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자사 대표 게임 '마인크래프트'에도 AI를 적용, 실제로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하며 인간 이용자와 자연어로 소통할 수 있는 봇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인크래프트의 업계 라이벌인 로블록스 역시 '생성형 AI 도구'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별도의 코딩 지식 없이도 '이거 만들어줘', '이렇게 배치해줘'라는 말만 해도 콘텐츠가 제작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 단위가 아닌 일반 게이머 단위로도 AI를 선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한 개인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AI '뉴로사마'는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은 물론 마인크래프트나 리듬 게임 'OSU', 전략 카드 게임 '슬레이 더 스파이어' 등을 플레이할 수 있다. 이 AI는 지난해 12월 트위치에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형태로 데뷔 후 두 달 만에 20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최근 유튜브에는 한 이용자가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 '마운트 앤 블레이드 2: 배너로드'에 챗GPT 기반 NPC 모드를 선보여 큰 화제가 됐다. 영상 속의 캐릭터들은 단순한 스크립트가 아닌, 이용자의 질문에 따라 즉석에서 챗GPT가 생성한 대화들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였다.
'마운트 앤 블레이드' 시리즈를 플레이해봤다는 게임업계 관계자는 "영상을 천천히 살펴봤는데 게임 속 세계관을 챗GPT가 학습해 이에 적합한 말을 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예를 들어 특정 NPC가 세계관 속 어느 국가의 출신이면 설정에 맞게 해당 나라의 역사를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식이다.
자연어 생성 AI와 게임, 특히 수많은 NPC들과 상호작용이 필요한 RPG 장르와의 결합은 이용자들에게 큰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간 게이머들이 백안시하던 '메타버스'의 구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이머들이 메타버스를 무시했던 이유는 수많은 '자칭 메타버스'들이 실제로는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기존 온라인 게임보다도 못한 서비스였기 때문"이라며 "AI를 바탕으로 지금보다 훨씬 몰입감 있는 게임 속 세계가 구현된다면 게이머들도 이를 '진짜 메타버스'라고 인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AI를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전담 조직을 설립해 AI를 연구해온 엔씨소프트(NC)를 비롯,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이미 지난 몇 해 동안 AI 기술을 연구, 게임 사업에 적용해왔다.
윤송이 NC 최고전략책임자(CSO) 이달 17일 IT기업 더 밀크가 주최한 'AI 아카데미' 컨퍼런스에서 '개인 맞춤형 NPC'를 언급했다. 그녀는 "개발자가 짠 스크립트(대본)대로 말하는 NPC가 아닌 이용자와 대화 가능한 AI '디지털 휴먼'을 게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래프톤은 2022년 연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AI 기반 '버추얼 게임 프렌드'를 주요 미래 사업으로 제시했다. 챗GPT 수준의 자연어 처리 기술에 TTS(Text to Speech) 등 음성 기술까지 결합,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는 것까지 가능한 AI를 선보일 계획이다.
펄어비스 또한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자체 게임 엔진에 접목,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AI를 연구 중인 넥슨, AI센터를 운영 중인 넷마블 등도 관련 연구를 지속할 전망이다.
AI업계 관계자는 "챗GPT 등 해외 생성형 AI들은 아직 AI로서 한계가 잇는데다, 특히 한국어 처리 성능 면에선 비교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국내 기업들은 한국어 처리 면에선 확실히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자신만의 AI 모델을 정립, 사업에 활용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