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스마트폰·OS 직접 만들 수 있다" 발언…해프닝 그쳐
암호화폐 체굴, 스타링크 접속 등…스펙 불균형에 실패 가능성
암호화폐 체굴, 스타링크 접속 등…스펙 불균형에 실패 가능성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는 그동안 애플과 구글의 과도한 인앱 수수료에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이후 머스크는 자신의 트윗에 "애플이 트위터를 앱스토어에서 금지하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애플은 그 이유를 우리에게 설명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근 머스크가 팀 쿡 애플 CEO와 만나면서 애플과 트위터의 갈등은 풀렸지만 이 과정에서 언급된 '테슬라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한 팟캐스트 트위터 계정에는 "만약 애플과 구글이 앱마켓에서 트위터를 퇴출한다면 머스크는 자체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다른 길이 없다면 대체 스마트폰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폰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12월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모델 파이(π)'라는 이름으로 당시 유출된 렌더링 이미지에서는 아이폰과 같은 평면 프레임을 적용하고 있지만, 옆면이 각져 있어 테슬라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을 연상시킨다.
후면에는 쿼드러플 카메라가, 전면에는 펀치홀 싱글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다만, 전면 카메라 구멍이 완전 검게 나타나지 않아 언더디스플레이 카메라를 포함했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폰아레나 등 외신에서 추측한 바에 따르면 암호화폐 채굴과 함께 스타링크 연결 등 아이폰이나 갤럭시 시리즈가 갖지 못한 혁신 기능을 대거 탑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전자업계에서는 테슬라폰의 출시 가능성을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혁신 기능에 집중한 나머지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등 기본 기능이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혁신 기능에 걸맞은 스펙을 갖추더라도 단가가 너무 높아질 수 있어 소비자의 심리적 한계를 넘을 수 있다.
실제로 암호화폐 채굴의 경우 전력 사용량이 워낙 많아 일반적인 배터리로 이 기능을 쫓아갈 수 없다. 또 테슬라폰이 나오게 된다면 iOS나 안드로이드가 아닌 별도의 운영체제(OS)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미 자체 OS인 '하모니'를 사용하는 화웨이 스마트폰처럼 시장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기능적인 문제 외에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테슬라폰이 성공적으로 끼어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샤오미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오포, 비보 등이 점유율을 가져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테슬라폰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구글의 픽셀폰조차 미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게 대표적인 예시다.
또 현재 모바일 시장에서는 단순히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에코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 구글이 스마트 워치와 노트북 등 픽셀폰과 연동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내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만약 테슬라폰이 출시된다면 테슬라 전기차와 연동돼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테슬라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100만 대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스마트폰 판매와 연계하기에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스마트폰 충전기나 배터리 사업도 하고 있지만, 에코 시스템을 구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테슬라폰'은 해프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머스크와 애플이 화해하고 트위터 내 애플 광고가 재개된 상황에서 머스크가 굳이 '테슬라폰'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다만 현재 전 세계에서 최고의 화제에 오르는 인물인 머스크와 테슬라 브랜드를 적용한 스마트폰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폰'은 과거 '프라다폰'이나 '람보르기니폰'과 같은 이벤트성 프리미엄 폰이 적당해 보인다"라며 "삼성, 애플과 경쟁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 될 것 같다. 어쩌면 픽셀폰을 따라잡기도 버거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