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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가상인간·블록체인…국산 메타버스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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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가상인간·블록체인…국산 메타버스 어디까지 왔나

네이버는 플랫폼·가상인간, 카카오는 블록체인 분야 선도
실질적 성과 '오리무중'…"가시화되려면 최소 5년 필요"

'제페토' 이미지. 사진=네이버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제페토' 이미지. 사진=네이버 유튜브
'메타버스'는 IT 분야를 넘어 다양한 업계에서 주목하는 화두다. 국내 업체들은 대체로 플랫폼·가상인간·블록체인 등 3개 방향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경제적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인터넷 상에 구현된 현실에 가까운 가상 세계를 일컫는다. 어원은 닐 스티븐슨 작가가 1992년에 쓴 SF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 속 가상 세계의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메타버스로는 네이버 '제페토'가 꼽힌다. 지난 2018년 AR(증강현실) 아바타 기반 플랫폼으로 출시됐으며 블랙핑크·방탄소년단 등 케이팝 그룹과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중국·동남아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어 지난 3월 누적 가입자 3억명을 돌파했다.

'제페토' 전담 운영사 네이버제트는 국내 게임사 슈퍼캣과 협업, 2D 메타버스 '젭'을 선보이는 등 외연 확장에 나섰다. 네이버 외에도 SK텔레콤이 지난해 7월 '이프랜드'를 출시했으며 컴투스는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3D 그래픽 플랫폼 '컴투버스'를 개발 중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사 넵튠 '컬러버스', YJM게임즈 '원유니버스' 등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지향한다.
네이버는 지난 8일 클로바 AI(인공지능)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 국내 대표 가상인간 '오로지'의 목소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로지는 메타버스 스타트업 싸이더스 스튜디오X서 지난 2020년 선보인 가상인간으로 인스타그램에서 국내 가상인간 중 가장 많은 팔로워 12만명을 보유 중이며, 지난 2월 오리지널 곡 'Who Am I'를 선보이며 가수로 데뷔했다.

오로지 외에도 스마일게이트가 자이언트스텝이 합작한 가상인간 '한유아' 역시 4월 'I Like That' 음원을 공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이들 외에도 네이버 '솔이', LG전자 '김래아', 넵튠 '수아', 넷마블 '리나', 롯데 홈쇼핑 '루시' 등이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며 엔씨소프트·크래프톤 등도 가상인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싸이더스 스튜디오X '오로지'(왼쪽)와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사진=사운드 리퍼블리카·스톤 뮤직 엔터테인먼트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싸이더스 스튜디오X '오로지'(왼쪽)와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사진=사운드 리퍼블리카·스톤 뮤직 엔터테인먼트 유튜브

네이버가 플랫폼·가상인간 분야에서 앞서가는 가운데 IT업계 라이벌 카카오는 웹 3.0 분야에서 주도적 입지를 구축했다. 웹 3.0이란 기존의 인터넷 '웹 2.0'에 비해 더욱 발전한 스마트 인터넷을 의미하는데 업계에선 일반적으로 블록체인 경제 구조가 더해진 메타버스를 지칭하는 말로 활용된다.

카카오 그룹의 블록체인 클레이튼(KLAY)은 카카오게임즈 보라(BORA)·위메이드 위믹스(WEMIX)·넷마블 마브렉스(MBX)·네오위즈 네오핀(NEOPIN) 등 국내 대표 게임사들의 메인넷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GS숍·LG전자·SK 네트웍스·셀트리온·신한은행 등이 클레이튼 파트너사 목록에 들었다.

네이버 또한 블록체인 분야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이에 대항하고 있다. 네이버제트는 일본 관계사 라인의 블록체인 링크(LINK)와 NFT 사업을 추진하고 크래프톤과 협력해 NFT 기반 메타버스를 개발 중이다. 앞서 언급한 '젭'은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 인터넷 방송인 소속사 샌드박스 네트워크 등과 NFT 관련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크래프톤은 네이버제트와는 별개로 미국의 블록체인 솔라나(SOL)와도 협력한다. 넷마블은 MBX 외에도 자체 블록체인 큐브(CUBE)를 바탕으로 한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컴투스 '컴투버스' 역시 자체 블록체인 C2X를 기반으로 한다.

사진=클레이튼 미디엄이미지 확대보기
사진=클레이튼 미디엄

국내 기업들이 다방면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 중이나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연매출 379억원에 영업손실 295억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가 3월 MAU(월간 활성 이용자) 130만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제페토의 2000만명대에 비해 저조한 수치다.

가상인간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가상인간 오로지의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2만6000명에 불과해 '파워 인플루언서'의 영역인 100만명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오로지의 음원 'Who Am I'나 한유아의 'I Like That' 역시 주요 음악 차트 10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블록체인 분야에선 위메이드가 위믹스 기반 MMORPG '미르4'로 글로벌 동시 접속 130만명을 넘기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위믹스 플랫폼의 수익은 올 1분기 실적 발표 기준 10억원에 그쳤고 '미르4' 이상의 성과를 거둔 블록체인 관련 콘텐츠는 아직 나오지 않아 웹 3.0 전체가 '태동기' 수준의 사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되려면 최소 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IT 기술 연구·자문사 가트너는 지난 3월 인류의 25%가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데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플랫폼스 대표는 지난해 말 "메타는 5년 안에 메타버스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완전한 메타버스 구현에는 최소 10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라자 코두리 인텔 컴퓨팅 시스템 총괄 이사는 "메타버스를 실제로 구현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컴퓨팅 기술이 있어야한다"이라며 "오늘날의 최첨단 기술보다 최소 1000배는 빠른 컴퓨팅 속도를 낼 수 있어야 글로벌 메타버스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