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 인수를 놓고 양사간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스토리 콘텐츠 시장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상징적 맞대결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막대한 규모의 투자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토종 스토리 플랫폼인 ‘문피아’ 인수는 국내 시장 선점 효과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확대에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공산이 높아 자존심을 건 대결이 예상된다.
지난 2002년 인터넷 커뮤니티로 출발한 문피아는 2012년 김환철 대표가 법인을 설립한 국내 대표적 웹소설 플랫폼으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액은 417억원, 영업이익은 73억 원이다. 월평균 페이지 뷰가 1억 회 이상, 방문자 수는 40만 명에 달한다. 문피아에 등록된 작가 수는 4만7000명가량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콘텐츠 플랫폼 인수 경쟁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올초 네이버는 세계 1위 웹소솔 플랫폼 ‘왓패드’를 약 6500억 원에 인수했다. 5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는 왓패드는 월간 이용자 수(MAU)만 9000만에 달한다. 왓패드 인수로 네이버는 북미 시장에 운영 중인 네이버웹툰과함께 1억 6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게 됐다. 또한 네이버는 미국 웹툰 플랫폼 ‘태피툰’ 운영사 콘텐츠퍼스트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북미에선 네이버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후발주자인 카카오도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최근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의 경영권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며 가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서비스 운영사인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미디어에 투자해 기존 보유한 지분을 늘려 경영권까지 확보해 ‘카카오식’ 서비스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웹툰은 타파스, 웹소설은 래디쉬를 통해 카카오페이지의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의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전략이다.
북미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양사간 경쟁을 치열한다. 일본에서 네이버의 일본 웹톤 서비스인 ‘라인망가’와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재판의 ‘픽코마’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인 인도네시아에서 네이버는 현지 종합 미디어 기업 '엠텍(엘랑 마코타 테크놀로지)'에 1억 5000만 달러(1678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카카오는 인도네시아 웹툰 1위 ‘네오바자르’를 인수하고 일찌감치 동남아 시장을 진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경쟁력으로 글로벌로 영역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스토리 콘텐츠 시장의 무한한 확장성 때문이다. 웹툰과 웹소설 IP로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가능하다. 또한 웹툰과 웹소설은 문화적 이질감이 낮아 글로벌 이용자층 확대와 계층까지 넘어설 수 있다. 이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브랜드와 직결되며, 검색 플랫폼과 네이버의 라인과 카카오의 카카오톡 등 자사 서비스 영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 시장보다 본진인 국내에서의 주도권 선점은 네이버와 카카오 양사로선 상징적이다. 국내 기반의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국내 시장을 외면한 채 해외 시장만 늘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한류 콘텐츠가 북미와 아시아 등 글로벌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도 인수 경쟁 요인이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웹툰, 웹소설 시장 성장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네이버, 카카오는 국내 1등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1등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국내 웹툰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리레이팅은 현재 진행형이다”라고 강조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문피아인수를 공식화한다면 양측간 국내 시장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로 나설 수 있다”면서 “이번 인수전이 콘텐츠 시장의 기선제압이라는 차원으로 전개되는 만큼 업계에서도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