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설 연휴를 앞두고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구현모 차기 KT 최고경영자(CEO) 선임자의 인사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인사는 차기 CEO로 내정된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향후 3년간 어떤 방향으로 KT라는 거대 조직을 이끌고 갈지를 보여줄 시금석 같은 것이다. 특히 인사 시기와 폭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체적 인사 방향으로는 설 이전, 조직 안정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는 쪽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물론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의외의 발탁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미 지난 9일 직원 평가를 마치고 당사자에게 결과를 통보했다. 통상 직원 평가는 인사를 앞두고 실시돼 온 만큼 인사 임박설은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구 사장이 33년 간 KT에서 근무한 ‘KT맨’인 만큼 인사가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어 굳이 KT 조직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CEO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가동하는 인수위원회 구성을 생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은 것은 안정적 인사냐 혁신적 인사냐다.
황창규 회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앞으로 경영을 구 사장이 총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사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CEO 선임 절차를 거쳐 공식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 구 사장에게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이런 일련의 상황 속에서 나올 인사는 황 회장 임기 중 이뤄지지만, 실질적으로는 구사장 자신의 스타일을 선보이게 된다. 구 CEO 내정자가 자신의 첫 인사 포석을 어떻게 할지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정확한 인사 날짜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KT 안팎에서는 직원평가까지 마친 만큼 설 연휴 전에 인사가 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강하게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17일 또는 20일을 거론하고 있기도 하다.
인사의 폭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기존 임원진을 사실상 재신임하면서 함께 갈지 아니면 혁신적 인사를 취할지 여부다. 이와 관련, 눈길을 끄는 부분은 구 사장이 CEO로 내정되면서 공석이 된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으로 누가 올지다. 구 사장이 맡아 온 이 사업 부문은 휴대전화와 집 전화 등 유·무선통신 판매와 IPTV(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를 담당한다. KT 조직 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주력 사업 분야다.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 임원 선임은 연쇄적으로 다른 임원들의 자리 이동을 가져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이 1964년생인 만큼 부문장급과 주요 임원을 젊은 인사로 대폭 물갈이할 가능성 여부가 주목거리다. 구 사장과 함께 차기 CEO 후보에 이름을 올린 임원의 거취에도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오성목 사장(1960년생), 이동면(1962년생) 사장, 박윤영(1962년생) 부사장 등이 모두 구 사장보다 나이가 많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내부 사정에 정통한 구 사장이 대대적인 물갈이나 외부인사 수혈 같은 충격요법보다 안정적 조직 운영쪽으로 방향을 잡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공지능(AI) 사업에 대한 지원 강화방향의 조직개편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실제로 KT는 지난해 10월 통신사를 넘어 AI 기술을 선도하는 ‘AI 전문기업’이 되겠다고 선포했다. 5G와 AI의 결합추세를 감안할 때 이 미래사업을 누가 담당할지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한편 구 사장은 13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리는 2020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구 사장이 이 행사에 참석한다면 처차기 KT CEO 내정자가 된 이후 처음 갖는 방송통신 관련 행사 공식 행보가 된다. 이 행사에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통신업계 주요 인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