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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빠지는 메타버스…'진품'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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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빠지는 메타버스…'진품'은 따로 있다?

메타·디즈니·MS 감원…'생성형AI' 관심 높아져
AI도 결국 메타버스…"미래 동력 여전히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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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언스플래시
글로벌 빅테크들이 줄줄이 메타버스를 향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제기돼온 '메타버스 회의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메타버스는 여전히 미래 사업으로서 유효하며 지금까지 주목받지 않은 '진짜 승자'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미국 최대 미디어 콘텐츠사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는 최근 약 7000명 수준의 감원 계획을 발표하며 50명 규모의 메타버스 전담조직을 폐쇄했다. 지난해 2월부터 해당 부문을 맡던 마이크 화이트 이사 역시 다른 분야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명까지 바꿔가며 메타버스 시장 최전선에 나섰던 메타 플랫폼스(이하 메타) 역시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VR·AR(가상·증강현실) 전담조직 리얼리티 랩스의 인원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최신형 VR 헤드셋 '퀘스트 프로' 소비자 정가를 출시 단 5개월만에 33% 인하했다.

리얼리티랩스는 지난해 137억달러(약 18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본사 전체의 연간 영업이익 289억달러(약 37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마크 저커버그 대표는 최근 사내 공지에서 "원격 근무 대신 사무실에서 동료와 함께하라"고 주문했는데, 이는 '산업 현장에 메타버스 적용'을 비전으로 내세운 1년 전과 상반된 행보다.
메타와 더불어 지난해 말 'B2B(기업 간 비즈니스) 메타버스 시장 선도'를 목표로 파트너십을 체결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 초부터 AR 기기 '홀로렌즈' 등 메타버스 분야에서 인력을 집중적으로 감축했다. 지난달 10일에는 가상현실 직장 프로그램 '알트스페이스VR'을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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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언스플래시

IT업계의 관심은 메타버스에서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인용한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의 자료를 살펴보면 '메타버스' 섹터에서 2022년 3월부터 올 3월까지 5억8670만달러(약 7411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그 이전 1년의 20억달러(약 2조6106억원) 대비 70.7% 급감했다.

반면 '생성형 AI' 섹터에선 같은 기간 23억달러(약 3조원) 수준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1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의 투자금 6억1280만달러(약 8000억원) 대비 275.3% 늘었다.

악시오스 측은 이러한 자료와 더불어 MS가 생성형 AI에 집중 투자하고 관련 서비스를 내고 있다는 점, 메타 또한 최근 실적 발표에서 "생성형 AI와 더불어 메타버스 등을 중요한 비전으로 보고 있다"고 발언한 점 등을 들며 "메타가 사명을 바꾼지 1년 반 만에 메타버스는 AI의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평했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학교 다빈치가상대학장은 "메타버스의 몰락은 불분명한 실체와 이로 인한 무분별한 용어 남발이 자초했다"며 "고품질 3D 그래픽, VR·AR에 한정했다면 모르겠으나 암호화폐·NFT(대체불가능토큰) 등과 결합해 이른바 '투자 키워드'로 떠오른데다 저질 그래픽 플랫폼까지 너도 나도 '메타버스'를 내세우니 자연히 거품이 낀 것"이라고 평했다.

영국 UCL(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선 최근 '메타버스·메타경제의 환상'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메타의 지난 2년간의 행보와 디센트럴랜드(MANA)·더 샌드박스(SAND) 등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들을 중점적으로 다룬 해당 논문은 "지금으로선 소위 '메타버스 경제'가 실제로 적용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상상 속 가상 세계를 현실화하기 위한 산업계, 학계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에픽게임즈 '메타휴먼 애니메이터' 예시 이미지. 사진=에픽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에픽게임즈 '메타휴먼 애니메이터' 예시 이미지. 사진=에픽게임즈

메타버스 열풍이 식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AI 타임 저널, 영국의 XR투데이 등 전문지들은 AI가 IT업체들의 개발력 강화에 일조할 것이라며 "AI 열풍은 오히려 메타버스의 현실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투자 분석사 머틀리 풀은 "메타버스는 여전히 강력한 투자 키워드로, 다만 우리가 보이지 않는 길로 향하고 있을 뿐"이라고 평했다.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메타 등을 위협할 메타버스 분야의 '진정한 강호'로 애플과 에픽게임즈를 지목했다. 애플은 지난 몇 해 동안 메타 등에 대항해 혼합현실(XR) 헤드셋을 출시할 것이라는 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6월 안에 차세대 XR 헤드셋 '리얼리티 프로'를 선보일 전망이다.

에픽게임즈는 올 3월 GDC(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여해 '메타버스'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3D 그래픽 환경에서 벌어지는 실시간 소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메타버스의 정의로 내세운 사측은 자사 3D 그래픽 개발 툴 '언리얼 엔진' 대중화를 목표로 '언리얼 에디터 포 포트나이트(UEFN)', '메타휴먼 애니메이터' 등을 소개했다.

일본의 소니 역시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기반 VR 게임 사업과 가상 아바타를 내세운 크리에이터 버추얼 유튜버 등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 글래스'란 이름의 상표권을 출원했는데 업계에선 해당 기기가 일종의 안경형 VR기기가 될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병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콘텐츠과장은 KTV국민방송에서 "최근 대내외 경제 악화로 '메타버스 회의론'이 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메타버스가 중요한 경제 성장 동력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콘텐츠 창출, 산업계 활용 등은 물론 문화, 교통, 복지 등 다방면으로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