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상에서 이용 가능한 월정액 구독제 텍스트 게임 제작기 '노블 AI'를 서비스해오던 안라탄 측은 이달 3일, 해당 서비스에 AI 기반 이미지 제작 기능을 추가했다.
이미지 제작 기능은 업데이트되자 마자 큰 반향을 끌어냈다. 네티즌들은 입을 모아 "그간 출시된 이미지 제너레이터 중 만화풍 일러스트 제작용으로는 최고 수준"이라는 호평을 쏟아냈다.
노블AI 이미지 제작기 이토록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끌어낸 것에는 월정액제를 바탕으로 한 저렴한 이용 단가가 장점으로 작용했다.
안라탄은 현재 '노블AI' 정액 요금으로 월 10달러(약 1만4348원)·15달러(약 2만1522원)·20달러(약 2만8697원) 등의 요금제를 적용 중이다. 이중 최고가인 20달러 요금제 기준으로 이미지 제작기를 월 최대 2000회 이용할 수 있는데, 이미지 1장에 약 14원의 요금이 드는 셈이다.
'노블AI'를 이용해봤다고 밝힌 한 업계 관계자는 "키워드 입력하고 그림 하나 만드는데 길어야 3초가 걸리는데, 보통 20번 정도 생성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AI 작업 시간 기준 1분에 140원만으로 양질의 일러스트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크게 유행한 서비스에 으레 뒤따르는 '짝퉁'도 나타났다. 중국계 업체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냐 AI'가 대표적인 예시로 해당 플랫폼은 노블 AI의 공식 사이트까지 거의 판박이로 베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러스트 업계에 불어닥친 'AI 바람'을 두고 업계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일러스트 공급을 크게 개선할 '게임 체인저'가 나타났다는 긍정론도 있는 반면,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밥그릇'을 빼앗을 수 있다는 점, 저작권 문제 등을 이유로 비판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노블AI의 경우 머신 러닝 과정에서 일러스트 플랫폼 '단보루'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더욱 저작권과 관련된 우려를 받고 있다. '단보루'는 이용자가 자유로이 이미지를 올릴 수 있는 일종의 '위키' 형태의 사이트다. 저작권 문제로 이미지가 삭제되더라도 데이터에는 남게 되고 이것이 노블AI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 그림을 상업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이들도 나타난다는 부작용도 있다. 실제로 아마추어 일러스트 상거래를 지원하는 일본의 DMM에선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별도 표기 없이 판매하려는 이들이 다수 적발됐고, 이에 운영진은 지난 7일 'AI 생성 작품'이라는 것을 필수로 기재하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최근 서브컬처분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 아바타 방송인 '버추얼 유튜버'들 중에는 트위터에서 공식 운영하는 팬아트 태그에 AI 생성 그림을 올리지 말 것을 당부한 이들도 있다. 이들 중에는 최근 한국 팬들과 온라인 팬미팅을 진행한 100만 유튜버 '타카나시 키아라'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AI 생성 그림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어렵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AI 그림을 무작정 거부하는 것이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시대착오적 반(反) 기술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없이 출시되는 게임업계는 물론, 웹소설 등 스토리 콘텐츠계나 공공기관까지도 '일러스트 품귀 현상'에 시달린지 오래"라며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AI 이미지의 도움을 받는 것은 필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의 이진준 교수는 AI의 예술 영역 발전 단계를 '단순 도구→조력자→전문적 협력자→독립적 예술가'로 구분하고 현재 기술은 '전문적 협력자' 단계에 도달했다고 평했다.
또 그는 지난달 22일 '제9회 대한민국 문화콘텐츠포럼'에 연사로 참여, "미래에 인간과 AI를 구분하는 기준은 예술을 감상하고 창작하는 능력을 가졌는가 여부가 될 것"라고 말했다. 이는 AI가 예술인들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할 것이며, 예술인들이 이후 AI를 활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네덜란드 예술단체 '트리하우스 NDSM'은 최근 암스테르담에서 'AI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이들은 "AI 그림 제작 서비스는 경험과 기술을 갖춘 일부에게만 국한됐던 예술 창작의 세계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개방했다"며 "개개인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가와 무관하게 창작 예술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