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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SM 경영권 확보, '가상인간' 시장도 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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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SM 경영권 확보, '가상인간' 시장도 판 커진다

SM 메타버스 '광야', 카카오 '컬러버스'와 시너지 기대
하이브·넷마블·네이버까지 '가상인간 파트너십' 맺나?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에스파의 곡 'Next Level'에 나온 나이비스의 모습. 사진=에스파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에스파의 곡 'Next Level'에 나온 나이비스의 모습. 사진=에스파 공식 유튜브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의 경영권을 두고 벌어진 카카오와 하이브의 갈등이 협의 끝에 카카오의 경영권 확보, 하이브의 사업 협력권 보장 형태로 마무리됐다. 이에 관련 3사 모두가 '메타버스'를 주요 사업비전으로 두고 가상인간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관련 콘텐츠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각각 이달 7일, 지난달 10일 SM엔터의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하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인수전 개막을 선언한 후 5일만인 지난 3월 12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와 더불어 SM엔터 경영권을 확보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카카오는 당초 예고대로 주당 15만원에 최대 35%의 SM 주식을 공개매수해 총 39.9% 지분을 확보하고 1대 주주 자리에 오를 예정이며 하이브는 인수전에서 빠지는 대신 플랫폼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협력을 보장 받게 됐다.

카카오와 SM엔터의 결합은 메타버스 분야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SM엔터는 현재 '광야(KWANGYA)'라는 가상 세계관을 바탕으로 메타버스를 구현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걸그룹 에스파(æspa)와 연결된 가상인간 '나이비스(nævis)'의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나이비스는 에스파가 지난 2021년 부른 'Next Level'에서 '나이비스 콜링'이란 가사가 나오는 등, 오래전부터 그 데뷔가 예고돼왔다. SM엔터는 당초 이달 10일 열린 미국 문화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서 나이비스와 에스파가 함께하는 행사를 선보일 계획이었으나 SXSW 공식 사이트를 확인해본 결과 확장현실(XR) 콘서트만 명기돼있으며 나이비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SK텔레콤의 '에이닷TV' 광고에 장원영(왼쪽)과 함께 출연한 온마인드의 가상인간 '나수아'. 사진=SK텔레콤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SK텔레콤의 '에이닷TV' 광고에 장원영(왼쪽)과 함께 출연한 온마인드의 가상인간 '나수아'. 사진=SK텔레콤 공식 유튜브

SM엔터와 카카오의 메타버스 분야 협업은 인수 전부터 단편적으로 진행됐다. 대표적으로 에스파가 지난 2021년 7월, 카카오게임즈 계열사인 님블뉴런의 '이터널 리턴'과 컬레버레이션, '이터널 리턴 세계 속 콘서트'란 테마의 영상을 선보였다.

카카오가 SM엔터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메타버스 분야 협업이 보다 본격화될 전망이다. 님블뉴런은 카카오게임즈 관계사 넵튠의 자회사다. 넵튠은 현재 '컬러버스'란 이름의 카카오 그룹 메타버스 사업을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넵튠의 메타버스 분야 핵심 파트너다.

카카오 그룹의 대표적인 가상인간으로는 넵튠의 자회사 온마인드의 '나수아', '하나리' 등이 있다. 언급한 '이터널 리턴' 게임 속 캐릭터 '현우'는 2022년 6월 데뷔한 보이그룹 '슈퍼카인드'의 멤버 '세진'으로 활동 중이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

특히 나수아는 지난해 9월, SK텔레콤의 AI 서비스 '에이닷(A.)티비'의 광고 모델로 출연했으며 AI 음성 구현을 위해 SK텔레콤과 협력 중이다. 이 외에도 넵튠 측은 NH투자증권과도 메타버스 분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온마인드의 가상인간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이상민 사업전략 디렉터는 "기술이 발전할 수록 메타버스, 버추얼 휴먼(가상인간)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 연구개발(R&D)과 더불어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브의 멤버 '제나'가 지난달 28일 '판도라' 무대에서 윙크하고 있다. 사진=MBC 공식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메이브의 멤버 '제나'가 지난달 28일 '판도라' 무대에서 윙크하고 있다. 사진=MBC 공식 유튜브 채널

카카오와 SM의 '가상인간'은 하이브, 나아가 그 관계사에게도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하이브는 지난해 AI(인공지능) 기반 가상인간 기업 이너버즈에 투자했다. 이 외에도 하이브의 2대 주주사 넷마블, 플랫폼 분야 협력사 네이버 등도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넷마블은 이미 카카오엔터와 가상인간 아이돌 '메이브(MAVE:)' 운영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메이브를 맡고 있는 넷마블 계열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 전략적 투자를 집행했다. 메이브의 데뷔곡 '판도라(PANDORA)'의 음원 유통 또한 카카오엔터 산하 원더케이(1theK)에서 맡았다.

네이버는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맡고 있는 자회사 위버스 컴퍼니의 지분 44.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이와 별개로 네이버는 국내 1호 가상인간 가수 '오로지(Rozy)' 개발·운영사 로커스X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카카오는 앞서 하이브와의 협상을 마무리한 후 3사의 관계를 '중요한 파트너'로 정의했다. 사측은 "카카오엔터와 하이브, SM엔터는 상호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파트너"라며 "K팝을 비롯한 K컬처의 글로벌 위상 제고를 위해 다양한 렵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AI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휴먼(가상인간) 사업은 그 자체로도 신사업이면서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며 "세계 시장에서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 확보를 위한 공격적 투자, 기업 간 파트너십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