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한-UAE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정상 간 1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00여개 기업들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의 성과를 포함하면 이번 방문으로 체결한 MOU는 30여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6일 누라 알 카비 UAE 문화청년부 장관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영화·음악 등 콘텐츠부터 전통문화까지 다방면으로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UAE 콘텐츠 기업인 인덱스홀딩과 MOU를 맺었다. 인덱스홀딩은 두바이국제콘텐츠마켓의 주관사인 만큼 국내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동 진출에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프로젝트는 오는 2030년까지 8000개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20개의 유니콘 기업이 UAE에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양한 민관 협력기업 육성 프로그램과 외국 기업의 UAE 진출을 돕는 사업도 포함돼 있다.
UAE 외에 사우디아라비아도 한국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사우디와 싱가포르의 국부펀드는 지난 12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 공동체 계열사 중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투자 유치로 확보한 재원을 글로벌 사업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거대 글로벌 엔터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영역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이에 대해 배재현 카카오 투자거버넌스총괄 수석부사장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임에도 유수의 국부펀드 등 해외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에 대해 한-사우디 정상회담의 성과라고 평가하며 이번 투자를 계기로 △OTT·콘텐츠 컨소시엄에 대한 제작지원 △동남아·중동 등 해외진출 유망 국가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수출개척단 파견 △싱가포르 IT지원센터 등 현지 거점을 통한 해외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 OTT를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한 글로벌 OTT 어워즈 개최 △디지털 청년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정책금융과 펀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한국을 방문한 마제드 알 호가일 사우디 주택부 장관은 네이버 1784사옥을 방문해 디지털 트윈과 로봇 기술을 둘러보기도 했다.
사우디는 사업비 668조원 규모의 사막 신도시인 '네옴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이곳을 친환경 미래도시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최신 ICT기술과 친환경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이와 관련된 국내 스타트업에도 해외 진출을 위한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UAE와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의 투자는 자금난에 허덕이는 국내 OTT와 스타트업에도 많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적자 폭이 큰 OTT 업계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의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한국과 중동 국가의 MOU나 대규모 투자유치 등이 당장 스타트업의 자금난을 트이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MOU를 맺은 기업의 관계사들이 장기적으로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OTT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투자유치가 정책구조를 개선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T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해외에서 높은 가치로 인정받게 된 것은 플랫폼과 그 안에 수반된 IP의 가치 때문"이라며 "국내에서 IP의 모든 권리를 제작사나 창작자에게 넘기는 방향으로 법안이 추진 중인데 이것이 산업계 전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