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수급이 어려웠던 극장의 경우 워너브라더스 대작을 극장에 내걸어 숨통이 트였고 OTT 업계에서는 HBO맥스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게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의 정상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제작비 회수가 어려워진 영화들에 대한 임시 대책이다. 워너미디어는 이 같은 전략을 통해 HBO맥스의 경쟁력을 키우면서 개봉이 밀린 영화들을 순차적으로 개봉시킨다는 계획이다.
'원더우먼1984'를 시작으로 '듄'과 '매트릭스' 속편, '더 배트맨', '고질라 vs 콩'이 이 같은 전략에 따라 내년까지 HBO맥스와 극장에 동시 개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일시적인 대책이지만 극장과 OTT업계 모두에 뜻 밖의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국내 극장 기준으로 ‘원더우먼1984’는 개봉 전부터 70%대의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2일 오후 2시 기준 예매율은 69.7%이고 예매 관객수는 5만6741명이다.
지난 10일 개봉한 한국영화 ‘조제’가 박스오피스 2주째 1위를 지키고 있음에도 14만4000명에 머문 것을 감안한다면 국내 극장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다소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도 HBO맥스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당초 글로벌 OTT 시장에서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넷플릭스나 강력한 IP를 바탕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아이폰·아이패드 등 디바이스 기반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는 애플TV플러스가 경쟁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은 팬들을 확보한 워너미디어가 내세운 HBO맥스가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이면서 OTT 시장은 다시 혼전으로 치닫고 있다.
워너브라더스는 DC코믹스 외에 몬스터 유니버스('고질라', '킹콩' 등), '매트릭스', '해리포터', '컨저링' 유니버스 등에 대한 IP를 보유하고 있다. 또 워너미디어의 방송사인 HBO는 '웨스트월드', '왕좌의 게임', '트루 블러드', '섹스앤더시티', '트루 디텍티브' 등 매니아층을 다수 확보한 드라마를 제작했다.
단순한 IP 규모에서는 월트디즈니에 밀릴 수 있으나 호러와 히어로물, 액션, SF 등 다양한 장르와 연령층을 공략할 수 있는 IP가 많아 디즈니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아직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HBO맥스 독점공개작인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이나 오리지널 드라마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HBO맥스의 국내 서비스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HBO맥스는 현재 티빙과 투자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티빙은 자본을 확보하고 HBO맥스는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 저력을 발휘한 것을 감안한다면 HBO맥스와 디즈니플러스 모두 한국을 거점 삼아 아시아 시장 진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HBO맥스의 국내 진출도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디즈니플러스는 내년 중 한국 출시를 공식화했다.
한편 디즈니플러스의 모기업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일부 영화에 한해 OTT와 극장에서 동시 공개한 바 있다. 단 디즈니플러스를 서비스하는 나라에서는 OTT 공개하고 서비스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극장 개봉해 워너미디어와 차이가 있다.
이 같은 전략으로 9월 '뮬란'이 우리나라에서는 극장 개봉했으며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바 있다. '뮬란'은 국내에서 23만명을 동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세였던 시기임을 감안한다면 꽤 많은 관객수지만 디즈니 영화임을 감안한다면 흥행 참패 수준이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