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치핑 텐센트 회장은 23일 텐센트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텐센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AI(인공지능) 분야 투자를 확대, 사업 성장의 '증폭기'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마화텅 텐센트 이사회 의장 겸 대표 다음 '2인자'로 통한다.
텐센트의 AI 사업은 '자체 개발한 중국어에 특화된 AI'를 기반으로 한다. 최근 텐센트의 QQ와 위챗을 비롯한 중국 소셜 서비스들은 챗GPT 접속을 전면 차단했는데 이는 정부 차원에서 챗GPT 활용을 금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컨퍼런스 콜에서 발표된 텐센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실적은 매출 5546억위안(약 104조원), 영업이익 1535억위안(약 29조원), 연 순이익 1887억위안(약 36조원)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 1%, 영업이익 13.2%, 순이익 17.2%가 줄었다.
텐센트가 컨퍼런스 콜에서 AI를 내세운 것은 이를 사측의 핵심 비전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발표된 실적은 텐센트가 증권시장 상장 후 최초로 연매출이 감소한 사례로 알려졌다.
사측이 개발 중인 AI 모델의 명칭은 '우주'라는 뜻의 '훈위안(混元)'이다. 중국 매체 남화조보(SCMP)는 중국 시장 조사 업체 36kr의 보고서를 인용해 "텐센트는 최소한 지난해부터 장정유 AI 연구 총괄을 중심으로 생성형 AI 모델 '훈위안 에이드(Aide)' 개발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류치핑 회장은 "텐센트는 AI 개발을 위해 필요한 전문 지식과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는 물론 상당수의 '칩'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칩이란 거대 AI 개발·운영에 흔히 활용되는 대량의 GPU(그래픽카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QQ와 위챗에 AI 챗봇 서비스가 출시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미 국내의 카카오톡에도 카카오의 '다다음', 업스테이지의 '아숙업(AskUp)' 등 대화형 챗봇 서비스들이 출시됐다.
텐센트의 AI 사업은 사측의 주력 사업인 게임 분야나 스트리밍 산업 등 미디어 분야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사측의 연간 실적 표를 살펴보면 소셜 미디어 분야보다도 게임 사업 전체가 약 2.7%, 중국 내 게임 사업에 한정하면 4%의 감소세를 보인 것이 확인된다.
류 회장은 컨퍼런스 콜 중에 "순수하게 AI가 생성한 콘텐츠로만 신작 게임을 개발하기는 당장은 어렵다"면서도 "AI는 분명 게임 개발 작업에 있어 혁신을 일으킬 것이며 소비자에게도 더 나은 경험을 가져다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내 게임사 중 텐센트 다음 2위 업체로 꼽히는 넷이즈는 일찍이 자신들의 차기작 모바일 MMORPG '역수한 모바일'에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를 탑재해 보다 생동감 있는 NPC(이용자가 조종하지 않는 게임 내 캐릭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는 올 초, 텐센트가 청구한 'AI 기반 해설 음성·영상 생성' 관련 특허를 인준했다고 공시했다. 사측은 이러한 AI 해설 서비스를 자사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등 e스포츠 종목은 물론 슈팅 게임, 스포츠 게임, 나아가 군사 시뮬레이션에까지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AI 연구기관 CBJ 싱크 탱크의 장 슐 연구원은 "텐센트 등 대기업들은 오랜 기간 AI 상용화에 대해 고민해왔는데 챗GPT의 급부상으로 길이 열렸다"며 "특히 게임 분야에 있어 코딩, 아트, 캐릭터 디자인 등 다각도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