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이번 인수 계약의 적합성을 심사하고 있는 경쟁·시장관리국(CMA, 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는 최근 9개 게임사 관계자들이 제출한 인수 계약 관련 공식 의견서를 공개했다.
소규모 유통업체 E는 "영세업자들은 오히려 이번 인수를 더욱 반기고 있다"고 평했다. 'AAA급 게임'을 여러 차례 개발한 회사 C는 "이번 인수가 반려될 경우 텐센트 등이 액티비전 인수를 노리는 등, 영국 시장에서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1월 공식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액티비전 인수 계약은 오는 6월 30일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세르비아·칠레 등의 규제 당국이 이를 허가했다.
같은 해 9월, 영국 CMA는 1차 심사 결과 인수를 보류하고 2차 심층 조사를 개시했다. 그리고 10월에는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사 같은 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예 행정법원에 이번 인수를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 내에서는 소니가 대표적인 반대자로 떠올랐다. 소니는 특히 콘솔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액티비전의 슈팅게임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MS의 엑스박스에서 독과점 할 것이란 논리를 펴면서 반대를 주장해 왔다. 이 외에도 구글과 엔비디아가 클라우드 게임 분야 독과점 문제 등을 이유로 FTC 측에 소송 관련 근거 자료를 제공했다.
하지만 MS가 '콜 오브 듀티'의 퍼블리시 권한을 여러 경쟁 업체에 10년간 제공한다는 계약을 제시하며 "독과점 의사가 없다"는 점을 어필했다. 현재 닌텐도 콘솔 플랫폼과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와 우크라이나의 '부스터로이드', 일본의 '유비투스' 등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이 MS와 10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반대 여론을 잠재웠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21일 관련 계약 체결 후 "당사가 이번 인수에 대해 우려하던 바는 해소됐으며 이후 인수를 적극 지지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PC게임 유통망 '스팀' 운영사 밸브 코퍼레이션은 이번 계약을 거절했는데 사측은 "게임 공급에 있어 MS를 신뢰하는 만큼 별도 계약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MS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결합으로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한 미국의 대형 게임사 일렉트로닉 아츠(EA)와 테이크 투 인터랙티브(T2)조차도 이번 인수에 별다른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앤드루 윌슨 EA 대표는 "이번 인수는 콜 오브 듀티의 경쟁작인 우리의 '배틀필드' 시리즈엔 오히려 기회"라고 평했다. 슈트라우스 젤닉 T2 대표는 "게임사 중 이번 인수를 반대하는 건 사실상 한 곳 뿐"이라 지적했는데 업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 발언이 소니를 저격한 것이라 보고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소니의 반대가 '억지'라고 공공연하게 비판하고 있다. 룰루 쳉 머서베이 액티비전 블리자드 CCO(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짐 라이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소니IE) 대표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리는 콜 오브 듀티 계약엔 관심이 없다. 다만 이번 인수를 막고 싶을 뿐'이라 발언했다"고 폭로했다.
투자 전문지 이쿼티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EU는 이번 인수 승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 데이터사 어큐리스서 운영하는 투자 분석지 딜리포터에 따르면 중국 게임업계 관계자는 "텐센트 또한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CMA와 EU 등은 오는 4월 예비 판단을 내릴 예정인 가운데 이후 CMA는 올 2월 예비 결정문을 통해 "MS는 이번 인수 과정에서 액티비전 블리자드 사업부 중 일부를 분할 매각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이쿼티 리포트 측은 "법조계에 따르면 EU는 MS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으나 CMA는 협상의 문을 거의 닫아놓고 있다"며 "MS의 이번 인수에 있어 영국 규제당국이 마지막 관문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