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은 지난 24일,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 주법을 상대로 한 위헌 법률 심판에서 대법관 찬성 6표, 반대 3표로 미시시피 주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임신 24주 이내에 이뤄지는 낙태를 미국 국민의 법적 권리로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의 판례를 49년 만에 뒤집은 것이었다.
임신 중절의 권리는 현대 여성의 사회 참여권, 신체 선택권과 관련된 핵심적인 논제인만큼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에 따르면 미국인의 59%, 특히 민주당 지지성향 국민은 83%가 해당 판결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사회 역시 이번 판결을 두고 요동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은 "이번 판결은 사회적 퇴보이며 자유권 침해"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반면 교황청은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지닌 큰 나라가 입장을 바꿨다"며 긍정적으로 평했다.
임신 중절 권리를 제한하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자유주의적이고 민주당적인 성향이 강한 미국의 IT업계는 대다수가 반대하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연방대법원이 해당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는 설이 제기된 지난 달부터 일찌감치 관련 성명문을 발표했다.
미국 대표 빅테크 아마존은 지난 3일 '원정 낙태'를 원하는 직원에게 최대 4000달러(약 519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월트 디즈니 컴퍼니 등도 연달아 비슷한 내용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MS 게임사업부와 산하 게임사 베데스다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 직후 SNS를 통해 "MS는 낙태 등 합법적 의료 서비스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포켓몬 고' 개발사 나이언틱과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IE) 산하 게임 개발사 너티 독·번지 소프트웨어 등도 "임신 중절에 대한 권리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업계 일각에선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반대하지 않는 기업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짐 라이언 소니IE 대표는 지난달 회사 직원들에게 '낙태권에 대한 찬반측의 의견을 서로 존중해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며 해당 사안에 대해 논하는 것을 금기시했다. 이에 업계에선 산하 개발사들과 소니IE가 이번 사안을 두고 찬반이 엇갈린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MS에 인수되는 것을 앞두고 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바비 코틱 대표는 임신 중절 금지를 찬성하는 공화당에 기부금을 전달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액티비전 블리자드 측은 28일 "코틱 대표는 퇴역 군인 고용을 지원하기 위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 비슷한 수준의 금액일 기부했으며 이번 사안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올해로 설립 32주년을 맞은 장수 게임사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의 직원들은 28일 "모회사 해즈브로는 최근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해 입장을 표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직원들의 항의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하며 29일 모회사에 항의하는 뜻에서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