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산업협회가 지난 27일 제시한 자율규제 강화 방안은 캡술형 뿐 아니라 강화형, 합성형과 등 사실상 모든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확률 정보 공개를 상당폭 강화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강신철 협회장은 “이번 강령 개정은 자율규제 준수 기반을 넓힌다는 의지를 갖고 자율규제 대상 범위 확대와 확률 정보 공개 수준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협회의 이같은 방침에 엔씨소프트가 즉각 화답했다. 그간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소극적 입장을 내비쳤던 엔씨소프트는 확률공개 범위를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등 모든 유료 콘텐츠로 확대하고 유료 아이템뿐 아니라 유료와 무료 요소가 결합된 콘텐츠의 확률도 공개하기로 했다. 오는 3분기부터 모든 게임으로 순차적으로 선 적용해 강령 개정안 시행 12월 1일 이전에 완료한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엔씨소프트를 필두로 주요 게임사들도 협회의 모든 확률 정보 공개를 담은 강령 개정안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미 넥슨과 넷마블은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벌거지면서 확률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게임계 맏형인 넥슨은 지난 3월 기존에 확률을 공개해온 유료 캡슐형 아이템은 물론 ‘유료강화·합성류’ 정보까지 전면적으로 확률을 공개하기로 했다. 또 주요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으로, 모든 유료 확률형 아이템까지 확률을 단계적으로 공개한다는 방침과 함께 '확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넥슨은 당시 조작 논란이 불거진 메이플스토리 '큐브' 아이템에 대해 우선적으로 정보를 먼저 공개했다. 넥슨은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현장조사까지 받기도 했다.
넷마블도 확률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 4월 14일 열린 ‘제2의 나라 미디어 쇼케이스’에 참석해 “회사의 전체적인 방향성 자체가 ‘확률을 최대한 공개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며 “기존 서비스하는 게임도 확률을 공개하겠지만 새롭게 서비스하는 게임들은 공격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넷마블은 오는 내달 10일 출시하는 최대 기대작 ‘제2의 나라’에서 모든 확률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이외의 게임사들도 협회의 방침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자정노력을 보여줌으로써 이용자들로부터 다시금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 것 같다”며 “각 회사별로 놓인 상황에 따라 일정을 조율해 공개 방법과 범위, 시기 등의 언급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 확산 차단과 이용자 신뢰를 위한 협회와 업계의 자구책이지만 게임업계에 전반에 퍼져있는 불신은 잠재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협회 개정안은 구속력이 없는 만큼 법적 제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회에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관련한 개정안이 10여 건이 이미 발의 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모든 게임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는 내용의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을 공개하지 않은 사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