년 1억 달러에서 2023년 5억 달러로 연평균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5G 시대에 더 많은 사물이 통신망에 연결되면 해킹에 대한 위험도 증가하므로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