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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된 ‘넷플릭스법’, ‘구글갑질방지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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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된 ‘넷플릭스법’, ‘구글갑질방지법’도?

여전한 국내 역차별 논란 속에 오는 10일부터 넷플릭스법 시행
해외기업 ‘망품질’ 안정성 강제 어려울 듯…국내 기업에만 ‘부담’
‘국내법’ 적용한계…동력잃은 구글방지법, ‘앙꼬없는 찐빵’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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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사업자(CP)에게 망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이른바 ‘넷플릭스법’이 오는 10일부터 시행된다.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해외기업을 비롯해 국내 네이버와 카카오가 적용대상이다.

이번 넷플릭스법이 마련됐지만 국내 기업 역차별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넷플릭스 등 해외 기업들로부터 망품질을 위한 정당한 망사용료를 받을 수 있느냐에서부터 실질적인 집행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국내법이 해외 기업들을 강제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넷플릭스나 구글, 페이스북에는 ‘넷플릭스법’을 적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망안정성을 명문화시켜 이미 망사용료를 내고 있는 국내 CP기업에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CP의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된 넷플릭스 방지법이 핵심은 다 빠진 국내 기업 ‘족쇄’만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기간통신사업자(ISP)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넷플릭스법은 전년도 말 3개월간 일평균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이 각각 100만 명 이상이면서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인 CP들에 적용된다. 해당 CP들은 기술적 오류와 트래픽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도 취해야 하며 트래픽 양 변동에 대비해 필요한 경우 관련 사업자와 협의해야 한다. 트래픽 경로를 변경할 경우 기간통신사업자에 미리 알려야 한다.
국내 전체 트래픽의 1%는 약 3만5000명이 하루종일 HD급 동영상을 시청할 때 발생하는 트래픽의 규모에 해당된다. 약 5000만 명이 메신저·SNS·정보검색을 이용했을 때의 규모다. 네이버는 연간 700억 원대, 카카오는 300억 원대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인터넷업계 측은 넷플릭스법이 CP에 과도한 의무를 부여하고 ISP에만 유리한 조항으로 가득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정부의 시행령 예고 당시 성명서를 내고 “과도하고 형평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용자 보호를 앞세워 부가통신사업자에게만 의무를 전가하겠다는 이번 시행령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부가통신사업자가 사실상 모든 주요 기간통신사업자와 계약해야 하면서 부가통신사업자의 망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기협은 “일일평균 이용자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일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 이상인 사업자는 서비스를 안정하게 유지해서 이용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고, 그 외 사업자는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운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기간통신사업자를 포함하여 관련 사업자에 대해서까지 협의 및 사전통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가능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또 “부가통신사업자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최종 이용자에게 안정성 확보조치를 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혹시나 동일한 안정성 확보조치를 위해 모든 기간통신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면 이는 부가통신사업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계약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 그리고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P가 망품질 안정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을 변수들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ISP에 망사용료를 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CP의 망안정성 객관적 측정도 애매한 상황에서 넷플릭스법 입법 배경이 된 넷플릭스 등 해외 기업들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될 측정 지표나 강제 조사권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제도적 허점을 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9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해외 기업들의 트래픽 조사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특별하게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국내 대리인제도를 통해 데이터를 요청할 수 있을 것 같다”고만 했다.

해외 기업들에 망품질 의무 감시가 어려운 데다 근거로 내세울 객관적 지표 미확보, 해외 기업에 보고 의무도 없애, 결국 망안정성에 대한 의무를 국내 기업들에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인터넷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해외 기업들이 자국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 망품질 의무를 적용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더욱이 규제할 객관적 근거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자칫 망안정성 문제가 나올 때마다 화살은 국내 사업자들이 과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넷플리스법’이외에 글로벌 인터넷 공룡 기업의 독점적 행위를 막기 위한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도 자칫 국내 기업만 규제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9월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30% 인상을 발표한 뒤 국내 인터넷 업계가 강력 반발 하자 여야 의원들은 앞다퉈 구글을 규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가 한 목소리로 조속한 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해당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고, 연내 처리는 물건너 간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압박과 구글을 대리하는 김앤장의 힘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넷플릭스법 입법 과정에서 망품질 유지를 위한 실질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조치들이 삭제되면서 법의 취지를 약화시켰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때문에 ‘구글갑질방지법’도 용두사미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나타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입법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며 이를 감안하고 또 사회적 파장 등을 종합해 소위원회서나 전체회의에서 논의가 된다”면서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처리하는 만큼 업계의 시각에선 미흡하다고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사업자에 대한 무조건적 규제를 바라는 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은 납득 가능한 방안을 바라는 것”이라며 “(구글갑질방지법)입법이 또다시 ‘넷플릭스법’과 같이 또다른 차별이나 앙꼬없는 찐빵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국회의 입법에 우려감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