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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가상인간 열풍 확대…문제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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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가상인간 열풍 확대…문제점 없을까?

IT뿐 아니라 금융·유통 등에 적용…인플루언서 역할 '톡톡'
구설수 없는 안전한 마케팅 수단…윤리적 문제 해결과제

가수 데뷔를 앞둔 LG전자 가상인간 래아(왼쪽)와 프로듀서 윤종신.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가수 데뷔를 앞둔 LG전자 가상인간 래아(왼쪽)와 프로듀서 윤종신. 사진=LG전자
산업계 전반에 가상인간 열풍이 거세다. 최근 기업들이 기술력을 과시하고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가상인간을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가상인간 모델링과 기술 개발에 핵심이 되는 IT기업뿐 아니라 금융, 유통 등 산업계 대부분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가상 인플루언서 '래아킴(REAH KEEM)'이 뮤지션으로 데뷔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달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 미스틱스토리와 래아의 뮤지션 데뷔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업무협약에 따라 래아는 미스틱스토리의 '버추얼 휴먼 뮤지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미스틱스토리의 대표 프로듀서인 윤종신 씨가 직접 참여, 래아의 노래는 물론 목소리까지 프로듀싱한다.

래아는 LG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구현한 가상 인플루언서다. 지난해 'CES 2021'에서 열린 'LG전자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연설자로 깜짝 등장,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섰다.
이후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싱어송라이터 겸 DJ'라고 본인을 소개한 래아는 활기차고 자연스러운 일상을 대중에 공개하며 국내외에 수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래아는 LG전자가 지난 4일 오전 공개한 'LG 월드 프리미어'에서 뮤직비디오 티저를 공개, 가수로서의 데뷔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또 스마일게이트의 가상인간 한유아는 최근 패션잡지 ‘Y매거진’과 화보촬영을 마치고 패션모델로 데뷔했다.

이번 화보의 컨셉은 ‘지구와 꽃 피운 첫 교감’이다. 화면 속에서만 존재하다가 이제 막 밖으로 나온 가상 인간 한유아가 세상과 처음으로 교감하는 모습을 담았다.

한유아는 AI 기반 가상 아티스트이자 스마일게이트의 가상현실(VR) 게임 ‘포커스온유’의 주인공으로 2020년부터 가상 아티스트로 활동해 왔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메타버스 및 가상 인플루언서 열풍에 발맞춰 시각특수효과(VFX) 기업 자이언트스텝과 손잡고 게임 캐릭터의 모습에 가까웠던 한유아를 실사와 다름 없는 수준까지 고도화했다.

한유아는 그동안 SNS 계정을 통해 대중과 소통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정식 연예계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화보 촬영을 시작으로 다음달 말에는 정식 음원을 발매해 가수로 데뷔한다.

이 밖에 가상인간 수아는 최근 SK텔레콤의 새로운 광고모델로 데뷔했다. 그동안 김연아부터 설현, 전지현을 거쳐 최근 고윤정, 홍수주 등이 참여한 SK텔레콤 모델에 처음으로 가상인간이 낙점된 것이다.

수아는 카카오게임즈 산하 넵튠의 자회사 온마인드가 개발한 가상인간이다. 지난해 말 SK스퀘어는 80억원을 투자해 온마인드의 지분 40%를 인수한 바 있다.

이밖에 신한은행 광고에서 활약한 가상인간 로지와 ‘버츄얼 유튜버’인 루이도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로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기업들이 가상인간을 선호하는 데는 회사의 혁신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안전한 광고모델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있다. 가상인간을 개발하고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혁신기업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직접 가상인간을 개발한 IT기업뿐 아니라 가상인간 모델을 기용한 금융, 유통기업들도 포함된다.

또 기존 연예인 광고모델의 경우 과거사나 사건사고로 개인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업 이미지에도 타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말실수나 과거 행동 등으로도 구설수에 오를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연예인 광고모델에 대해 특히 조심스럽다. 그러나 가상인간은 온라인상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등장한 가상인간이 모두 20대 날씬한 여성이라는 점에 대해 일각에서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화장품이나 패션 등 유통업계에서는 소비자층인 젊은 여성들이 닮고 싶어하는 캐릭터를 모델로 설정하길 원한다. IT기업에서도 기술 트렌드에 대한 소비가 빠른 남성 소비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가상인간으로 젊고 예쁜 여성을 디자인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외모잣대가 소비자들의 편향성을 굳어지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이들은 음성AI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자칫 ‘제2의 이루다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2020년 12월 스캐터랩이 개발한 AI챗봇 이루다는 20대 여대생 컨셉으로 공개됐다. 그러나 출시 직후 각종 성희롱과 혐오 메시지에 시달린 바 있다. 이후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발생하며 두 달 만에 서비스가 종료됐다. 이루다는 최근 문제점을 개선해 재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가상인간은 마케팅 용도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루다와 같은 우려는 없다”며 “다만 가상인간의 다양한 활용을 위해서는 20대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