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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충돌로 치닫는 ‘애플-페이스북’…‘사생활 보호’ 둘러싸고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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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충돌로 치닫는 ‘애플-페이스북’…‘사생활 보호’ 둘러싸고 갈등 고조

팀 쿡 애플 CEO(왼쪽),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이미지 확대보기
팀 쿡 애플 CEO(왼쪽),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생활 보호’ 기능을 둘러싼 애플과 페이스북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정보통신(IT) 공룡 기업간 대결이 전면화 양상을 띠면서 법적 소송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문제의 발단은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정책 변경 때문이다. 애플은 새로운 아아폰 운영체제인 iOS14에 앱들이 사용자의 앱 이용 기록이나 검색, 위치 등을 수집하지 못하게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의 정보보호 강화 일환으로 애플은 앱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공개하고 광고 등의 목적으로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선 사용자로부터 동의를 받도록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사용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무작위로 수집하는 앱에 대해 승인 절차를 추가함에 따라 해당 앱 사용성은 떨어지게 된다. 페이스북의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맞춤형 광고’ ‘표적 광고’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수밖에 없다.

애플이 사생활 보호 정책 추진 움직임에 양사는 지난해부터 간헐적으로 대치해왔다. 페이스북은 '광고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 소상공인'을 대표한다며 애플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애플은 사생활 보호 정책이 이커머스 시장 등 모바일 산업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정책 적용 시점을 연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이 그대로 사생활보호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양사간 전면충돌이 앞당겨졌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8일 열린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콘퍼런스’에서 페이스북을 겨냥해, “타깃 광고를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은 폭력 등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와 연결돼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쿡 CEO는 “만약 기업이 잘못된 사용자, 데이터 이용, 사용자의 권한이 전혀 없는 선택권에 기반한다면, 기업은 칭찬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경멸받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들이 앱의 개인정보접근 허용 여부를 선택할 있도록 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새롭게 출시할 iOS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2월부터 적용한다는 게획으로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개인정보 정책이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어 페이스북으로선 난처한 입장이다. 여론조사기업 탭리서치에 따르면 이용자 85%가 아이폰 업데이트 후 앱에 정보 제공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애플 정책으로 인한 페이스북의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페이스북도 애플에 전방위적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27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애플이 플랫폼의 지배력을 남용하며 자사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애플을 비판했다. 저커버그 CEO는 “애플은 이용자들을 위해 이러한 정책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이 정책은 경쟁 업체들의 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페이스북과 업계는 가까운 미래에 이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미국 주요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게재하며 “우리는 전 세계 모든 곳에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애플과 맞서 싸우겠다”고 전선을 넓혀 애플을 압박해 왔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개인정책 보호 정책 저지를 위한 반독점 소송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두 IT 공룡의 CEO가 공개 발언을 통해 사생활 보호와 알고리즘의 영향, 경쟁 등을 놓고 다투고 있다”며 “애플과 페이스북이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상충하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